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아파트 갑질에 배달라이더는 지쳤다
[MonthlyNow] 아파트 갑질에 배달라이더는 지쳤다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2.01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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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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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로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음식 등 배달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배달라이더들의 수익도 늘어나는 등 일거양득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 이면엔 배달업계 고충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배달업 종사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아파트 주민의 갑질이 최근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라이더들은 이를 비판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갑질횡포, 절반 강남아파트 위치

배달라이더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배달 기사들을 둘러싼 문제들은 장기간 되풀이됐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관련 사고나 분쟁에서 대다수 이들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대로다.

포장 불량부터 주문 취소까지 모두 배달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던 불공정 계약이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그나마 공정위가 나서 일부 배달업체에 대해 불공정 조항 수정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대다수 지역 배달노동자들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노출된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배달 주문이 급증해 상대적으로 배달라이더가 호황을 누리는 직업군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배달 수익은 고사하고 갑질 횡포에 고충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 지부가 배달라이더 조합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제보를 받은 결과가 1일 공개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실시됐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갑질 유형은 다양했다. 도보배달부터 화물 엘리베이터만 탑승, 지하주차장만 이용 가능, 신분증 보관 요구, 헬멧 탈모 등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다.

특히 아파트 단지 안에서부터 도보배달을 요구하는 아파트는 전체 81곳 중 54곳으로 가장 많았다. 건물 내부 현관 진입을 막고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닐 것을 요구하는 곳도 15곳이나 됐다.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 엘리베이터 탑승을 요구하는 아파트는 8, 신분증 등 소지품을 보관토록 하는 아파트는 7곳으로 각각 조사됐다. 또 헬멧을 벗을 것을 요구하는 아파트는 4곳이었다.

공개된 아파트 중 절반(40)은 강남권 소재로 구체적으로 보면 강남구 32, 서초구 8, 영등포구 7, 용산구 6, 강동구 5, 송파·양천·동작·마포구 각각 4, 성동구 3, 중구·광진구 2곳 등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대형빌딩이나 쇼핑몰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확인됐다.

 

명백한 인권 침해 주장,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

라이더유니온 역시 배달노동자들이 화물용 승강기로 다니게 한 것을 명백한 인권 침해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 위해 제보를 받는 중이다.

특히 라이더유니온은 음식 냄새가 남는다며 배달노동자에게 일반 승강기 사용을 금지하고 화물용 승강기만 사용하도록 한 일부 아파트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이는 헌법이 규정하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고 배달 직종에 대한 명백한 혐오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원은 화물이 아닌 사람이며 노동을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당당한 사회의 일원임을 주장하며 분리 자체가 불평등이라 꼬집었다.

또 차별적 노동환경도 언급했다. 이들은 보안과 안전 명목 아래 배달원의 신분증을 걷고 개인정보를 무단수집하며, 비와 눈이 오는 날에도 별도의 안전조치 없는 지하 주차장 출입구로 출입시킨다라고 말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 측은 아파트가 정책상 주민 안전을 위해 차량 출입 제한이나 방문자 신원 확인 등을 한다면 주민이 직접 1층에서 배달 음식을 받아 가게 하는 등 아파트 차원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배달라이더들이 단체로 배달 거부에 나선다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배달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 고객들은 배달 수수료 인상에 배달기사와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는 최근 배달차량의 출입을 막은 성동구의 신축 아파트에서 접수된 배달 주문에 대해 결국 수수료를 2,000원 인상했다. 최근 생각대로성동구 지점은 가맹점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고 공유했다. 배달라이더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아파트의 소위 갑질때문에 배달기사들이 가기를 꺼려 고육지책으로 대행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라이더들은 강추위 속에서도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오늘도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빠르고 더 빠르게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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