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품은 것, 예술로 표출하다
내 안에 품은 것, 예술로 표출하다
  • 정이레 기자
  • 승인 2018.07.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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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화선지에 먹을 머금은 붓으로 글이 쓰여지면 흔한 여백조차도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이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회귀의 본능을 찾아낸다.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화된 것, 화려한 것보다는 단촐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추구한다. 박방영 작가의 글과 그림에는 서양의 미()도 동양의 미()도 함께 존재한다. 모든 것을 갈고 닦은 그가 자신 안에 쌓인 감각을 예술로 토해내듯 만들어낸 작품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박방영 작가

동양의 선()은 곧 입체다

글씨를 그림으로 혼연일체하는 대표적인 상형글자 그림 작가 박방영의 개인전 '상형글자 그림이 품고 있는 원시성의 美學(미학)'이 대전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923일부터 1022일까지 전시된다. 기자가 만난 박방영 작가는 흰 셔츠와 백발이 그의 미소와 함께 꽤나 멋지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박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대학원을 마치고 아트스튜던트리그오브뉴욕에서 수학한 후 다시 귀국해, 동양화 박사를 수료한 동서양의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뛰어난 작가다. 그리고 그의 남다른 이력 하나는 어린 시절 서예 신동으로 불릴 만큼 뛰어난 붓글씨 솜씨를 갖췄다는 것이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박 작가는 산을 넘어 학교를 오가면서 자연을 눈에 품었고 성황산의 돌 벽에 적힌 한시를 보면서 감탄했다.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히며 한자와 익숙해졌으며 뛰어난 서예 솜씨로 어른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받던 아이였다.

대학원에서 설치미술을 탐구했고 그룹 난지도에서 활동하다가 미국 유학을 통해 동양과 우리 문화를 더 잘 보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관심을 두었던 서예와 서당 공부가 지금의 저의 힘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삶의 스펙트럼을 넓혔던 것이 지금처럼 작업하는 바탕이 되고 글과 그림을 어우르는 작품 탄생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주 오랜 과거부터 상형 벽화나 동굴 벽화에는 글이 없었기 때문에 글과 그림은 하나의 원리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상형문자를 재해석함으로써 지금 시대를 대변하는 이미지들과 어울리는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다.

박 작가는 특히 동양의 선()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양의 라인(line)과 동양의 선()은 같은 개념 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서양에서는 라인이 모여서 면이 되고, 원이 되고 구가 되는 형식이라면 동양의 선()은 그 자체로써 입체감(이를 획()이라고 한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붓글씨를 통해 화선지 위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불어 그는 이토록 우수한 동양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작가를 더욱 창조적인 작가로 성장시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이다. 그가 대학 이후 도심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은 작품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후였음에도 말이다. 오히려 그는 논과 밭, 산과 들에서 뒹굴며 지냈던 어린 시절이 자신의 예술적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원시성(촌티)과 창조성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오히려 표현해 낼 수가 없죠.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원시성은 오히려 창조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죠.”

한편, 선을 중시하는 그에게 획은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자유로움을 맛보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품 중 상형문자로 만들어진 것들은 모두 우리의 것, 자신을 제대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의미한다. 많은 것을 누리고 더 좋은 세상에 살지만 행복지수는 낮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그 안에서 행복의 의미를 다시 찾아보기를 바란다며 박 작가는 말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작품을 만들라!

최근 1년 남짓 전라남도에서 생활하면서 남도 문화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박방영 작가. 그는 자신이 작가로써 우리의 것 중 무언가를 놓치고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남도를 꼼꼼하게 돌아보았다. 그는 갇힘이 없다. 파주에 그럴듯한 작업실을 가지고 있지만 늘 자기 안에 표식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 훌쩍 새로움을 만나러 떠난단다. 행촌문화재단, 이마도 작업실에서의 활동도 1년을 끝으로 접고 전주에 내려갈 생각이라는 그는 생각도 한 곳에 갇히는 것처럼 한 작업실에서는 작품도 갇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이제는 몸에 배인 그다.

그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배 작가들이 몸으로 작품을 만들면 훨씬 좋을 텐데요라고 주문도 한다. 박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작가의 길이라고 믿으며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오로지 자신만이 경험한 것을 작품으로 표출할 수 있는 작가가 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일본, 이태리, 스페인 등에서 작품을 전시하면 호평을 이끌고 있는 그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틀을 깨고 도전하고 있다.

자신이 쌓아온 인생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가 그려낼 세계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작품을 만들라!

박방영 작가는 홀로 전라남도에서 생활하면서 남도 문화를 알아보는 등 자신이 작가로써 우리의 것 중 무언가를 놓치고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남도를 꼼꼼하게 돌아보는 작가이다. 그는 갇힘이 없다. 파주에 그럴듯한 작업실을 가지고 있지만 늘 자기 안에 표식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 내기 위해 훌쩍 새로움을 만나러 떠난단다. 그는 한 곳에 갇히는 것처럼 한 작업실에서는 작품도 갇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신선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이제는 몸에 배인 그다.

“그림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후배 작가들이 몸으로 작품을 만들면 훨씬 좋을 텐데요”라고 주문도 한다. 박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작가의 길이라고 믿으며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오로지 자신만이 경험한 것을 작품으로 표출할 수 있는 작가가 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해외에서도 작품을 전시하면 호평을 이끌고 있는 그는 조금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틀을 깨고 도전하고 있다.

자신이 쌓아온 인생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가 그려낼 세계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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