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미래 구축에 집중해야 할 때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미래 구축에 집중해야 할 때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3.01.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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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버 정재준 대표
㈜델버 정재준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델버 정재준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향후 10년의 미래 변화를 이끌어나갈 혁신기술로 전문가들은 자동차나 반도체, 화학제품이 아닌 바이오 혁명을 꼽는다. 특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와 엔데믹을 앞당긴 백신의 개발 등 일련의 상황들로 바이오산업은 단연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자리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늘면서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각종 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는 점도 산업의 성장을 견인했다. 바이오 분야에는 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미비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점은 변화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구성원들은 최적으로 제품을 관리하기 위한 전주기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은 원격으로 임상을 가능하게 하며 질병의 가능성을 예측한다. 우리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한 전염병이라는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위기가 눈부신 기회로 바뀌는 순간을 발치에 둔 지금,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최근 제약 업계의 화두는 단연 QbD였다. QbDQuality by Design(설계 기반 품질고도화)의 줄임말로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행 제약 생산 시스템을 하나로 융합해 일원화하겠다는 새로운 개념의 패러다임이다. QbD가 등장하기 전 제조업계의 규범으로 통했던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가 직원, 설비, 환경, 원재료, 문서 등 의약품 원료의 입고부터 출고 사이의 제조공정에서 지켜야 하는 품질관리 규범이었다면 QbD는 범위를 더욱 확장해 의약품의 개발에서 시판 후까지, 전주기에 품질관리 체계를 적용한다.

QbD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을 비롯해 품질문제에 명확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 및 품질위험평가에 근거한 전 주기적 관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 특성에 맞는 최적의 품질관리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품질 개선은 곧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불량률이 감소하니 부적합한 제품을 회수하거나 추가 공정에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 품질관리 시험비용은 물론, 재고 회전율 향상으로 재고 비용도 감소한다. 그밖에도 생산주기 단축에 따른 부가가치율 상승, 비관세 기술장벽 해소 등의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이점은 소비자의 안전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실현하게 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QbD 도입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존재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의약품 개발과정에 QbD 도입을 시도했고, 식품의약안전처도 QbD 도입 준비를 위한 용역개발과제를 2011년에 시작해 국외 현황 및 국내 도입 방안 연구, PIC/S 회원가입, 식약처 첨단 바이오의약품 특별자문단(MFDS Special Advisory Board) 출범, 의약품 QbD 예시모델 개발 등의 사업을 지속해왔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10년간 전 개발 단계에 QbD를 도입한 의약품 품목은 전무하고,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없다.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QbD에 필요한 PAT(공정분석기술)과 실시간 분석(Real-time Analysis) 등 초기 비용이 회사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 QbD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초기 디스커버리 단계부터 연구 개발, GMP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퀄리티를 고려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국내 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GMP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변화에 따르는 진통에도 QbD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그 이상의 이점을 가져올 시스템이다. 제조 유연성의 증가, 공정 변경에 대한 규제 감소, 제품에 대한 더 나은 지식과 신기술 채택의 용이성, 배치단위 실패율 감소 등이 그것이다.

최소한의 배치로 품질을 증명하던 방식에서는 데이터와 허가 이후의 품질의 간극이 컸어요. 그래서 마지막 GMP 단계까지 연속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컨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요. QbD는 제품의 품질, 안전성, 유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초기부터 개발하려고 하는 약에 대한 품질을 정의하고, 그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델버의 정재준 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QbD를 도입하는 일은 더 큰 시간과 비용을 초래할 수 있고,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만큼 단계적 과정에 따라 준비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 대표는 QbD 도입의 키 요소로 사전 지식, 전체 라이프사이클 관리, 실시간 분석 기술, 위해도 기반 접근법, 통계적 접근방법 등 5가지를 제시하는데, QbD 도입에 존재하는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하며 이러한 키 요소들을 현재 수준에 맞춰 단계마다 카테고리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도입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영역을 구분해 가능한 부분부터 우선 도입하는 방식은 하이브리드 어프로치라고 부르는데, 이렇듯 단계적 성장을 확인해가는 형식이라면 QbD가 보다 안전하게 도입될 수 있다. 비용 등 세부적인 이점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의약품의 품질향상을 통해 환자에게 지금보다 나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QbD 도입을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와 노력이 필요한 이유로 충분하다.

