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아동 존중과 진정한 자녀 사랑
[MonthlyNow] 아동 존중과 진정한 자녀 사랑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1.21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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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폭설로 집안에만 있던 어린이들이 나와 눈썰매를 타는 모습이 TV 뉴스 화면에 나왔다. 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놀이기구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느껴진다. 삼사십 년 전의 어린이들은 눈이 오면, 여럿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거나 (현대식 눈썰매는 없었기에) 비료 포대 같이 두껍고 큰 비닐을 구해 언덕 위에서 씽씽 타고 내려오며 놀았다. 90~2000년대에는 눈썰매장에서 부모들이 자녀가 탄 썰매를 직접 끌어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요즘은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이 없고 길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감돈다. 물론 아동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보편적 주거 형태가 아파트로 바뀌어 골목 문화가 사라진 탓도 있다. 그러나 공부에 바쁜 어린이들이 놀 시간도 부족하고 외부에서 혼자 노니는 것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상이 몹시 흉흉해졌다.

 

가족, 그리고 아동(兒童)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 상의 가족(家族)의 의미를 보면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정의하고 있다.

산업혁명기 이전 전통 서양 사회의 가족은 재산을 보호하는 기능을 했다. ‘가족의 필요성은 혼자서 결코 살아가기 힘든 사회구조 속에 상부상조를 위한 목적이 강했다. 직업의 전승도 가족을 통해 이루어졌고 위기 상황에서 생명 보호 기능도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의 가족은 애정으로 엮인 단위가 아니었다.

변화의 물결은 17세기 말부터 일어나게 된다. 학교 교육이 견습 수업을 대체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분리되었다. 학교 교육이 아동에게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재산이나 명예를 위한 존재로 간주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족은 아이를 중심으로 조직되기 시작했다. 19세기에는 가정과 직업 위주로 사회생활이 집중되며 점차 전통적인 사회성이 소멸되어갔다. {아동의 탄생저자: 프랑스 역사가,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ès : 1914~1984) 1960, 문지영 옮김, 새물결 , 2003, p35~p37}

우리나라 학자 이광규 (1992)는 가족을 동거 동재의 생활공동체이며 가옥, 가격(家格), 가풍(家風)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으로서의 문화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동(兒童)은 성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의 사람을, 아동으로 규정한다. 6세까지의 어린이를 유아라고 칭하며 통상 학령기 어린이부터 18세 미만, 청소년까지를 아동으로 본다.

 

가족구조의 변동과 가치관의 변화

1990년대만 해도 보통의 가정에서 조부모와 부부, · 자녀로 구성된 가족 구조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부모를 부양하는 직계가족의 비율은 크게 감소하고 부부와 미혼 자녀 구성의 핵가족이 일반적인 가족 형태이다.

핵가족화는 가족 구성원 간 유대를 맺는 시간의 감소를 가져왔다. 핵가족 구조는 조부모로부터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의 변화를 가져왔고 맞벌이가 보편화되어 자녀 양육은 전문 보육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공동체인 가족이 우선이었으나 현대 사회는 개인이 최우선이 되었고 개인의 능력 신장이 우선 과제가 되어 가족 구성원 간에도 개개인의 권리를 더욱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간다. 부부간 애정이 상실되면, 자녀를 위해 가정을 유지했던 과거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혼은 연간 11831건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21백 건) 한 반면 혼인 건수는 2392백 건으로 전년 대비 7.2% 감소 (-185백 건)하였다.

 

아동 학대와 아동에 대한 인식 변화

학대란 일반적으로 부모 또는 보호자가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지적, 사회적 발달을 저해하는 인위적 행동을 말한다. 신체적 학대에는 발로 차거나 때리거나 하는 심각한 신체적 상처를 유발하는 행위들이 있고 정서적 학대에는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거나 비난, 협박을 통해 아동의 정서에 치명적 영향을 주어 정신 및 행동에 장애를 가져오는 행위를 지칭한다. 또한 보호자가 의식주 및 보건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방임의 학대를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학대의 원인을 여러 요인이 복합된 다차원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정신의학적 관점으로 부모 개인의 성격 문제,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 부모 개인이 아동기 학대 피해를 겪은 뒤 성인기에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 실패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 자녀가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면 강압적 힘을 사용하여 통제를 하고자 하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동을 존중해야 할 인격체로 보게 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구한말인 1900년대 초 서양 선교사들의 기록 {: 미국 의료 선교사 로제타 홀 (Rosetta Hall)이야기}을 보면 당시 조선의 어린이, 특히 가난하고 지체가 낮은 집안의 여아들은 보통 이름도 없었다고 한다. 상당수 여아들이 당하는 고통은 매우 처참한 것이어서 아이의 부친이 진 노름빚을 갚기 위해 부모가 직접 어린아이를 기생으로 팔거나 가정에서 학대한다고 적고 있다.

