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의 주범 아닌 순환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난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의 자원화 이끄는 ㈜다경산업
환경오염의 주범 아닌 순환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태어난 ‘플라스틱’, 폐플라스틱의 자원화 이끄는 ㈜다경산업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6.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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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다경산업 대표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 ⓒ유지연 기자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탄소중립 시대에서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불가결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2025년부터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100% 재생원료로 만들 것을 의무화한 프랑스를 비롯해 2025년부터 페트용품에 재생원료를 30% 이상 사용하도록 한 우리나라까지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이다. 플라스틱 재생원료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이 절실한 지금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생·가공하여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다경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유전(油田)’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자원화하며 순환경제 구현하는 다경산업

친환경 리사이클링 업체 다경산업이 순환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부산 및 근교 지역에서 수집된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생·가공하여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는 도시유전사업을 통해서다. 부산시 강서구 생곡자원순환 특화단지에 자리한 다경산업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부산에 본사를 두고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이어가는 기업이다. 이준형 대표는 고향인 부산에서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바꾸고, 지저분한 도시 생활환경을 바꾸고, 부산의 바다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서 多更産業 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2019년경 폐플라스틱 폐기물과 해양쓰레기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러한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보자는 생각에서 다경산업을 설립하게 되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라 여겨지던 폐플라스틱 문제의 해법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낸다면 그다음 과제들은 보다 손쉽게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다경산업은 선별·압축, 세척·분쇄, 재생원료 생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정을 통해 하루 12t의 폐플라스틱을 재생원료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산자원재활용센터 등 6개 협력업체가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선별 작업에 매달린다. 이 대표는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선별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건 사실이지만 플라스틱처럼 생긴 것이라면 일만 무조건 분리 배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플라스틱을 하나라도 더 재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투명 페트병 등 투명한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생 가치가 높기에 반드시 분리 배출해야 한다.

폐플라스틱 재사용 공정의 핵심은 불순물 제거에 있다. 고도로 정제된 고품질의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만들기 위함이다. 다경산업은 지역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재생원료 신기술을 개발하고, 재생원료를 이용한 제품 개발 및 상품화를 시도하는 등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위한 설비와 기술 도입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노력은 재생원료 기반의 의류와 신발 등 다양한 생활 소비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친환경 양말형 신발 아쿠아 삭스. 지난해 초 중소벤처기업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된 다경산업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방적사와 3D 니팅기를 활용한 양말 형태의 아쿠아 슈즈 개발에 나섰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방적사로 신발 갑피를 제작해 GRS(Global Recycled Standard, 국제 재생 표준)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GRS 인증을 취득해 회사의 경영 및 사업 방향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신발 바닥에 부착하는 아웃솔에도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적용하고자 부산 신발 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는 대원플러스그룹의 송도해상케이블카에 페트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기념품을 납품해온 다경산업은 프랑스 소재 서프보드 제작회사와 함께 폐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업사이클링 서프보드 제작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와 직원들 ⓒ유지연 기자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와 직원들 ⓒ유지연 기자

지속적인 R&D와 협업으로 자원 순환효율 높여간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다면 석유를 쓰지 않고도 생활필수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페트병이 도시의 유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실제로 500mL 페트병 10개로 반팔 티셔츠 1벌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포츠 의류업체 아디다스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섬유인 폴리에스테르를 100%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다경산업은 더 많은 폐플라스틱의 자원화를 목표로 지속적인 R&D를 이어가고 있다.

다경산업은 자원 순환효율을 높이기 위한 가공공정 고도화를 목표로 여러 정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근적외선 검출기술 개발, 기계설비의 첨단화, 섬유 제조기술 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특허 취득 및 운용 기술 최적화, 기술적 노하우 데이터 축적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간다. 또한, 재생섬유를 이용한 친환경 신발 및 액세서리, 기념품 등을 자체·외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준형 대표는 신발 디자인 특허와 상표등록, 제품 디자인 개발 등의 업무를 추진 중이라 말했다. 마지막은 폐자원 처리 공정의 시스템화와 플랜트 설비의 국산화 및 수출이다.

