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감염병 시대 국민을 지켜낸다, 생명을 살리는 국민 건강보험제도
[MonthlyNow] 감염병 시대 국민을 지켜낸다, 생명을 살리는 국민 건강보험제도
  • 박미진 기자
  • 승인 2021.04.0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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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전 세계인들이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제도이다. 가입자인 국민들이 낸 기여금(보험료)을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다 국민이 필요시 급여를 제공하는 이 제도는 국민 복지 향상과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사회보장 제도의 일환인 건강보험 제도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7771일이었다. 국민들의 평생 건강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 제도는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가입이 제도화되었고 40년 넘는 시간 속에 우리 국민의 건강지킴이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건강보험 제도의 연원을 살피다

20세기가 시작되며 세계 여러 나라들이 현대적인 의료보장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치하에 놓여 있던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제는 1920년대에 일본 국민을 위한 의료보장 제도를 도입했으나 식민지인 조선의 국민은 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의 통치를 위해 구호(救護)나 구빈(救貧)의 목적으로 제한된 사업을 펼쳤을 뿐이었다.

당시 관립 · 공립병원이나 공의(公醫)가 있는 지역은 빈한한 이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였고 의료 여건이 열악한 면 단위 지역에는 2개씩의 구료상자를 비치하여 환자들이 필요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경성제대 부속병원과 도립병원, 적십자병원 등 일부 기관에서 국고와 일왕의 은사금 (은사금:임금이 내려 준돈을 의미)’으로 구호 사업이 실시되기도 했다. 이후 경성 동부 인보관, 실비진료소, 대구 동산병원, 부산 공생 의원, 해주 구세의원, 평양 연합기독병원 등 민간 시설과 제생원(濟生院)으로 구료(救療 : 병을 치료할 능력이 없는 가난한 병자(病者)를 구원하여 치료해 줌) 사업이 확대되었다.

1944 31 조선구호령이 제정되었다. 일제가 자국에서 실시하던 사회보장 정책을 조선에도 도입한 것이었으나 실질적 의료보장 역할과는 거리가 먼 식민통치 일환으로써 형식적인 제도에 불과했다.

해방 후인 19488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야 사회보장 제도를 기획하고 실질적 시행 가능한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19497월 보건 행정 업무를 위한 보건부가 출범하였다. 정부 조직의 출범으로 사회보장제도, 사회보험제도, 건강보험제도 등의 용어들이 정책상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관련 기관은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제도의 도입을 위해 검토하기도 했으나 1950년 한국 전쟁의 발발로 제도 시행은 구체화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19537월 휴전이 성립된 뒤, 난민 정착, 주택 사업, 조선구호령에 의한 공적부조 사업,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시적 구호사업 등이 구호정책의 우선 과제가 되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우리의 경제 상황에서외국의 민간 원조단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의 부족은 말할 나위도 없었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건강 문제 해결과 기본적 위생 해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기초 의료 혜택도 제공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민간의 노력이 이끌어 낸 유사 의료보험

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 무렵에도 전후 복구 사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때였기에 국민들 대다수는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정부의 실질적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민간에서 의료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부산노동 병원이 설립되었다.

부산노동 병원은 부산 최대 노동조합인 부산 부두 노조가 노무자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설립한 종합병원이었다. 당시 부산 노동 병원의 이용자는 부두 노조 외에도 기아산업노조, 대한 조선 공사 노조, 이용사 및 영양사 노조의 조합원 등 38천여 명의 노동자들이었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과 그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의료보험 조합과 유사한 회원제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한국 최초 초보 의료보험의 형태의 조합이었다.

196191, 서울대학교에서도 임의 의료보험 제도가 실시되었다. 서울대학교는 학생처 장학과가 주축이 되어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한 학생당 매 학기 1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의과대학 부속병원, 치과대학 부속병원, 보건 진료소 등에서 진료를 받는 방식으로 실시되었다. 서울대학의 학생 의료보험 제도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주어 다수의 대학이 임의보험 제도를 도입하였다. 대학가의 의료보험 제도는 각 대학의 학생처와 보건 진료소가 주체가 되어 부속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우리나라 최초 자발적 의료보험 조합: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사() 상 최초로 설립된 자발적 민간 의료보험 조합은 부산에서 창립된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이다. 1968513일 설립된 이 의료보험 조합은 당시 부산에서 복음 병원을 운영하던 성산(聖山) 장기려(張起呂) 선생이 그 구심점이 되어 설립되었다.