산업 사회 이전의 농경 사회에서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처럼 취급되었다. 가산(家産)을 일구기 위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농업 사회에서는 남아 출산을 위해 다산이 일반적이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농사를 짓는 일손이 필요했기에 여아는 물론 남아(男兒)일지라도 학교 교육을 시키지 않고 농사일과 고된 노동을 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점차 뜨거운 교육열과 인식의 개선으로 세월이 지나며 아동에 대한 노동 착취와 학대는 사라져갔지만 한국 사회는 극도의 경쟁 사회로 아직 당신 자녀보다는 내 자녀가 우월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정부의 아동 학대 대처 방안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119일 열린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 부처와 함께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보호 강화를 위해 그간 여러 차례 대책을 마련해왔으며, 작년인 20207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 ‘즉각 분리제도 법제화’, ‘보호 쉼터 확충등을 내용으로 하는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아동 학대 사망사건 대응 과정에서 보완점이 대두되었다.

논의의 핵심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현장의 대응체계의 신속한 작동과, 신고 접수 후 초기 대응 역량 강화 및 조사 이행력 확보에 있다. 3월부터 시행하는 즉각 분리제도를 철저히 준비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을 위해 관련 기관과의 협력이 강화된다.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초기 대응의 전문성 및 이행력 강화와 (새로 배치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대상 직무교육을 총 160시간(4)으로 교육시간을 기존의 2배로 확대, 현장 체험형 실무교육, 법률교육 등 필수 업무 내용 위주로 내실화한다)

둘째, 단계별 현장 대응 인력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협업을 강화한다. (신고자 혼선 방지를 위해 일원화된 신고 접수 체계(112)를 안착시키고, 신고 외 아동학대 관련 상담은 보건복지 상담 센터(129)와 연계하여 신설한 아동학대 전문 상담팀에서 제공한다.)

셋째, 현장 대응 시 이행력을 강화한다. (아동학대 현장조사 시 출입 범위가 확대되고, 경찰 ·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직원이 수행하는 현장조사 거부 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동학대 처벌 법 제63조 개정, ’21.1월 공포 후 시행 예정)

또한 대응 인력을 확충하고 그 기능을 강화한다. (지자체의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를 위하여 전국 229개 시군구에 664명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조속히 배치하고, 수요 조사 등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추가 인력도 신속히 보강한다. 아동학대 현장 대응 인력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지원하고 현장 대응 인력의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또한 작년 202010월부터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 부처, 아동복지,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처벌강화 TF (태스크 포스 : Task Force. 특정 업무 해결을 위해 전문가 등을 선발하여 임시로 편성한 조직)’에서 논의해 온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키워 낸 자녀들 : 가슴 따뜻한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추천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아동 관련 학대 사건들을 보면서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아직도 어린이를 독립적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성인의 부속물로 여기는 미숙한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부가 자녀를 갖기 전,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자녀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양육해야 하는지 깊은 논의와 준비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처음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은 서툴고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연약한 생명인 아기를 우리 사회의 성숙한 구성원으로 키워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어려운 코로나 바이러스 정국과 경제적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는 지금, 가정에서의 자녀 양육은 예년보다 부가적인 어려움이 더욱 크게 대두된다.

이에 자녀 양육에 도움이 될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싶다. 추천하는 책은 과거 KBS 일요스페셜 프로그램에 방영된 적이 있는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박정희 , 걷는 책 2011) . 1945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기록인 이 육아 일기는 전쟁과 혼란한 시대를 관통하며 다섯 자녀들을 키운 지혜로운 육아 경험의 보고(寶庫)이다. 이 책은 한글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 선생의 둘째 자녀인 박정희 할머니께서 쓰셨다.

박 할머니는 1923년생으로 경성여자 사범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인천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할머니는 1944년 평양 출신의 내과 의사 유영호씨와 결혼, 41남을 낳으셨다. 이 책은 다섯 자녀들을 키우며 느끼는 단상과 일상의 추억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육아 일기 뒤편의 할머니의 50년 가족사와 인생 이야기도 큰 감동을 준다. 할머니는 맹인들의 교육에 헌신하신 부친, 송암 선생의 뜻을 이어 받았다. 박 할머니께서는 201412, 91세로 영면할 때까지 당신의 그림 전시회 수익으로 맹인들을 도우셨다. 박정희 할머니의 사랑 정신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이 책은 자녀 양육 기록만이 아니라 작은 역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 있고 의미 깊은 책이다. 현재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는 국가기록원 기록물로 보존되어 있다.

부모에게 자녀는 어떤 의미일까. 전통적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부모와 자녀 간 관계가 유독 끈끈한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과거의 편협한 핏줄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거시적협력과 상생이 필요한 시대이다. []라는 한정된 의식의 틀을 벗어나 거시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당신 아이, 내 아이 구분하기보다 좀 더 진보된 세상을 위해 당신과 나, 모두의 관점에서 아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힘을 결집하자. 그리고 나아가 그 사랑의 힘을 공동체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도약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어린이들이 진정 행복한 세상, 바로 그 사회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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