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만드는 작업
관광은 점을 선으로, 선을 면으로 만드는 작업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0.12.2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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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학교 글로벌관광학과 안용주 교수
선문대학교 글로벌관광학과 안용주 교수 ⓒ김영록 기자 

 

[월간인물 김영록 기자]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태에 관광 산업은 대응할 시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었다. 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 주최로 진행된 ‘관광·항공 회복 전략 토론회’는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전 세계 관광업 일자리가 1억 2,00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코로나 19가 항공산업에 미친 충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수준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25년 차 관광학과 교수이자 관광 산업 전문가로서 안용주 교수의 고민도 깊어진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함 또한. 하지만, 관광업이 예전처럼 활성화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려도, 여행 형태가 변한다 해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우리가 우리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면, 많은 고민을 통해 한 단계 더 진화한 여행의 미래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머리에서 가슴으로 또 발까지의 여정을 만드는 가르침을 줄 수 있기를

선문대학교 글로벌관광학과는 관광 산업 전반에 걸친 이론적 성과와 철저한 현장 실무교육을 통해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관광 분야의 글로컬서번트 리더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학과 학생의 현장학습 활성화를 통한 취업역량을 강화한 덕분에 2018년 기준 83.3%라는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여행업을 비롯해 MICE, 항공업, 호텔 및 리조트, 프랜차이즈 외식업, 면세점, 유원시설 및 이벤트업, 관광 관련 공사, 여행신문 및 잡지사 등 다양한 진로를 선택해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가고 있다.

“저는 관광을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관광 가이드 자격증만 취득한 후, 일본 유학을 떠났는데 우리나라보다 한참 앞서 근대화를 시작한 일본의 발전상을 돌아보며 무언가 깨닫게 되었어요. 그 후 교육자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고, 2008년에 선문대학교에 글로벌관광학과를 개설했어요. 당시, 국민소득의 증대와 더불어 해외 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학생들이 항공사, 호텔, MICE 산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취업을 했는데,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제자들을 보는 일이 참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25년간 교직 생활을 한 안 교수가 ‘교육’에 대해 지켜온 철학에는 학생들을 향한 그의 존중이 가득하다. 교수와 제자 이전에 인간과 인간으로 본인이 앞서 느낀 인생의 철학을 학생들에게 나눠주고자 한다. 격동의 80년대에 청년 시절을 보낸 자신에게 그랬듯 어느 시대나 삶은 쉽지 않기에 그 과정을 지나가야 할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덕분에 그의 학생들은 전공 서적 밖의 인생 또한 배운다.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두 개의 책 속 문장이 자리한다. 하나는 신영복 작가가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인용한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라는 글귀이고, 또 다른 구절은 ‘지식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정’이라는 말이다. 안 교수가 ‘가르침’이라는 행위에 어떠한 사명감을 가지는지, 학생들의 처음과 시작 그리고 행복한 삶을 얼마나 바라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무려 25년간 현장에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음에도 아직은 가슴 정도에 머무는 것 같다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하는 안 교수. 그가 전한 지식과 진심은 이미 많은 학생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발에 머물렀을 게 분명하다.

“어릴 때 막연히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수가 됐는데, 선생님이 된 건 제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같아요. 학생들과 같이 꿈꿀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저는 제가 살아왔던 경험 안에서 조언해주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경험하지 않았던 일을 이야기하는 건 못하겠어요. 체험해보지 않은 일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관광학과는 외국어가 필요하고 중요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영어 실력이 부족한데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늦은 나이지만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학생들이랑 같이 공부하다가 지금은 원어 강의도 하게 되었고요. 무엇이든 저는 해보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요. 그래서 항상 바빠요(웃음).”

 