장기려 선생은 1911814,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났다. 1928년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선생은 19323,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1940년부터 평양 연합기독병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1947년 평양 의과대학 (후일 김일성 대학 의대로 편입됨) 외과 교수로 재직 중 한국 전쟁으로 남하하였다. 1951년 부산에서 복음 병원을 개원하였고 1968년 청십자의료보험 조합 창립, 복음 병원 부설 간호학교 개설, 1970년 장미회 설립 (장미회: 간질병 환자들을 위한 봉사 단체) 활동, 19798월 막사이사이상( 필리핀의 국부(國父) 라몬 막사이사이 대통령을 기려 미국의 록펠러 재단이 제정한 상. 장기려 박사는 1만 달러의 상금 전액을 청십자 조합 재정에 보태었다.) 수상 등, 19951224일 영면하기까지 장기려 선생은 인술과 봉사의 삶을 살다 간 의인(義人)이자 가난한 이웃의 친구였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젊은 시절, 의사가 되어 의사를 한 번도 못 만나고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노라는 서원(誓願)을 평생에 걸쳐 실천한 진정한 성자(聖者)였다.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의 이름은 대공황기 미국에서 실업자들을 위해 시행한 민간 의료보험 조합 운동인 청십자 보험 제도(Blue Cross Plan)’ 에서 가져왔고 장기려 박사와 복음 병원 직원들, 부산 시내 23개 교회의 교인 700여 명이 뜻을 모아 함께 설립한 의료보험 조합이었다. 1968513, 조합이 설립되어 197584, 직영 의료기관인 청십자 의원을 개원하였고 1988년 해산할 때까지 안정적인 운영을 해 나갔다.

청십자 의료보험 조합의 의의는 의료보험 역사의 한 축으로서의 의미보다는 건강할 때 이웃 돕고, 병났을 때 도움받자.’라는 그 슬로건이 알려주듯, 장기려 박사의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아픈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인술을 펼치려는 그의 인류애가 이끌어 낸 결정체( 結晶體)였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발전과 관리 시스템 해외 수출

1989년 전 국민건강보험 시대의 개막은 보편적 건강보장의 역사적 첫 발걸음이었다. 40년에 걸친 제도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국민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고령화 시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크게 기여해 왔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인이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제도로 성장해 왔으며 나아가 국민의 복지 향상에 이바지해 왔다. 대한민국의 건강 보험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우수한 공적(公的)인 의료보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민국이 건강보험 심사 평가 시스템을 수출한 최초 국가는 중동의 바레인이다. 201610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바레인과 건강보험 시스템에 수출에 대한 사전계약 (LOI : Letter Of Intent 정식 계약 전 투자에 대한 의사를 나타내는 문서)을 체결했다. 사전 계약 체결이후 20176, 출범식을 시작으로 바레인의 국가 최고 보건 위원회와 우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가건강보험 정보시스템, 국가 의료 정보 활용시스템, 국가 진료정보 저장소( ·공립 및 민간병원 의료용어 표준화, 데이터베이스),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 (DUR: 환자에게 안전한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의약품 처방 · 조제 지원 시스템) 등 시스템을 바레인 실정에 맞게 구축하고 20248월을 시한으로 협력 중이다.

201610월 당시 건강보험 심사시스템 바레인 수출 계약은 대한민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국내 보건 의료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쾌거였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알리는 K-방역의 기저에 우리의 우수 의료정보관리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민 건강보험에 대한 우려 지점들

현행 우리 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개선점들 또한 다수 지적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바이러스 대응과 문재인 케어의 추진으로 인한 재정 문제로 지난 827일 보건복지부 27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보험료율이 2.89% 인상을 결정했다. 직장인은 올해보다 월 3399원 더 내게 된다. 자영업자 등은 내년에 월 2756원이 더 부과될 것이다.

