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홍 선생·前 구봉신용협동조합 이사장 - 교육 봉사로 ‘더불어 사는 삶’ 실천하며 감동을 나누다
정재홍 선생·前 구봉신용협동조합 이사장 - 교육 봉사로 ‘더불어 사는 삶’ 실천하며 감동을 나누다
  • 안수정
  • 승인 2016.09.0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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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새로이 주어진 ‘100세 시대’는 준비 여하에 따라 축복일 수도, 반갑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만큼 미리미리 자신의 삶을 계획하며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재홍 선생은 1만 명에게 일본어의 눈을 달아주겠다는 목표로 20여 년 간 일본어 무료 교육에 앞장서왔다. ‘가르침 봉사’를 통해 자신의 행복은 물론 ‘나누며 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의 혜안(慧眼)을 들어봤다.

 

정재홍 선생·前 구봉신용협동조합 이사장

배움의 기쁨을 나눔의 기쁨으로

고희를 갓 넘긴 해방둥이, 30년 간 살아온 서울을 떠나 고향 땅 인근 ‘안물안‘에 일군 작은 연꽃지(蓮池)와 함께 살아가는 정재홍 선생은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은퇴 이후를 ‘열매 맺는 시기’라 표현하는 그는 2000년 우연히 가르치게 된 일본어를 시작으로 약 20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실천해온 무료 교육봉사를 통해 인생의 행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있었다.

정 선생은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해태유업에 근무할 당시 일본 출장을 다니며 일본어실력을 쌓았고, 본래 선생님이 꿈이기도 했던 그는 동료직원들에게 점심시간을 활용해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좋은 평판도 받았다. 혼자 공부해서 터득한 만큼 어려운 문법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쉽게 풀어 설명하며 초보자들도 일본어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 선생이 직접 개발한 발음 법칙이나 암기요령은 수강생들에게 인기다.

은퇴 이후 자신이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보답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그가 생각해낸 묘안은 일본어 강의였다. 무작정 대전시청 총무과장을 찾아가 설득 끝에 대전시청 직원들을 교육할 기회를 얻었고, 고향인 가수원동 도서관에서 지역민들을 위한 무료 강의를 이어갔다. 당시만 해도 ‘평생 학습’이라는 개념과 기회도 없던 때였다. 배움에 갈증을 느끼던 성인 학생들은 접수당일 80여명이 몰려 그의 강의에 환호를 보냈다. 정 선생은 구봉신용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조합원들을 가르치며 제자들을 만나왔다. 그는 외국어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하나의 무기라며 젊은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힘이 되어 줄 것이라 거듭 강조한다.

배움의 기쁨을 나눔의 기쁨으로 승화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정 선생. 중국어를 새로이 배우겠다고 다짐한 그는 자신과 6개월 이상 함께한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데 나섰다. 1시간 수업을 위해 10시간씩 중국어를 독학하며 스스로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신념을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삶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는 그를 통해 삶이 바뀐 제자도 있다. 봉사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귀감을 얻은 제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봉사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쭉농사를 짓는 제자는 일어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이웃과 나누고, 삶을 다시 설계하기 위해 60세에 다시 대학으로 들어간 제자도 있다. 정 선생이 떨어뜨린 나눔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희망의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인생 2막을 행복하게 열어준 ‘스승’이라는 자리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 제게 이렇게 큰 행복을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고 시작한 일이 지속되다보니 제 소문을 듣고 공부하기 위해 저를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6개월마다 한 번씩 새로운 제자들을 만난다는 설렘도 큽니다.”

정재홍 선생은 제자들과 깊은 교감을 통해 ‘진짜 선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강의료를 받고 가르쳤더라면 그저 ‘일본어 강사’로 그쳤을 세월이다. 고희를 맞던 지난 2014년 생일에는 구봉아카데미와 관저문예회관에서 연을 맺은 제자 100여명이 모여 정성이 깃든 선물에, 축시와 편지를 낭송하고 난타 공연과 색소폰 연주 등 풍성한 파티를 열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정재홍은 늘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렇듯 제자들과의 끈끈한 소통은 정 선생이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는 재능기부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 우연히 기회를 잡아 꿈꾸던 일을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냄비 속 삶아진 개구리(Boiled frog)’처럼 변화하는 온도를 인지하지 못해 생존의 위기에 봉착하고 말 것이라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들을 강의 속에 틈틈이 녹여내는 것 역시 그의 강의가 갖고 있는 매력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야를 선물하고 있었다.

정 선생이 강조하는 행복의 중심에는 ‘함께’라는 가치가 담겨있다.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 나아가 무생물조차 소중한 존재라며 우리의 삶을 둘러싼 모든 요소들과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안물안 蓮家>라는 무인카페를 오픈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안식과 힐링을 선사하고 있는 정 선생.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 둘이 ‘생명’과 ‘죽음’이라며, 남은 삶 동안 1만 명에게 일본어 눈을 달아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현재까지 대전시청, 가수원도서관, 서부교육청, 남대전농협, 여성회관, 대전시 교육청, 대전시 서구청, 구봉신협, 관저문예회관 등에서 교육봉사를 통해 2,000여 명의 제자를 만나왔으며, 이는 그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말을 들어보면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보이고, 미래까지 묻어온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결실이 바뀌듯 뿌린 말의 씨앗은 내일의 열매, 미래의 모습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 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며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정재홍 선생. ‘존경’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그를 통해 ‘존경’이라는 단어가 빛이 나고 있다. 그의 말의 씨앗이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맺을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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