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기술력으로 세계의 도시를 움직인다
국내 유일의 기술력으로 세계의 도시를 움직인다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1.02.01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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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유지연 기자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김영록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각종 산업체를 중심으로 SDN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SDN이란 ‘Software Defined Network’의 준말로, 5G 시대의 핵심 기술로써 네트워크를 지능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가상화하여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술을 뜻한다. 한 마디로 네트워크의 설정부분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초연결 시대에 접어든 대한민국이지만, 아직은 네트워크 서비스 개발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 이 가운데 국내 유일의 SDN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78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진득하고 조용했던 성장 끝에, 마침내 무서운 기세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아토리서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다른 의지와 도전의식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 아토리서치의 정재용 대표를 만나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고 왔다.

 

 

10년 전 상상으로 이룩한 아토리서치

정재웅 대표는 창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과 함께 긴 세월을 보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고, 실리콘 밸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컴퓨터 기반으로 통신 분야를 움직이고 싶었다. 이윽고 인텔에 몸담는 동안, 하나의 컴퓨터 칩이 완성되기까지 그것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때 정 대표는 스스로를 건축가로 표현했다. 유쾌하고 창의적인 사람 특유의 명랑함이 대화의 시작부터 느껴졌다.

인텔에서 칩을 만들었던 시간은 하나의 건물을 짓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칩 하나를 완성시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7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혹은 인기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고, 칩이 완성될 시기에 사람들에게 유효한 기능을 상상하고 기획해야 했습니다. 7~8년 뒤를 생각하며 일을 했고, 그때 구성한 아이템을 갖고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며 직장 모두 저마다 일정 경험치를 쌓고 나면 자연스레 창업을 시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 정 대표가 상상했던 미래는 어느새 현재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했던 시기, 그리하여 카메라도 MP3도 모두 하나의 디바이스 안에서 해결하게 되었던 시기에 그는 약 10년 뒤를 생각하며 아이템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그렇게 스마트 인프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의 상상은 손안의 스마트폰, 랩톱뿐만 아니라 도시에 깔려있는 네트워크나 CCTV, 미세먼지 센서 등으로 확장되어 오늘에 다다랐다.

쉽게 말하자면 스마트폰 같은 기능이 우리 생활 곳곳에 깔리는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그런 미래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저희의 주요 사업입니다. 기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하나금융은 내부 데이터 네트워크에서 저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전산 시스템을 스마트폰 쓰듯이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SKT 같은 경우도 그룹사 차원의 데이터 센터를 저희가 도맡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큰 데이터 센터를 짓는데 핵심이 되는 IT 네트워크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더 큰 사업이라면, 도시에 네트워크를 까는 일입니다. 대전의 상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리딩기업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장비의 점검부터 환경지수까지 하나의 통신망으로 체크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밖에도 가장 최근에 참여한 스마트 시티 사업으로 는, 부산의 에코델타스마트시티가 있는데 아토리서치IT 인프라를 이끌며 도시 전체를 관리하게 되었다고. 안전한 교통관리나 미세먼지 센서 등 사물 인터넷 기반의 전산·통신 시스템을 깔면서 도시의 정보가 한눈에 보이는 데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일이 진행 중이다. 과학소설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 차근차근 완성되어가는 중이다. 정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앞으로 5~10년쯤 뒤에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도시가 스마트폰처럼 저희 손 안에서 작동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습니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김영록 기자

앞으로 올 인정, 아토리서치의 시대

아토리서치는 최근 ‘2020 그랜드 클라우드 컨퍼런스에서 SDDC 제품인 클라우드앤(CLOUD&)’으로 과학 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인 ‘K-ICT 클라우드 산업대상을 수상하며 뜻깊은 연말연시를 보냈다. 그랜드 클라우드 컨퍼런스는 민간 클라우드 영역의 우수 혁신 사례와 디지털 뉴딜 시대를 맞아 클라우드 산업의 전략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 활용한 우수기업을 선정하여 ‘2020 K-ICT 클라우드 산업대상을 시상하고 있는데, 아토리서치가 장관상을 표창하게 된 것.

정재웅 대표는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며 등을 두드려 주는 기분이었다고 소회했다. 이렇다 할 레퍼런스 없이 0부터 스스로 만들어가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앞으로 일하는 데에 확실한 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진짜 보람을 느끼는 것은 다른 데서였다.

