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 불닭볶음면이 쓴 ‘K-푸드 신화’, 한국적인 매운맛에 더한 현지화 전략과 공급망 확충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지속가능한 식량안보 실현의 중심축,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 산업의 기술혁신
K-푸드 수출은 2015년 35억 달러에서 2024년 7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연평균 성장률 20.1%에 달하는 라면은 한 해 수출액 13억 6000만 달러로 수출 금액과 성장률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 글로벌 라면 수출 시장 점유율 20.6%를 자랑하는 세계 1위 라면 수출국에 올랐다. 수출 대상국도 중국 중심에서 미국으로 1위가 바뀌었으며,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성장은 한류 문화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한 간편식 선호 증가, 미국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 진출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각지에서 쏟아지는 K-라면에 대한 사랑의 중심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있다. 글로벌 챌린지에 힘입어 ‘한국의 매운맛’을 성공적으로 브랜딩한 사례로 손꼽히는 불닭볶음면은 K-푸드 글로벌 확산의 성공 방정식을 완성했다. 매운맛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욕구가 더해지며 매운맛은 하나의 콘텐츠라는 공식을 확립한 것이다. K-푸드 열풍의 최전선에서 불닭볶음면 하나로 세계를 매료시키고 한국 식품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해낸 삼양식품, 이 같은 성과의 원동력은 1961년 창립 이후 60여 년간 한국인의 식탁과 함께해온 삼양식품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있다.
한국의 맛 담은 라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우뚝 서다
1961년 ‘정직과 신용’이라는 창업 정신으로 시작한 삼양식품은 한국 식품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성장해왔다. 1960년대 식량난 극복과 1970년대 식생활 개선에 기여한 것을 넘어 이제는 한국의 맛과 한국 식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1960년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바라보며 해결책을 모색하던 창립자 故전중윤 선대회장은 ‘라면’에서 힌트를 얻었다. 직접 일본 묘조식품을 찾아가 제조 기술과 설비를 도입한 전 선대회장은 1963년 9월 15일 마침내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탄생시켰다. 이후 라면은 쌀에 이어 제2의 주식으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냈다. ‘식품으로 인간 백세시대를 열겠다’는 창립 정신을 계승하여 맛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내건 삼양식품은 지난 60여 년간 다양한 맛과 제품군으로 업계를 선도해왔다. 한국의 맛과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불닭 브랜드를 통해 한국적인 매운맛을 세계화하여 K-FOOD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의 모태 브랜드인 삼양라면은 1963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인스턴트 라면으로, 현재도 기본형 삼양라면과 매운맛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용기면 제품인 ‘큰컵 삼양라면’과 ‘큰컵 삼양라면 매운맛’도 선보이며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최대 성공작인 불닭볶음면은 스코빌지수 4,404의 강렬한 매운맛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012년 출시 이후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80억 개를 돌파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 82억 명에 맞먹는 규모다. 제품을 넘어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결과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먹방 콘텐츠에서는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단골 소재로 활용되며 자연스러운 팬덤으로 이어졌다. 한국 라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으로 성장한 불닭 브랜드는 야끼소바불닭(일본), 마라불닭(중국), 똠얌불닭(동남아) 등 각국 식문화를 반영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외에도 라면을 뛰어넘어 소스, 스낵, 간편식 등으로의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신규 브랜드를 지속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프로틴 파스타 브랜드로 리뉴얼한 ‘탱글(Tangle)’은 갈릭오일파스타, 머쉬룸 크림파스타, 청크토마토파스타 등의 제품군을 선보이며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탱글은 영양성분을 강화해 기존 파스타 제품과 차별화한 브랜드로 2025 국제 식음료 품평회 우수 미각상,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 브랜딩, 패키징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4년 8월 출시된 매운 라면 브랜드 ‘맵(MEP)’은 한국적인 맛과 이국적인 맛을 재해석해 다채롭게 변주되는 매운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태국, 일본, 말레이시아에 론칭했으며, 향후 진출 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건강한 식재료로 꼽히는 ‘콩’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 스낵 ‘펄스랩’ 등의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여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맛은 물론 콩 등 식물성 원료로 영양 성분을 강화하여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스낵’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현지 맞춤형 제품과 글로벌 공급망 구축으로 이어가는 글로벌 성공신화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삼양식품의 역사는 1969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라면을 수출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60만 달러 규모로 출발한 삼양식품 해외 진출은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101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성공신화로 이어졌다. 2016년 900억 원이던 해외 매출은 2024년 1조 3359억 원으로 사상 첫 1조 원을 돌파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불닭브랜드의 폭발적인 인기는 해외사업 확장의 변곡점이 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시설과 끊임없는 연구 활동, 계열사와의 협력은 삼양식품의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한다. 원주, 익산, 밀양 등 주요 공장에서 면류, 스낵류, 소스 등 신뢰할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안전기준체계에 따라 생산되며, 식품연구소는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제품의 차별화를 이끈다. 또한, 삼양식품과 계열사들은 원재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 및 품질 관리, 유통이 가능한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글로벌 공급 역량 강화를 목표로 밀양 제2공장을 신규 준공했다. 미국과 유럽 수출 물량을 담당하는 2공장은 봉지라면 3개 라인과 용기라면 3개 라인 등 총 6개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간 최대 8억 30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다. 더불어 중국 자체의 내수시장을 겨냥해 2014억 원을 투자해 건설중인 중국공장도 2027년까지 차질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본격적인 밀양 2공장 가동으로 확보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수출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수출국 다변화와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전략적 접근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K-푸드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다.