지역 관광전문가에 현장 경험을 비롯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 필요

안용주 교수는 지역 관광 산업과 문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대전의 다양한 관광 정보를 알리는 대전마케팅공사의 상임이사직을 맡아 경영자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직원들과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가’ 등급을 받는 영광도 누렸다. 2015년부터는 충청남도 정책특별보좌관을 지냈고, 현재는 충남도의 균형발전위원회, 정보화촉진위원회, 경제정책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충남도와 도민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친 이론, 컨설팅과 현장의 괴리를 체험하며 분야를 아우르는 깊은 통찰을 얻은 그는 관광 분야의 전문가들이 현장을 익히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2018년 개최된 ‘충청남도 관광 모니터단 육성 교육’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 특히 학계나 연구소에 있는 분들은 필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관광 분야는 항공사나 호텔과 달리 소상공인이 상당히 많은 특징이 있어요. 제가 필드에서 이런 분들과 일하면서 전문가의 정책과 소견이 현장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적어도 관광 분야에서는 필드에 직접적인 파급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문화관광축제나 관광정책은 결국 지역주민과 소상공인에게 활력을 주는 정책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지역전문가와 주민들의 아이디어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편, 그는 오랜 시간 다문화가족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내 다문화가족은 100만 명을 넘어서며 인구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도 91만 명을 넘어섰다. 부정할 수 없이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90년대 초반 국제결혼으로 탄생한 2세들은 병역을 마치고 사회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이제는 그 3세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편견 없는 사회에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자신의 세대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2000년 이후 다문화가족의 수가 많아졌어요. 특히, 통일교 재단인 선문대학교는 국제결혼 커플이 많은데, 그즈음 2세 아이들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한 거죠. 그때 다문화 연구소를 만들어서 활동을 본격화했어요. 다문화 청소년 글로벌리더 양성사업, 다문화가족 교육 양성사업 등을 진행했어요. 보통 다문화가족 사업은 외국인을 한국화시키는 데 주력해요. 그런데 저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했어요. 한 사람을 정착시키려면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그래서 가족이 전부 오도록 했어요. 남편도 반드시 와야 하고요.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선문대학교 글로벌관광학과 안용주 교수 ⓒ김영록 기자 

 

충남 지역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

충남도는 ‘균형발전’을 위한 예산을 책정해 각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사업은 충남 전체의 균등한 발전과 저발전 지역 내부 역량 강화, 성장동력 사업의 발굴 및 추진을 목표로 한다. 안용주 교수는 소위원회의 일원으로 9개 시·군에 대한 사업 발굴을 마무리했다.

“충남도의 15개 시·군이 골고루 잘 사는 게 아니에요. 천안, 아산, 당진, 서산 네 곳은 산업체가 많고, 인구도 급속도로 늘고 있어요. 젊은 노동자가 많으니 도시 자체가 활기차죠. 그러나 4곳을 제외한 나머지 11개의 시·군은 상황이 좋지 않아요. 충남의 균형발전 사업은 5,000억에서 6,000억 규모로, 9개 시·군 각각에 균형발전 사업 계획을 세워서 예산을 지원받는 방식이에요. 예산을 그냥 책정하는 게 아니고 10여 개의 사업 계획서를 가져와야 하거든요. 한 시·군당 500~600페이지에 달해요. 어떻게든 예산을 책정받아 시·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2020년은 이 사업에만 매달렸어요. 다행히 예산 심의가 잘 끝났고, 관계자 간 타협도 잘 이루어져서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2020년에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에요.”

그는 안면도 태양광발전시설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10년 가까이 방치되어 있던 폐염전과 목장용지에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이번 사업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소실된 남대문 복원에도 사용된 안면송을 제공한 안면도는 예로부터 바다와 천혜의 자연을 통해 삶의 휴식과 힐링을 주는 치유의 섬이기도 하다. 안 교수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태양광발전시설이 안면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을 지속가능한 관광 측면에서 어떻게 훼손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공론화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형태의 관광에 대비할 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충남도에서도 관광 분야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기업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책들이 숨 가쁘게 다뤄지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팬데믹의 장기화는 사회 각계각층에 시름을 안겼고, 무엇보다 관광 관련 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겪었다. 대비할 시간도 없이 모두가 크고 작은 손해를 입었지만, 충남도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살펴보며, 상황에 따른 지원책을 통해 관광 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안용주 교수 역시 전문가로서 다양한 계층들과 어려움을 버텨내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팬데믹 이후에 주변에 머물렀던 디지털이 관광의 중심이 되었고, 인공적인 대규모 집적시설보다는 자연과 함께 즐기는 힐링과 휴식공간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규모의 패키지 관광에서 탈피해 가족, 연인 등 소규모로 안전과 청결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관광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연간 3,000만 명에 달하는 해외출국자가 K-방역의 성공에 따라 국내로 유턴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시점에서 대규모 집적시설이 미비했던 지방은 자연과 벗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수도권 인구를 유인할 필요가 있어요. 수도권에서 1시간 내외로 올 수 있는 충남은 바다와 내륙을 겸비한 최대 수혜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로 황폐해진 산이 안식년을 통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듯, 코로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잠깐의 ‘멈춤’을 호소하는 존재인 것 같다고 안 교수는 말한다.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모두가 겨우 더듬어가며 살얼음을 걷고 있는 형국이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의 고충을 들으며 업데이트와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안 교수는 K-방역의 선방으로 수출이 호조를 이룬 덕분에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경제적으로 약간은 안도할 수 있지만, 국가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며 숨 고르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건강하게 학생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고 수행하겠다는 다짐 또한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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