아토리서치제품이 큰 규모의 사이트에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돌아갈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낍니다. 크게 주목을 받거나 돈이 잘 벌릴 때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제가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그런지 우리의 제품이 세상 깊숙한 곳에 규모 있게 침투해 잘 돌아갈 때 참 짜릿합니다. 세상의 한구석을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너무나도 생소하고 새로운 분야라 자신들을 알아봐 주는 고객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을 터. 고객이 선택한 내 제품이 적재적소에 맞게 활용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기쁨. 그것만큼 CEO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으리라. 정 대표의 순수한 보람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반짝이는 도시들의 연결

외국에서 시작했으면 출발선이랄까 결과에 도달하는 데 드는 과정이 달랐을까를 묻는 일은 조심스럽다. 국내 시장의 경우, 새로운 기술에 한해서는 리더십이 다소 아쉽기 때문이다. 정재웅 대표 역시 기업의 실력과 경쟁 구도 등과는 무관하게 우선 해당 물건을 알아보고 구매할 고객이 있어야 사업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빨리 적용하는 분위기가 부족한 카테고리에서 자신들의 아이템을 증명하고 확인받는 것은 외로운 시간이었을 테다.

분명이 뜨는 시장이고, 성실히 기다리면 오는 결과일 텐데 그래도 8년은 좀 길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엇이든 결과가 느리게 나오는 게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빨리 경험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한국에서 워낙 좋은 사람 들을 많이 만나 아쉬움은 없습니다. 이제는 SDN 시장도 어느 정도 열렸고, 우리 제품도 충분히 고도화됐고, 그것을 팔아주고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탄탄하게 모이기 시작한 게 바로 작년이었습니다. 저희 나름대로 쌓아 온 것이 그동안 세상 밖에서는 잘 안 보이는 시기가 길었는데,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올 때가 된 거죠. 자리가 잡힌 느낌이라 즐겁습니다. 저희의 스마트 인프라는 도시 단위로 들어갈 때 진짜 빛을 발합니다. 대전과 부산뿐만 아니라 부천의 인프라를 구축할 때에도 리딩 기업으로 함께 했는데, 나중에는 해외 도시 단위의 사업에도 참여해보고 싶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우리의 스마트 시티 기술력을 해외에 어떻게 유의미하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조사하는 단계입니다. 모쪼록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유지연 기자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 ⓒ김영록 기자

촘촘한 고민한 만큼 오래 이어질 기쁨

아토리서치에는 항상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붙고 있다. 수식어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을 텐데, 최초이기 때문에 스스로 구축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파이에 대해 물었다.

하려면 차라리 세계 최초면 좋을 텐데요(웃음). 어디에 쓰는 시스템이냐고 묻는 고객에게 설명은 해야 하지, 마켓도 형성해야 하는데 레퍼런스는 없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와중에 보다 안정화된 외국 제품이 국내로 하나씩 들어오는 실정이었습니다. 내가 이제 겨우 한두 개 팔 수 있을 것 같을 때 해외에서 물건이 들어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유일이라는 타이틀의 장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없어 지면 국내에 아무도 이를 대체할 기업과 인력이 없다는 것.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 그래서 근본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앱을 만드는 사람도 함께 꽃이 피는데,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아직 한국이 너무 불모지인 거죠. 저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아니라 IT ‘사용강국인 것 같습니다. 전공 교수님들이 학생들에게 부지런히 기술을 가르쳐도 정작 국내에서 그들을 수용할 현장이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그래서 국내 유일의 SDN 전문기업 아토리서치가 더 굳건히 버텨 다음 세대들을 위한 자리가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쌓고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런 기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일 테다. 정재웅 대표의 말마따나 국가의 지원도, 국내 시장의 흐름도 두루 도착하고 있으니 아토리서치의 미래가 어찌 기대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만 잘하면 된다고 웃는 정 대표게 남다른 결의가 얼비쳤다.

여전히 초짜 CEO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뻔한 말을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과 지난 몇 년간의 경험에 섞여 내 마음에 와닿는 건 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고객들과 끈끈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제일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상황을 제일 좋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만 있으면 정말 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 까지 지금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정 대표는 끝으로 매년 위기가 없었던 적이 없고, 안 중요했던 시기가 없었다며 홀가분하게 인사했다. 지금의 그로서는 눈앞에 보이는 여러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살뜰히 잡는 데에 사력을 다할 것이다. ‘올해는 기회뿐이라는 확신에 왜 내가 다 뭉클해지는지. 그 기회를 같이 만들어 오고, 즐거이 함께 누릴 사람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가 언제나 가장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아토리서치식구들에게 늘 감사합니다. 투자자들께도 감사하고요. 또한, 일찍이 우리 기술을 믿어주고 구매해주신 핵심 고객분들에게 깊이 마음을 전합니다. 파트너사들도 물론! 감사합니다. 이제 진짜 돈 벌 때가 온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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