공급망 확충은 단순한 생산능력 증대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토대 마련이라는 의미가 크다. 삼양식품은 본사 및 국내 사업장을 비롯하여 미국·중국·동남아·일본·유럽 등 5개 글로벌 법인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했다. 현재는 지난해 네덜란드에 설립한 유럽법인을 기점으로 독일 레베, 네덜란드 알버트하인 등 유럽 전역 입점을 확대 중이다. 2019년 전체 수출 6%에서 2024년 18%로 성장한 유럽은 중국, 미국, 동남아에 이은 새로운 수출처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미국법인은 전년 대비 127% 매출 증가를 기록했으며, 중국법인도 본격적인 중국 내 OEM 생산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춘 만큼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이처럼 삼양식품은 전략적 생산거점 확대와 해외법인 운영 고도화를 통해 수출 역량을 한층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라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안정적인 공급 체계 구축, 그리고 지역별 특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통해 국내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해외로 확장하면서 각 지역의 소비자 특성에 맞는 순환형 성장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례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현재 동남아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는 중국, 미국과 함께 해외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으로, 2016년 유튜브 ‘Fire Noodle Challenge’ 열풍 이후 수출이 폭증했다. 더불어 2014년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해 무슬림 시장에 진출하는 등 각국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KFC·피자헛과 협업한 ‘불닭 더블 다운’, ‘치즈 불닭 피자’로 화제를 모았고, 세계 2위 라면 소비국인 인도네시아에는 지난해 판매법인을 설립해 상반기 57.4%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태국에서는 대형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으로 전국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에서 브랜드 가치와 소비 문화를 동시에 창조하는 새로운 글로벌 진출 방식이라 평가받는다.
식품 넘어 문화가 된 글로벌 히트 아이콘 불닭볶음면, 스토리텔링 더하며 글로벌 문화 트렌드 이끈다
글로벌 불닭볶음면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양식품의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821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삼양식품은 식품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초 1조 원대였던 시총은 불과 1년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주가는 불닭볶음면 출시 시점(2012년)과 비교해 49배 상승했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5531억 원, 영업이익 1201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4% 증가했으며, 특히 2분기 해외 매출이 440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6%를 차지하며 해외 사업이 성장을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중국법인이 6억 5000만 위안(30% 증가), 미국법인이 9400만 달러(32% 증가)의 매출을 올렸고, 작년 7월 설립된 유럽법인도 3200만 유로로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성장했다.
견조한 실적만큼이나 글로벌 인기도 굳건하다. 삼양식품의 불닭 브랜드 틱톡 계정 팔로워는 100만을 돌파했다. 삼양식품이 선보인 불닭소스 글로벌 캠페인 영상 조회수는 1억 뷰를 넘겼다. 나아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과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워터밤 등 국내외 주요 페스티벌에 공식 파트너십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협업을 지속하며 K-컬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최근 불닭소스를 활용해 미국 10개 도시 일부 판다 익스프레스 매장 내 신메뉴를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삼양라운드스퀘어 그룹의 콘텐츠 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Samyang AANI)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페포(PEPPO)가 개설 1년 만에 누적 조회 수 1억5000만 뷰를 기록했으며, 전체 구독자의 약 37%를 차지하는 미국 시청자를 비롯해 해외 비중이 약 99%에 달한다. 이밖에도 K푸드 큐레이션 스토어 버파민(BUFFAMIN)을 론칭하고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양한 협업과 사업전략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불닭만의 세계관과 팬덤을 확장해갈 수 있는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이 써낸 성공신화는 K-푸드가 단순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글로벌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블룸버그는 불닭의 브랜드 가치가 80억 달러에 필적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국 식품기업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때 K-푸드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어 놓을 문화적 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매운 맛’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으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증명해낸 삼양식품이 선보일 다음 성공신화를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