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국에서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 ‘코로나20’으로 불러야 하나?
[팩트체크] 영국에서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 ‘코로나20’으로 불러야 하나?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1.01.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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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유럽 전역으로 번지던 이 바이러스는 최근 국내 유입 사례가 보고되며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항간에서는 201912월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로 이름 붙었으니, 2020년 영국에서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도 코로나20’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과연 일리 있는 주장일까.

 

먼저 '코로나19'는 감염병의 이름이다. 병원체인 바이러스의 이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병원체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후속편'쯤 된다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유전자 염기 사슬을 감싸고 있는 형태다. 한 줄기로 된 유전자 염기 수는 약 3만 개(29,903), 염기서열의 변화에 따라 전파력과 치명률 등 바이러스의 특성이 바뀐다. '사스코로나' 12는 유전 구조가 79%만 일치한다. 바꿔 말하면, 염기서열이 21% 다르다는 뜻이다. 염기 수로 환산하면 6,280개 정도다. 이 차이 때문에 '사스코로나-2' 신종 바이러스로 분류됐다.

그렇다면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어떨까? 초기 조사에서 확인된 유전자 변이는 23개였다. 비율로는 0.07%에 불과하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99.93% 같다는 뜻이다. '사스''코로나19'를 가른 21% 차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로선 영국 변이바이러스를 '코로나20'으로 부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영국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에 붙인 임시 명칭은 'VOC-202012/01'. 'Variant Of Concern in December 2020'의 줄임말이다. 202012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변이'라는 뜻이다. 변종(Mutant)이 아닌 변이(Variant)라는 표현을 쓴 게 주목된다. 국내 전문가들도 '변종' 보다는 '변이'라고 부르는 게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자만 놓고 보면 '변이(變異)'는 달라진 것, '변종(變種)'은 종류가 바뀐 것을 뜻한다. 영국 바이러스는 코로나19의 특성을 바꿔 놓는 변종이라기 보긴 어렵고, 단순 변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러스의 단순 변이는 숱하게 일어난다. 지금껏 보고된 변이는 수천 개, 지난해 12월 이전까지 국내에서 유행한 변이만 S, V, GV, GR, GH 그룹 등 5종류다. 그러나 아직 '변종'이라고 부를 만한 유전적 변화 사례는 아직 단 1건도 확인된 적 없다. 다만, 생물학적으로 '변이''변종'을 구분 짓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우리 방역 당국마저 공식 브리핑에서 '변이''변종'이란 용어를 섞어서 쓸 정도다. 자칫 혼선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최대 6천 개에 달한다는 코로나19 변이 중에 유독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위험한 이유는 뭘까? 이제 막 접종이 시작된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바이러스의 변이 23개 가운데, 9개는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생겼다. 그중에서도 수용체 결합 영역에 해당하는 501번째 단백질(N501Y)에서 변이가 일어났다는 게 중요하다.

수용체 결합 영역이란 바이러스 돌기 부분 중에서도 우리 몸 안의 세포와 들러붙는 부위를 말한다. 영국 변이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더 쉽게 파고들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전파 속도가 70%, 1.7배 빠르다. 반면, 스파이크 단백질을 찾아가 공략하는 백신은 자칫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자물쇠와 열쇠에 비유되는 항원·항체 반응의 특성상, 자물쇠(항원-바이러스)가 바뀌면 열쇠(항체-백신)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어도 이번엔 열쇠가 맞지 않을 만큼 자물쇠 모양이 변한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존 백신이 통한다는 뜻이다. 특히 백신은 단일 항체가 아니라 이른바 '칵테일'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항체가 투입되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물론 백신을 접종 이후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백신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섣불리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2019년 중국에서 발병한 뒤 전세계를 감염시킨 '코로나19', 그로부터 약 1년 뒤,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코로나19보다 전염력이 70% 세다고 알려진 이 변이는 영국을 넘어 지구촌 전체에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항간에선 이 변이 바이러스를 '코로나20'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떠돈다. 그러나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의 차이가 0.07%에 불과하다. 바꿔말하면 유전 구조가 99.93% 같다는 뜻이다. 코로나192003년 발병한 사스 바이러스에서 분화됐는데, 둘 사이 염기 서열 차이는 21%였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유전 구조는 물론 성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변종'보다는 '변이'로 보는 게 타당하다. 영국 정부도 변이 바이러스의 임시 명칭에 'Mutant(변종)' 대신 'Variant(변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이번 '변이'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진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위협적이긴 하지만, 기존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의 신종 바이러스는 아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한 결과,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20’으로 부르기 어렵다.

근거자료 : ‘영국 의학 저널 'Lancet', Vol 395 February 22, 2020.’, ‘Medical Journal Armed Forces India’, ‘Journal of Bacteriology and Virology’, ‘영국 보건사회부(Public Health England), <Investigation of novel SARS-COV-2 variant: Variant of Concern 202012/01>’

박금현 기자 pkh@monthlypeople.com
박금현 기자 pkh@monthly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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