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라도 더, 생명에 대한 절박함 끝에 탄생한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산악수색시스템’
한 사람이라도 더, 생명에 대한 절박함 끝에 탄생한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산악수색시스템’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5.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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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지난해 119구조대가 출동한 전국의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12000여 건에 달한다. 봄철인 4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는 사고는 가을철 가장 많이 발생하며, 주요 원인으로 실족과 길 잃음, 사고 부상 등이 있다. 구조대상자를 구조함에 있어 스마트폰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GPS를 통해 조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경사도가 심하고 능선 사이의 골이 깊은 우리나라 산악지형의 특성상 GPS 위성이 스마트폰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삼각 측량이 안 되거나 이동통신 전파 음영 지역이 발생해 구조대상자의 사고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문제가 커진다. 대한산악구조협회 최종찬 이사는 KCA와의 공조를 통해 이동통신 기지국 정보를 분석하며 보다 효율적인 구조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전국의 전문 산악인들과 함께 산악구조에 나서는 대한산악구조협회

전국 700여 명의 전문 산악인들로 구성된 민간 산악구조단체 대한산악구조협회(회장 노익상)가 최소의 인원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며 산악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산악구조 성공률 극대화를 목표로 조난자 수색에 대한 전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소중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이어왔다. 대한산악구조협회의 교육 이사를 맡고 있는 최종찬 이사는 매년 52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정기 교육을 이수해야만 구조대원 자격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회 구조대원에 대한 구조기술 교육 외에도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구조대원 교육과 중앙소방학교 산악구조 교관양성 과정 중 이동통신 기지국 활용 구조대상자 위치 분석과 지능형 산악구조 시스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어릴 적 산동네에서 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레 산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암벽등반, 빙벽등반을 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산에 대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죠. 그러다 보니 산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산악구조협회에 가입해 구조기술을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구조 활동에 뛰어들게 되었죠.”

현재 전북 전주에서 전문의약품 유통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최 이사의 오랜 꿈은 화재를 진압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소방관이었다. 그는 소방관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동안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산악구조라는 활동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산을 찾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산악사고 대부분이 준비 미비와 인위적인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까닭이다. 또한, 도심지 전파 경로와 산악지역의 전파 경로가 다르듯 산속은 일상의 도심과는 많은 차이가 나기에 산에 오를 때에는 작은 배낭 속에 여벌의 옷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따뜻한 물을 챙겨가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실제로 기온 변화가 심한 산에 가벼운 옷차림만으로 들어섰다가 저체온에 빠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곤 한다.

 

수색 구조 실패 딛고 찾아낸 답, 기지국의 커버리지 속에 단서가 있다

최종찬 이사에게 20161222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전북 진안 운장산에서 발생한 등산객 조난 사고였다. 100대 명산으로 알려진 운장산 등반을 위해 산에 오른 지 두 시간 만에 기상이 악화하며 길을 잃고 만 것이다. 119에 구조 요청이 들어온 직후부터 1231일까지 10일에 걸쳐 1,400여 명의 소방관과 경찰, 군인, 민간구조대원들이 정밀 수색을 진행하였으나 끝끝내 구조대상자를 구조하지 못한 채 가족들의 요청으로 수색을 종료해야 했다. 당시 창업 후 반년여가 갓 지난 신생 사업가였던 최 이사 또한 10일의 수색 기간 중 7일을 수색에 동참했다.

수색 범위를 설정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여 구조대상자가 운장산에 있는 포장된 임도를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과 임도 안쪽으로 수색 범위를 한정 짓는데 목소리를 함께했습니다.”

수색 구조가 실패로 끝난 후 9개월여가 흐른 2017922, 최 이사는 뜻밖의 소식을 마주하게 된다. 버섯채취를 위해 운장산에 올랐던 한 등산객이 수색 한계선으로 정한 임도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백골 상태의 구조대상자를 발견한 것이다. 최 이사는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서를 통해 발견 좌표를 확인한 후 한걸음에 현장에 달려갔다고 말했다. 도저히 올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위치에서 발견된 구조대상자를 보면서 그는 무거운 죄책감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그리고 구조 실패 원인 분석을 위해 수색구조 당시의 모든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구조대상자가 119에 구조 요청한 통화 내용과 기록, 경찰이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입수한 이동통신 기지국 수신 기록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구조대상자가 119에 구조 요청을 하는 동안 수신된 여러 개 기지국의 위치가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1330분경부터 1640분경까지 약 3시간에 걸쳐 5개의 기지국에 15번 정도의 수신 기록이 남아 있었죠. 해당 기지국들은 운장산 정상 기준으로 최소 3km에서 30km 넘게 떨어져 있었기에 의문이 더욱 커졌습니다.”

