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청춘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 늙지 않는 삶에 대한 기대
[MonthlyNow] 청춘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 늙지 않는 삶에 대한 기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0.12.1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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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흥미를 가지고 읽은 동화 중에 영국 작가 헨리 라이더 해가드(Henry Rider Haggard: 18566~ 19255)가 쓴 동굴의 여왕(원제: she)이라는 작품이 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여왕, 아이샤(Ayesha)2000년을 뛰어넘는 사랑과 집념이 얽힌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내게는 사랑 이야기보다 불사(不死)의 삶을 사는 여왕 아이샤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 깊었다.

책을 읽은 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야기 후반부의 충격적 결말이 생생히 기억에 떠오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며 불멸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든 그녀. 그러나 애석하게도 불길 속의 그녀는 젊음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2000년 세월을 그대로 자신의 몸에 돌려받게 된다. 어여쁜 얼굴은 간 데 없이 주름투성이의 얼굴과 사그라드는 육체, 고통 속에 여왕은 사라지고 그에 대한 세세한 묘사는 어린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그 책을 읽을 때, 열 살이었던 나는 동굴의 여왕처럼 2천 년이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동굴의 여왕은 내게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행복할까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했던 슬픈 결말의 신비스러운 판타지였다.

 

동안(童顔) 권하는 사회

마르고 작은 체구의 나는 청년 시절, 동안이라는 이유로 초면의 상대방으로부터 반말을 듣는 일이 꽤 많았다. 그때마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이 기분 좋기보다는 반말이 불쾌하여 실제 나이를 바로 드러내고 따지곤 했다. 그러나 이런 젊음의 시간은 어느새 날아가듯 지나갔고 이제는 어디서 건 실제 나이를 밝히고 싶지 않은, 세월의 더께가 서글픔을 느끼게 하는 때가 되었다.

요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실제 나이보다 동안(童顔)으로 보인다는 립 서비스에 가까운말이 대세적 표현이지,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는 말은 상대에게 큰 결례가 되는 시대다.

백 세 인생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들리더니 이제는 의학의 급격한 발달로 앞으로 백세 그 이상의 삶도 가능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기네스북에 기록된 1875년 생 프랑스의 잔 깔망(Jeanne Calment) 할머니이다. 그녀는 1997년 사망하기까지 122세를 살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백세를 사는 사람은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 보통 80세 즈음부터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게 되고 육체의 기운이 쇠잔해 가는 가운데 남은 생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백세 이상 인구가 늘고 있다

세계적 장수(長壽) 국으로 알려진 국가는 일본이다. 2019915, 일본 후생노동성이 일본 경로의 날(916)’을 맞아 초고령자 인구 수치를 발표 한 바 있다. 당시 인구 통계에 따르면 일본 전역의 백세 이상자 인구수는 71238명이었다. 일본의 백세 이상 인구는 1981년 처음 1000명을 넘은 이래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에는 6만 명을 넘었고 일본 국립 사회 보장 인구 문제 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향후 십년 후 백세 이상 인구 수치는 18만 명이 넘게 될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8월 말 주민등록 기준으로 100세 이상 인구는 총 21,411( 보건복지부 제24회 노인의 날 기념식 보도자료 참조 : 남자 5,203, 여자 16,208)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화란 무엇인가

늙는다는 것은 외모에서부터 먼저 드러나게 된다. 서서히 흰머리가 나고 해가 갈수록 얼굴과 목, 손 등 시선으로 변화의 포착이 가능한 신체에 주름이 확연한 것을 보게 된다. 이십대와 달리 신체 기능 운동성도 서서히 저하된다. 신체 능력을 쇠퇴시키는 노화가 확연히 진행되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전적으로 노화(老化)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생체 구조와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을 뜻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블라바트닉 연구소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 · 장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 David A. Sinclair)는 노화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노화세포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인체는 세포가 늙어감으로써 점점 늙는 것이다. 노화세포란 번식을 영구히 멈춘 세포들이다.

텔로미어(telomere: 말단 소체. 그리스어 텔로스(telos:)와 메로스(meros:부분)의 합성어)는 진핵생물 염색체 각각의 말단부에 존재하는 반복적인 염기서열을 가지는 DNA 조각이다. 이것은 염색체 말단의 손상을 막고 근접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분열이 반복되면 막대 모양의 DNA인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져서 결국 사멸한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의 끝에 달려 있는 DNA가 노출된다. 세포는 DNA 끝이 노출된 것을 그 부분이 끊겼다고 인식한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노화가 일어난다.

