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솔로(Solo)의 시대, 그 명(明)과 암(暗)
[MonthlyNow] 솔로(Solo)의 시대, 그 명(明)과 암(暗)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3.01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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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젊은 남녀들이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12, 전국 월별 혼인 증감률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7.0%이다. 각 연령대별 혼인율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수치를 보인다. 대중 미디어에서도 미혼 젊은이들의 생활상을 관찰 형식으로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다. 2000년대 이전과 달리 급격히 변화해 가는 시대 풍조를 자연스럽게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우리 사회 혼인 연령 증가와 이혼율 증가

과거 1950년대~60년대 초반기 여성들은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하지 않고 바로 결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1차 산업인 농업이 국가 주요 산업이었기에 여성들이 취업할만한 직장도 드물었을 뿐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 여성상은 가부장적 사회의식을 반영하는 현모양처(賢母良妻)’였다. 부유한 가정이어도 딸은 고등 교육을 시키지 않는 집이 많았던 시대다. 대학 진학은 아들들만 하고 딸은 일찍 시집을 보내거나 집안의 아들들에 교육 기회를 양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시는 결혼이라는 남 · 여 평등의 중립적 단어보다 시집간다’, ‘장가간다라는 말이 통용되던 때이기도 하다.)

여성의 꿈이나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진취적 여성상은 드물었고 여성의 역할은 남성의 보조에 불과하다는 구시대적 발상이 지배적이었다. 21세기인 작금의 남 · 여 평등사회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작은 예를 들어보겠다. 당시 남녀 공학인 초등학교에서 남녀 합반 학급의 경우, 반장은 아예 남자 어린이가 도맡아 하게 하고 여자 어린이 중에서 부반장을 선출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남녀공학 학교에서의 총학생 회장은 으레 남학생의 전유물이다시피 했고 학생회 부회장은 여학생 중에서 선출했다. 선거를 해도 장()은 남학생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70년대까지의 흔한 풍경이다.

당시 회자되던 한국 속담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80년대 무렵까지도 통용되던 말이었다. 요즘에는 듣기 어려운 뒤웅박이란 말은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 속을 파낸 바가지를 뜻한다. 바가지에 담는 물건의 내용물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달라진다는 통념을 반영하는 속담이다.

1970~1980년대 만해도 젊은이들의 결혼 적령기는 20대 중반이었다. 90년대에도 여성의 결혼 연령은 25세 전후였고 남성은 20대 후반 언저리에서 형성되었는데 IMF 외환위기 이후 혼인 연령이 높아져갔다. 국가적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정규직을 얻기 어렵고 경제적 안정을 찾기 어려운 현실 하에 초혼의 나이는 올라가고 만혼이 대세가 된다. 혼인 자체를 미루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로 본 혼인 건수는 2017264,455, 2018257,622, 2019년 혼인 건수는 239,159건으로 조사되었다. 혼인 건수가 점차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이혼 건수는 2017106,032, 2018108,684, 2019110,831건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이제는 주변에서 이혼한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 20209월 종영한 KBS 2TV한 번 다녀왔습니다.’나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찬란한 내 인생도 이혼의 아픔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의 극복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자유로운 선택인 독신, 1인 가구 증가

90년대 이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결혼은 당연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여성 개인의 자발적 선택 영역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90년대에는 비혼이 보편적 사회현상은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여성들의 대학교육이 당연시되면서 남성과의 경쟁에서 여성이 결코 열등한 위치에 서지 않았다. 여성도 사회 주요 분야에서 당당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였고 남성에 의지하는 문화는 사라져갔다. 여성의 주체적 삶의 인식은 비혼 여성 수 증가와 1인 가구 증가의 배경이 된다. 진정한 독립과 성 평등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수적 선결요건이다.

여성들과 젊은이들의 의식구조 변화 속도와 다르게 부모 세대의 의식은 아직 온도차가 있다. 여성이 결혼을 하면 겪게 되는 시가(媤家) 위주의 가부장적인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결혼을 통해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생활의 무게와 스트레스는 여성을 독신의 삶으로 이끌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비혼 여성의 독립적 삶과 사랑을 그리는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섹스 앤 더 시티>, <올드미스 다이어리> . 비로소 여성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내러티브가 극화되어 인기를 끌었다. 미디어의 선도가 사람들의 의식을 점진적으로 변모시키는 파급력도 가졌다. 과거 널리 쓰인 성숙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는 미혼이라는 말 대신 비혼이라는 주체적 의미의 단어가 새로이 등장했다. 구세대의 인식이 미혼을 불안정하거나 문제 있는 사람일 거라는 차별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다면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당당한 비혼의 삶이란 이미지는 밀레니얼 신세대 여성들의 건강하고 씩씩한 삶의 자세를 반영하는 문구이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의 우리 사회 1인 가구 현황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 전체 20,183천 가구 중, 1인 가구는 6,039천 가구로 29.9%를 차지한다. 전체 일반가구 중 혼자 살고 있는 독거노인가구 비율은 전국 7.5%, 최대 비율을 보이는 지역은 전남으로 13.6%, 독거노인 가구 비율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시로 3.9%이다.

 

1인 가구의 이면(裏面) : 고독과 소외의 슬픈 풍경

노인 1인으로 구성된 독거 가구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기대 수명 증가는 독거노인 가구의 증가를 가져왔다. 의학 발달로 평균 수명은 갈수록 올라간다. 121일 자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37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84.2, 스위스 83.8, 스페인 83.5, 이탈리아 83.4, 그리고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5위로 83.3년이다. 여자의 기대수명은 86.3년이다.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농촌과 도시의 1인 독거가구의 노인 문제, 가족과의 단절, 빈곤, 건강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고독사로 인해 사후 무연고로 처리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고독사로 발견되어 가족이나 친인척, 연고자 등의 소식이 닿지 않을 경우 담당 공무원의 사인으로 처리된다. 가족이나 지인과 연고가 끊긴 사람들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문제, 즉 생활고이다. 고독사는 노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끔, 생계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몇 달씩 연락이 두절되다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한다. 우리 시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날 땐 누구나 가족의 축복 속에 지상에 올 텐데. 인생의 마지막 여정 길에 누구와도 작별인사조차 나눌 수 없다면......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김 형석 교수는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썼다. 저자인 김 교수는 1920년생이다. 올해 101. 김 형석 교수는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강연과 저술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는 "인생에서 멀리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남에게 주기 아깝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베푸는 사람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돈만 끌어안고 살면 인격을 잃게 된다."고 삶의 지혜를 알리고 있다.

"사회가 행복해지면 그 안에 함께하는 나도 같이 행복해진다. 사회가 불행한데 나 혼자만 행복할 수 없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사회 지도자들이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 나도 잘 살게 된다."

고 신념을 밝혔다. 나누는 삶. 가계도 어렵고 찬바람도 불고 물가도 뛰는데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나 나누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열 개를 가진 사람이 한 개씩만 나눌 수 있어도 세상은 행복할 것이기에.

올겨울은 작년보다 더 추울 거라는 기상청의 전망이 있다. 구세군은 올해 코로나 사태로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수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염려를 한다. QR 코드나 후불교통카드로도 비대면 기부를 할 수 있다. 따뜻한 코코아 한잔 값을 나눠보면 어떨까. 뼈 속까지 파고드는 동장군의 심술을 한 사람 한 사람의 온기를 모아 녹여 내면 좋겠다. 욕심껏 살아도 채 백 년도 살기 어려운 인생. 우리는 안다. 양손 가득 움켜쥔 보석이라 해도 누구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할 때, 그 무엇도 소용없이 부질없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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