당시 활용되던 수신 기지국 활용 수색 매뉴얼은 수색 범위를 기지국 반경 500m~2km로 설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조대상자가 1193차례에 걸쳐 통화했던 수신 기지국 간 거리는 30km에 달했다. 매뉴얼을 벗어난 위치였기에 수색 범위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최 이사는 수신된 기지국 정보가 구조대상자의 이동 경로를 알려줄 것이라는 직감으로 산악지역에서의 이동통신 전파 흐름의 특징에 대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도심지와 달리 산악지역에서는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인 UHF(극초단파)의 직진성이 강해 고도차가 있다면 가까운 곳에 기지국이 있어도 수신되지 않고, 고도가 비슷한 멀리 떨어진 기지국에 수신된다는 사실과 원거리 기지국에 수신될수록 구조대상자는 산 정상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도차로 인해 수신되지 않은 기지국의 수신 영역인 커버리지를 분석한다면 수색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 있다. 최 이사는 구조대상자가 입산한 산과 수신된 기지국의 방위각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기지국의 형태에 따라 커버리지를 분석한다면 수색 범위를 최소 1/4에서 1/12까지 줄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등산객의 유형, 목적, 성별, 나이, 신체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적의 수색지역을 설정함으로써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일념 끝에 탄생한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산악수색시스템’, 수많은 구조 사례로 효과 입증해

연구 초기 최종찬 이사는 산에 설치된 기지국을 찾아 일일이 산을 오르내리며 수동으로 기지국 커버리지를 만들어갔다. 최 이사는 김정호 선생이 대동여지도를 그리듯 수작업으로 일일이 자료를 구축하다 보니 어딘가에는 기지국의 위치와 정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 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상은 기지국의 위치와 정보는 물론 커버리지를 시뮬레이션으로 표현하는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하 KCA)의 주파수 종합정보시스템 전파누리와 인연을 맺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 이사가 진행하던 연구가 탄력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후 전파누리는 최 이사의 연구주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제안해왔고, 최 이사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명감에서 그간의 연구 자료를 기꺼이 공유했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버거울 수도, 속도가 느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공익을 위해 공유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해당 연구가 구조대상자 구조에 있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판단한 전파누리는 솔빛시스템에 용역을 주어 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솔빛시스템 주관하에 창원소방본부, 전북소방본부, 강원소방본부, KCA, 대한산악구조협회와 2021년 혁신조달 연계형 정부 R&D 사업을 수행하며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산악수색시스템은 지난해 11월 실증사업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재는 시스템의 필요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중앙소방학교에서 시스템과 수색기법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소방학교와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했던 교육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일선에서 느꼈던 갈급함을 해소해준 까닭이다.

2019129일 전북 모악산에서 조난된 고등학생 2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던 사건은 산악구조의 의미와 가치를 최 이사의 가슴 속에 더욱 깊이 새겨주었다. 당시 회사 회식 중이던 최 이사는 소방서로부터 연락을 받자마자 장비를 챙겨 택시를 타고 모악산으로 달려갔다. 현장에서는 80여 명의 경찰이 산 아래 수신된 기지국 반경 500m 이내를, 소방은 다른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하산 도중 길을 잃은 아이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이동하는 바람에 구조 요청 중 휴대폰이 꺼진 데다 구조 요청 장소가 GPS 사각지대여서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이에 최 이사는 수신 기지국과 비수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해 조난된 아이들의 위치를 특성하고, 경찰에게 경력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 이사는 밤 11시경 단독으로 산에 올라가 자신이 분석한 위치에서 저체온에 빠진 아이들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유난히 춥던 겨울 산속에서 7시간 동안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다가 모든 감각이 사라지며 포기하던 찰나였다. 당시 극적으로 구조되었다며 기뻐하던 아이들의 표정은 최 이사가 진행해온 연구의 방향성이 옳았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후에도 소방과 경찰이 수신 기지국 주변을 수색할 동안 기지국 커버리지를 분석해 기지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난당한 구조대상자를 찾아내는 사례가 이어졌다. 10일 이상의 장기 수색에도 찾지 못하던 구조대상자를 빠르게는 30~40분 이내에 찾는 경우도 많았다. 최 이사는 수많은 구조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듯 이동통신 기지국 커버리지 분석을 통한 산악지역 조난자 위치 파악은 혁신적 방법이라며,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연구였기에 연구를 진행해감에 있어 어려움이 컸습니다. 구조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본업이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자주 발생해 곤란을 겪기도 했죠.”