이것은 호주 출신 미국 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과 미국 생물학자 잭 W. 쇼스택(Jack W. Szostak), 미국 분자생물학자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가 함께한 연구에서 밝혀졌다. 효모와 사람의 세포에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노화 현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캐럴 그라이더 박사는 지도 교수였던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함께 염색체 후속 연구 과정에서 말단소립 복제효소를 발견했다. 인공적으로 합성된 텔로미어 DNA 조각에 세포 추출물을 넣자 텔로미어가 추가로 합성되는 것을 알게 된다. 글라이더와 블랙번은 연구 끝에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를 분리했다. 배양하는 피부세포에 텔로머레이스를 넣으면 세포가 노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명 연장을 위한 노력 : 누구나 삼천갑자 동방삭이 될 수 있을까

노화 시계를 다시 세팅하여 세포가 노화하는 일 자체를 막기 위한 연구가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의 저서 노화의 종말( 데이비드 싱클레어 · 매슈 D 러플랜트 共著, 2020년 부키 ,p281~p290)에 의하면 세포 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을 통한 노화 시계 재설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신체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노화 관련 질환의 치료에 우선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의 학자들은 이러한 생명공학 기술 발전을 통해 흰머리가 없어지고 상처는 더 빨리 치유되며 신체 기관이 재생되고 다시 젊어지는 그날이 올 것이라 예측한다.

유전학의 발전으로 환자의 유전체 정보 분석(즉 개인 맞춤 의학 프로그램을 통한 유전체 서열 분석 저장을 통해)이 시행된다면 질병에 걸린 뒤 치료하는 기존의 차원을 넘어, 미리 질병을 예방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 예견된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또한 개인 생체 감지기(biosensor)를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말한다. 이제는 스마트 워치로 자신의 바이탈 수치를 체크하고 각자의 신체 리듬, 식이 상황과 섭생을 기록한다. 신체 건강을 체크하는 다양한 센서들의 개발은 이러한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장수하려면 우리의 일상 중, 식생활 습관을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연구한 학자들은 소식(小食)하기를 권한다. 우리 몸을 적절한 결핍 상태로 두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기존의 연구 외에 이제는 기술의 발전과 발맞추어 생체 계측학과 분석학을 이용한 다양한 기기들이 우리의 건강한 삶을 돕는다. 개발된 장치들은 스트레스 수치를 알려주고 개인에게 몸의 기능과 적정 생체 지표 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능력에 맞는 생활 습관 개선에 대한 최적의 선택을 유도한다. 가히 기술의 발전이 삶을 연장 시키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안티에이징 시대, 가는 세월 두려워 말고 담대해지기를

현대는 인간의 신체 기관이 손상되거나 장기 기관이 병들었을 때 기능 회복을 위해 장기를 교체하는 기술이 시행되는 시대다. 과거의 의술로는 이미 사망 판정을 받았을 수많은 생명들이 삶을 연장해 살고 있다.

늙는다는 말은 삶과 죽음’, 이라는 단어 못지않게 우리에게 쓸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삶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와 달리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 생명 현상의 끝을 알리는 죽음.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과의 이별.

현대인들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홈쇼핑 채널에서는 수시로 항 노화(抗老化) 화장품을 선전하고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며 그런 제품들이 젊음을 지속시켜 준다고 유혹하고 있다. 한국의 성형 의술이 세계최고라고 평가받는 현시대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체 부위도 돈을 들이면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외모에 대한 핸디캡으로 심리적 위축을 느낀다면 의술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사회의식의 변동이 사람들의 마음에 외면을 중시하는 풍조를 강화하는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해진다.

삶에서 무엇에 방점을 찍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일까. 정해진 답이 없는 근원적 물음을 던져 본다. 미래의 시계는 변함없이 돌아갈 것이고 새해 11일이 밝아오면 우리는 각자 나이에 한 살씩 더 보태게 된다.

흰머리가 더 생기고 주름이 늘면 어떠랴. 각자의 계획과 생() 앞에 놓인 과제를 풀어가며 삶의 시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뿐.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우리의 시간을 채워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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