 

신약개발의 디지털화의 핵심, 디지털 바이오마커

제약바이오산업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면서 신약개발은 물론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마커에서 확장된 디지털 바이오마커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이후 코로나19 치료제, 백신을 제외한 분야의 임상시험 대부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의 문제에 직면했는데,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신약개발 임상시험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피하고자 제약회사가 원격 임상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고,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팬데믹 동안 의외의 기회를 얻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바이오마커란 단백질,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생물학적 과정 및 발병과정으로 인한 몸의 변화를 측정해 병에 대해 진단하거나 치료 이전에 약물 반응을 평가·측정할 수 있게 돕는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집된 바이오마커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특징은 분산형 임상시험(DCT)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환자 참여, 데이터 모니터링 등 임상시험 전반의 과정을 원격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임상시험 경험과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면에서도 스마트하고 효율적이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비침습적, 개인 독립적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약개발 시 1~3상을 진행하며 막대한 비용과 실패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도 활용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도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을 확보한 연구를 진행하거나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업무협약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산업 전반의 확장도 일어나고 있다.

신약개발의 핵심으로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떠오른 한편, 성공적인 활용을 위해 제반 환경 개선과 정확한 데이터 표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상시험 디지털 전환에 있어 법적·규제적으로 높은 허들을 낮추고 원격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임상시험의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 더불어 규제 완화를 위해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원격 임상을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편견(Bias) 가능성을 제거하고 임상시험에서 연속적 데이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전략수립 등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과 산업의 디지털화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환적 혁신 모델, 한국형 ARPA-H의 도입

미국이 인터넷부터 최근의 mRNA 백신까지 고위험 기술 기초를 만든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모델을 보건의료분야에 적용하는 ‘ARPA-H(Health)’ 사업을 추진 중이다. DARPA의 혁신 모델을 벤치마킹해 보건 의료 분야 난제 해결 및 보건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전담기구로, 국립보건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암 만성질환 치료, 전염병 대응, 의료 접근성과 형평성 및 품질 제고를 위한 플랫폼의 개발과 제공 등의 프로젝트를 맡는다. 우수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모든 환자에게 이익이 발생할 만한 보건 분야 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목적인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초기 3년간 10억 달러의 예산을 의결해 확보했다.

우리나라 또한 이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로 한국형 ARPA-H를 선정하는 등 DARPA 모델을 벤치마킹한 새로운 모델을 자국 내 이식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며 국가 정부 부처 외에 바이오 및 보건 정책을 획기적으로 대처할 특별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이 높아진 탓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또 다른 신종 감염병 등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의료체계 지속가능성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공익적 R&D 투자 확대 및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었다.

한국형 ARPA-H 도입이 가져올 이점은 분명하다. 감염병 등 보건안보 관련 과제인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이 가능해지고, 희귀 난치질환 등 국가적 해결 필요과제에 대한 혁신적인 R&D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 디지털 헬스 맞춤 규제 재설계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변화와 아울러 반려동물 진료 및 치료비 표준수가제, 중소·벤처기업 지원 정책,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다변화 등 여러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보건안보를 비롯한 건강 난제를 해결하고 첨단 의료기술을 개발의 해답이 될지도 모를 한국형 ARPA-H와 같은 특별 조직 신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전환적 혁신 모델인 ARPA-H가 국내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 및 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델버 정재준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델버 정재준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바이오의약품의 품질을 사수하는 또 다른 이들

델버는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CMC(Chemical Manufacturing Control)/Quality 개발 경험과 QMS 개발 역량을 고루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된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전문 솔루션 기업이다.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개발을 통해 결정된 품질에 맞춰 생산 단계마다 의약품이 안정성과 유효성, 일관성을 갖춰 생산되었는지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를 이용해 의약품을 생산해 산물의 품질 변화가 합성의약품에 비해 심한 편이다.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 시에는 CMC와 품질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야만 품질을 유지하며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바이오산업에서 잇달아 기술 수출 계약 취소나 품목 허가 취소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CMC/Quality 자료 부족이나 허위 기재가 원인이라는 게 정재준 대표의 판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위해 글로벌 개발 클러스터를 구축했으며, 미국과 유럽 규제 기관 출신의 다수 전문가로 구성된 컨설팅 업체와 바이오 의약품 GMP 생산 시설을 주요 국가 사이트에 갖추고 있는 CDMO 업체와 협력체계를 이루어 개발 초기단계의 바이오텍 기업이 기술 수출 또는 자체 상업화까지 가능하도록 ‘ONE-STOP’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2년 동안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델버가 제안한 자문으로 기업이 당면한 문제가 해결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순간들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최근의 바람은 임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들에 좋은 소식을 듣는 것이에요.”

델버는 초기 공정·분석법 개발부터 잘 갖춰져야 개발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동등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 단계부터 노하우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회사는 현재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들과 계약을 이루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 수출 및 자체 글로벌 상업화를 목표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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