이동통신 기지국 커버리지를 통한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분석하는 연구와 더불어 산악지역에서 구조대상자 수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수색 앱 개발도 함께했다. 산악지역에서 수색이 진행될 때 민관군 대규모 수색 인원이 동원되는데 이때 동원된 인원들이 흩어져 정밀 수색을 하는게 아니라 대부분 기차놀이 하듯 일렬로 이동하며 수색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적은 인원으로 빈틈없는 효율적인 수색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솔빛시스템과 함께 연구하여, 수색 대원들의 움직임을 GPS를 이용 트랙으로 나타내어 지휘본부에서 실시간 대원들의 수색루트를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수색 공백 구간을 바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수색 지휘본부에서 대원들이 수색한 루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동일구간 반복 수색 등 투입 대비 비효율적 수색 방법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수색현장에서 경찰 기동대원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이 대원의 트랙을 역추적하여 위치를 확인해서 쉽게 휴대전화를 찾았을 정도로 매우 효율적이다.

최 이사는 골든타임 내 구조대상자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기지국 관련 정보에 대한 법령 개선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기지국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정보가 미비하다면 분석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기계적 자동분석이 어려워 여러 정보를 수동값으로 전환 입력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구조대상자의 위험도는 높아지게 된다. 최 이사는 정확한 기지국 정보와 더불어 시간대별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구조대상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상세 기지국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통신 영장이 필요한 데다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이 강화되고 있어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며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할 때가 많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마저도 구조대상자의 구조 요청이 경찰에 실종으로 접수된다면 경찰법 4조에 따라 경찰이 수색지휘를 할 수 있어 구조대상자에 대한 여러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지만, 소방에 구조 요청을 하게 되면 관련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라 구조에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 이사는 어느 기관이 주관하든 골든타임 내 신속한 구조를 위해 기관이 우선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공유해야 함을 강조했다.

드론의 열 감지 기능이나 정밀촬영 기능 등을 이용한 산악지역 조난자 수색 시도에 대한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산악지역에는 의외로 전파 음영지역이 많기에 숲이 우거지거나 골이 깊은 지역에서는 기대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드론에 간이 이동통신 중계기를 설치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간이 이동통신 중계기가 설치된 드론을 전파 음영지역에 날려 보낸다면 구조대상자와의 음영이 해소되어 통화는 물론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에서다.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최종찬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 ⓒ유지연 기자

사람에게서 받은 따뜻한 온정,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향하다

자신의 삶을 기꺼이 타인을 구조하는데 할애하고 있는 최종찬 이사의 어린 시절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만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다. 이후 주경야독으로 고등과정과 대학과정을 거치며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 최 이사는 자칫 엇나갈 수 있었던 젊은 시절 자신을 바로잡아준 것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의 곁을 지켜준 좋은 사람들이 현재의 그를 키웠다.

첫 번째 인연은 야학이었다. 최 이사는 이상할 정도로 무료로 헌신하는 야학 교사들에게서 선한 영향을 받았다며, 받은 만큼 다시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는 야학 교사로 활동하며 배움의 나눔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여행 중 만난 인연들이다. 20대 초반 최 이사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자 무전여행을 떠났다. 추운 겨울날 여행 중 만난 방위병의 집에서 지낸 기억은 현재까지도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소복하게 쌓인 눈 속에서 중풍에 걸린 몸으로 한쪽 다리를 끌면서 최 이사가 묵고 있던 방의 연탄을 갈아주시던 방위병의 아버지와 북한산에서 폭설로 길을 잃은 후 16시간 만에 극적으로 돌아온 자신을 기다려주던 그 가족들, 강화도 마니산에서 12시간 이상 걷다 얻어 탄 덤프트럭에서 잠이 들자 행여 자신이 감기에 걸릴까 봐 창문을 꾹 닫고 운전하시던 기사님 등 삶 속에서 만난 선한 사람들은 그의 삶에 뚜렷한 이정표를 새겨주었다. 전파 데이터를 활용한 산악수색시스템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공유해온 최 이사는 본업에서 은퇴한 후에는 마음이 맞는 분들과 순수 민간 구조 학교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지난 20여 년간 800평 규모의 농사를 지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내와 함께 제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내일을 그리는 그다.

사람들은 제게 참 실속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힘들게 지은 농사는 사람들과 나누고, 창업 이후 양적 성장을 일부러 억제하며 회사 일보다는 사람 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들 말하죠. 저는 창업 당시 했던 저와의 약속을 잘 지켜가고 있습니다. 저를 믿고 이끌어주신 거래처에 최선을 다하고 거래처를 늘리지 말 것, 구조 활동을 열심히 하자는 것이었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저를 언제나 믿고 응원해주기에 이 실속 없는 일들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교육, 구조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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