대부분의 국내 폐기물은 올바로시스템이라는 관리체계에 따라 처리되고 있으나 이러한 시스템과는 별개로 발생·수집·처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폐기물의 발생 시기와 발생량, 처리방식 등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화해 운영·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이 밑받침되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할 때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다경산업은 동서대학교, DYETEC, 디자인컵 등과 상품 디자인 및 상품 시장가치 분석·연구, 신제품 개발, 제품 특성 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대원플러스그룹, YUYO(프랑스) 등과 친환경 상품군을 개발 중이며,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수호연합회 등 시민단체와 자원순환 공모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대원플러스그룹, 환경수호운동연합회와 자원순환 및 ESG경영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협력 방식들을 창출하며 지역 및 외부 기관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재활용을 모티브화 한 지··학 기반 R&D 협력과 체험관광형의 스마트한 종합재활용 단지 조성

다경산업은 폐플라스틱의 재생자원화 과정에 시민이 체험 관광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꾸린 제2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준형 대표는 공장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관련 설비를 확충함으로써 다양한 생활·산업 폐기물 처리와 친환경 재생 상품 생산을 한 곳에서 일괄 처리하는 스마트한 공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공정 전반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교육·전시 공간, 휴게공간이 마련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의 재활용·재사용·재생연료화 공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폐플라스틱의 자원화·상품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경산업은 부산 지역 해변가에서 발생하는 연 13t 규모의 해양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설비 설치를 위해 관련 제작 업체와의 협의 중이다. 부산 지역의 아름다운 해안 풍광들을 아름답게 지키는데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사업 영역이나 사회적 책임을 점점 더 확장시켜서 부산시의 깨끗하고 즐거운 도시환경을 가꾸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과 근교 지역의 환경 개선, 재생 자원 생산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 발굴과 추가적인 인력 채용, 창업지원 등으로 지역경제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포부와 함께였다.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환경 관련 업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물론 동서대 Q-칼리지와 협업해 엑스포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30 부산엑스포가 성공적으로 유치되어 다 함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대한 고민도 엿보인다. 다경산업은 동서대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한 것은 물론 지역의 대학생들이 청년기업가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및 액셀레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그 과실 또한 지역민들과 나누고자 한다며, 이 또한 순환경제를 구현할 선순환 구조의 일부라 말했다.

최근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키워드는 순환경제입니다. 플라스틱이 현대인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기에 사용 후 쓰레기로 폐기하는 과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플라스틱이 곧 새로운 자원이라 인식된다면 이는 보다 나은 생활환경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쓰레기를 매립, 소각한다면 매연이나 수질·환경오염을 유발하고, 탄소관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귀결된다. 그러나 재생·재활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의 쓰레기를 미래의 시간으로 보내지 않기에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산업용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경제적·사회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대표는 폐플라스틱 자원화 사업은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 내에 도시유전을 만드는 매우 아름다운 장점을 지닌 일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확신은 폐기물 관련 업종 분류에 대한 고민을 낳기도 했다. 각종 쓰레기들을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자연경관과 생활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를 선도할 정책기조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이 대표가 시민 체험관광형태의 공원을 꾸리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
이준형 ㈜다경산업 대표 ⓒ유지연 기자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다경산업,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어간다

친환경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를 알게 되며 이준형 대표는 친환경 리사이클링 업체 다경산업 설립이라는 꿈의 씨앗을 품었다. 파타고니아의 경영철학과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 다양한 경험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이후 직장생활 속에서도 늘 나는 세상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그리고 2020, 고향인 부산에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자신만의 철학을 펼쳐 보이고자 도시 생활환경 개선, 환경보호, 폐자원 순환을 목표로 다경산업을 창업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부산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다경산업을 운영함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는 가치는 소통과 신뢰다. 직접 현장에서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았다.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현장 행보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고물상을 운영했던 기억과 미 인디애나주립대로 유학을 다녀온 경험, 건설·유통·가구·농장·식당·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이 유효했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다가가고자 솔선했던 노력이 이제는 단단한 팀워크로 굳어졌다며, 하나의 목표를 향한 직원들의 노고로 다경산업이 성장해온 만큼 회사가 더 안정화되면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복지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윤봉길 의사께 휘호 하신 유지필성(有志必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라는 말씀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다경산업이 만들어가고 있는 일들에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참여한다면 만들지 못할 것,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순환경제는 비단 자원의 순환에 그치지 않는다. 재생원료의 소재가 되는 폐기물을 소비하고, 만들어내는 사람또한 순환경제 생태계 속으로 편입함으로써 폐플라스틱 자원화로 인한 성과를 다시금 사람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간다. 이 대표는 우리의 자그마한 자원순환 참여와 역할은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함께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순환경제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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