직장 가입자는 월평균 보험료율이 올 6.67%에서 6.86%로 증가되고,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를 제외한 자영업자와 지역가입자 등은 보험료 부과 점수 당 금액은 195.8원에서 201.5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최근 십 년을 돌아보면 2017년도에 한해 보험료율이 동결된 때를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20182.04%, 20193.49%, 20203.2%) 되어 왔는데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하는 보장성 강화책 이후 보험료율 상승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과거 재외 국민이 동포라는 지위를 이용, 의료 혜택을 받고자 3개월간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출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건보 재정 적자 유발 요인이 지적되어 20197월 현재 규정으로 개선되었다. 2019716일부터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과 재외 국민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당연 가입되어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한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또한 직장과 지역 건강 보험 간 형평성 문제점도 많은 이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데 직장 건강 보험은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데 비해 지역 건강 보험은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부과체계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역 가입자의 경우 소득이 없어도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거나, 직장에서 퇴직했는데도 직장 재직 시보다 건강 보험료가 더 오르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현재 청년 · 중년층의 진료비 비중보다는 65세 이상 노년층의 진료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점,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적 저항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해묵은 쟁점이었던 피부양자 무임승차에 대해서는 202271일부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요건이 강화되는 것으로 재정비될 예정이다. 또 의사협회는 원가 이하의 낮은 의료 수가, 불합리한 수가 구조, 현행 신 포괄수가제에서 경증환자나 환자의 빈도가 높은 병원이 유리한 점, 중증 환자를 보거나 고가의 비급여 항암제 치료를 하면 고스란히 병원 손실이 되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연례행사처럼 이어지는 건강보험료율 상승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들이 상존하는 바, 정부 당국의 심층적 연구와 운용의 묘()가 절실히 요구되는 지점이다.

 

국민 건강 파수꾼 : 국민건강보험

건강 보험제도가 없던 시절, 의료기관이 없는 시골에서는 미신에 가까운 민간요법에 의지하거나 면허가 없는 침술사라든지, 무허가 의료인들에 의지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1960년대 전후만 해도 영아 사망률이 매우 높아서 출생 신고를 늦추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출산도 병원보다는 가정에서 가족이 돕거나 산파(産婆)를 통해 행해졌기에 산모가 위험에 처할 때 대처가 어려워 아까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도시 사람들도 몸이 아프면 심각한 상황이 아니고선 병원을 먼저 찾기보다 약국에서 해결했다. 대략의 증상만으로 약을 먹고 견디는 것이 보통이었다.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정착 이후, 대한민국 국민은 그 견고한 제도 틀 속에서 비용 측면의 부담을 상당히 경감할 수 있었다.

127 기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확진자 수는 38,161, 국내 발생 580, 해외유입 35명으로 600명을 넘었다. 128일부터는 수도권 거리 두기 2.5단계로 격상되고 비수도권도 일제히 2단계로 격상된다. 당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진입 단계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능후 보건 복지부 장관은 127,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수도권은 이미 전시(戰時)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우수한 한국의 의료 정보 시스템하 대한민국 국민은 감염병의 위험 속에서도 안심하며 일상을 꾸려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던 올해 봄, 세계 여러 나라가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을 때,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정보화 지원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공적 마스크 제도의 시행은 감염병의 위험 속에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의료비 걱정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겠다는 건강보험 제도상의 지향점과 국민 건강 수명 향상을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선진 의료 시스템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의료기관의 노력에 발맞추어 국민들도 감염병 위험의 시대에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힘을 보태야 할 때다. 다음과 같은 영어 명언이 있다.

필요할 때 주는 것은 필요한 자에게 두 배의 은혜가 된다. (A gift in season is a double favor to the needy.)”

우리의 의지가 아닌 불가항력의 괴로움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 시대, 지금 무엇이 필요한 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자발적 실천이 필요한 바로 지금, 우리가 한번 쯤 되뇌어 보아도 좋을 경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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