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권성달 교수 - 우리말과 우리 민족의 기원을 찾아서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권성달 교수 - 우리말과 우리 민족의 기원을 찾아서
  • 최선영
  • 승인 2016.09.12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이 구사하는 모든 언어는 소리와 단어, 그리고 단어의 배열까지 일정한 규칙을 갖고 문장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규칙을 좇아 찾아낸 비슷한 유형의 언어들을 ‘어족’이라 말한다. 각각의 하위언어를 통해 그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권성달 교수는 성서 속에 사용된 아람어를 연구하며 언어의 뿌리를 연구하는 한편 보다 정확한 성서 해석을 위한 밑거름을 쌓아가고 있다.

 

성서 아람어 연구로 폭넓은 구약 성서 연구의 기틀 마련

최근 권성달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하에 <성서 아람어의 어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람어’란 현재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두고 시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인 아람에서 사용하던 언어다. 권 교수는 기원전 11세기경부터 사용되던 언어라 소개하며, 아람은 기원전 8세기 중엽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했지만 그들의 언어는 소아시아, 인도, 이집트, 아라비아 반도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500년 간 사용되며 고대 근동의 국제어로 자리 잡았다.

“아람어는 이스라엘 땅에서 예수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언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소수지만 현재까지도 시리아, 레바논, 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언어이기도 합니다.” 권 교수는 구약 서 중 에스라서와 다니엘서 일부(10장, 268절)에 기록된 아람어의 어순을 분석했다. 그는 성서에 사용된 아람어와 히브리어는 어휘와 문법에서 80% 이상의 유사성을 갖고 있으나 어순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러한 차이점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라 설명했다. 나아가 최초의 언어인 수메르어부터 최초의 셈어인 아카드어, 우리말의 기원인 알타이어와의 연관성까지 연구하는 것이 이번 연구 논문의 주제다.

“성서 아람어의 어순에 관한 연구는 구약 성서 텍스트에 대한 보다 폭넓고 정확한 해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성서 아람어 외에도 여러 성서 고대 아람어 역본들과 시리아 역본 등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을 제시하며 구약 성서를 보다 심도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다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권 교수는 성서에 기록된 모든 성서 아람어의 문장을 SAS를 활용한 통계학적인 방법과 어코던스, 바이블웍스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문장의 범주, 종류, 장르, 동사의 형태, 시제 등 다양한 변수를 심층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성서 아람어에서 술어가 문두와 문미에 위치하고 목적어가 술어 앞과 뒤에 자유롭게 등장함을 발견했다며, 이러한 어순은 다른 언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유형으로 수메르어가 아카드어에, 아카드어가 성서 아람어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서 아람어는 아카드어와 성서 히브리어, 우가릿어 등 다른 셈어들 사이에서 과도기적인 언어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성서 아람어 어순 연구는 단순한 통사적 연구의 단계를 넘어 한 언어의 기원과 역사, 문명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로, 이를 위한 다양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 전했다. 특히 수메르어가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가정을 증명할 수 있다면 한민족의 뿌리를 세계 4대 문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의 언어적 연계성을 연구할 것이라 덧붙였다.

 

경험 통해 아로새긴 생명에의 경외심

“18년간 이스라엘에서 유학하는 동안 걸프전을 겪기도 했고,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내식당에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전신 40%에 3도 화상을 입고 3년간 재활훈련을 받는 등 다양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유학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특히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사랑과 배려, 겸손과 섬김을 늘 실천하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성달 교수는 건실한 목회자 집안의 자제이기도 하다. 개척교회 목사님인 부친 아래 5형제가 모두 목회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권 교수 역시 연구자이자 교수인 동시에 목회자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사랑과 배려가 담긴 목회자로서의 행동은 협회활동으로도 드러난다. 권 교수는 안양시장애인탁구협회의 총무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며, 협회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장애인 탁구 전용구장을 건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성서 히브리어나 성서 아람어에 단 한 번 등장하는 단어가 약 1,000개 정도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변 언어와 문서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후배들에게 양질의 자료들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는 현대 히브리어로 작성된 서적들을 우리말로 번역, 출판하며 관련 자료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성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리, 역사, 고고학,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문헌과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이러한 자료들을 국내에 소개한다면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였다.

끝으로 권 교수는 삶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그와 함께 현재의 상황과 작은 행복들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회사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대표자 : 박성래
  • 제호 : 월간인물
  • 사업자등록번호 : 227-08-617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성래 02-2038-4470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