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가습기 살균제’ 논란ing...법원 판결에 피해자 ‘피멍’
[MonthlyNow] ‘가습기 살균제’ 논란ing...법원 판결에 피해자 ‘피멍’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01.15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숨쉬기도 힘든 고통 속에서 살고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이 또 시작됐다.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회사 관계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재판부의 결과는 가히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피해를 신고한 이들의 수가 지난 10년간 800여 명에 다다랐지만, 끝내 가해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피해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검찰까지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법원 1심 판결에 부당호소

서울중앙지법 형사23(재판장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에스케이(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홍아무개 전 이마트 상품본부장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옥시 등에 사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달리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폐 질환 간 인과관계 입증이 현재로선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근거는 질병관리청한국환경산업기술원환경부 등 유관기관이 수행한 동물흡입독성 시험 결과다. CMIT·MIT가 비강 등 호흡기 염증은 유발할 수 있지만 폐 질환천식 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결과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번 법원의 무죄 판결 직후 검찰과 피해자,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먼저 검찰은 이번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법원은 동물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전문가들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심사한 피해 판정 결과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법원의 판결들에 대해 모두 항소를 제기해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할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성수치를 숨기고 허위로 기재했던 사실,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실험 보고서 제목을 조작한 사실 등이 입증됐음에도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원료공급 업체의 형사책임이 모두 부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의 피해자 단체들도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납득이 불가한 사법부의 기만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뜻하지 않게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가진 유가족은 물론,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많은 피해자에게 절망감을 다시 안겼다는 것이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 또한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가해 기업 궤변에도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온갖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 피해를 의학적으로 검증하면 끝날 사안이라며 도대체 왜 동물실험으로 검증됐는지를 따지는 1심 재판부의 모습에서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이미 제품에 노출된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는 분명하고, 동물실험은 어떤 기전으로 제품이 건강피해를 유발하는지 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동물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니 인체에 대한 노출 피해의 원인을 알 수 없다라는 비상식적 판결을 하고 말았다라고 비판했다. 결국, 1심 재판부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특성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번 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한 상태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재판부 판단을 직격했다. 강 의원은 실제 피해사례가 많이 있음에도 이런 판결이 나온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라면서 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피해자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에게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명백함에도 경영 책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며 강하게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가해자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았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SK케미칼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 신고자는 모두 835명으로 파악됐다. 이마트애경이 함께 판 제품까지 합치게 되면 1,077명에 달한다. 작년 7월 검찰수사 결과 관련 피해자는 97명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12명이 사망했다.

법원 무죄 판결의 현실 앞에 여전히 너무나도 많은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 이 또한 모든 것이 증거다. 그 증거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법부와 가해 기업,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 모든 피해자와 함께 힘껏 다시 싸우겠다라는 피해자의 외침을 기억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