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장벽이 된 디지털 시대, 모두가 편리한 언택트 사회 열어야
[MonthlyNow] 장벽이 된 디지털 시대, 모두가 편리한 언택트 사회 열어야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3.11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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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최근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못 해 20분간 헤맨 엄마가 결국 주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터트렸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여기저기에서 자신도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공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을 위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불편을 겪어야만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은행, 주차장 등에서 흔히 마주하게 된 키오스크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에는 높은 장벽일 뿐이다. ‘모두에게친절한 언택트 사회는 아직인 걸까.

 

일상이 된 키오스크,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가?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알음알음 영역을 확장해가던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단말기인 키오스크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종업원이 아예 상주하지 않는 무인카페가 등장하기도 한다.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상황 속 소비자들이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며 키오스크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러 장점이 많은 키오스크이지만 누구에게나 반가운 존재는 아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 등 정보소외계층에게는 낯설고 당황스러운 풍경일 수밖에 없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들이나 아이들에게 키오스크는 너무 높이 있기에 조작조차 힘겹다. 시각장애인들에게 별도의 점자 안내가 없는 키오스크 화면은 벽을 만지는 것과도 같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에서는 고령자 대부분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주문 과정이 복잡하고 기다리는 뒷사람의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나아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 소비자 10명을 대상으로 패스트푸드점과 버스터미널, 은행의 키오스크 이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이 키오스크의 조작방식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시간지연이나 주문실패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 소비자 5명 중 3명은 버스터미널 키오스크를 이용한 발권에 실패했으며, 패스트푸드점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소비자 5명 모두가 주문을 완료하지 못했다. 노인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한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키오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매장에는 키오스크 전담 직원이나 직원 호출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매장의 빠른 비대면화가 또 다른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제는 노인의 경제적 빈곤뿐 아니라 디지털 빈곤도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라며, “사회복지사들이 노인의 집을 방문할 때 그들의 안부만 살필 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사용법 등을 교육하는 등 맞춤식 복지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키오스크 도입에는 인건비와 운영비 절감과 대기시간 단축 등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키오스크 설계나 활용 시 다양한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않기에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의 사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 또 다른 차별이 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불과 5년도 남지 않은 지금, 모두가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정보화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디지털화의 속도를 앞당긴 가운데 디지털이 생활 깊숙이 침투한 사회에서 이를 익숙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디지털기기에 보다 익숙해질 수 있도록 교육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령자를 배려한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펼칠 것이라 시사했다. 집 근처 주민센터나 도서관에서 디지털 활용을 위한 교육이 이어지고, 복잡한 조작 대신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한 키오스크도 만날 수 있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에 디지털 역량 센터’ 1,000곳을 운영하고, 공공장소 및 농어촌 마을에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등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올해부터는 요식업과 교통 분야부터 키오스크가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향후 장애인이나 고령층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높낮이 조정, 음성인식 등이 가능한 키오스크도 보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는 서울디지털재단과 손잡고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는 교육용 키오스크를 개발해 시범 운영을 시행했다. 음식 주문이나 티켓발매, 요금정산, 기타 민원발급기 등 시중에서 운영 중인 키오스크 화면을 구현해 교육생들이 직접 눌러가며 주문단계별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디지털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보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의 보유 여부가 경제·사회·문화적 격차로 확산하여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모바일 기차예매나 키오스크를 활용한 음식 주문 등이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명절을 앞두고 기차표를 파는 역에 노인들이 새벽부터 기차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거나 미리 기차표를 구매하지 못해 긴 시간 선 채로 장거리를 이동해하는 광경은 모두를 위한디지털 전환이 시급함을 깨닫게 한다.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새롭게 쏟아지는 서비스들을 마주하는 가운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 또한 늘어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이로 인한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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