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기여
태양광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기여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12.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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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급증하며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현재 활용되고 있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이 뿜는 다양한 파장의 빛 가운데 일부분만 흡수한다는 물리적 한계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까다로운 제작 공정으로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데다 빛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차세대 태양전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수분 안정성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연구로 상용화에 성큼 다가서

송슬기 교수 연구팀은 최근 포항공대 박태호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고수분 안정성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 ‘Water-Repelling Dopant- Free Hole-Transporting Materials for Stable and Efficient Planar Perovskite Solar Cells’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제 저명 학술지인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ering’(IF:9.224) 108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2009년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전기 생산 가능성이 입증된 이후 2012년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첫 태양전지가 개발되었다. 관련 연구도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은 2020년부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개발에 약 217억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 또한 과감한 투자로 R&D를 이어가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국내에서도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새만금 산단 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제조공장이 건립 중이다.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의 핵심은 빛 에너지의 전기에너지 변환효율에 있다. 빛을 많이 흡수할수록 다량의 전자가 발생해 높은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태양전지의 주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은 26.7%이다. 다만 1500이상의 고온 환경과 복잡한 제조 공정 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확인된 이론상 최대 효율 25.7%로 뛰어난 변환효율을 자랑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150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제조가 가능한 것은 물론 물질 자체의 물리적, 광학적 탄력성과 유연성으로 건물의 외벽이나 창문, 자동차 지붕의 곡선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이론적으로는 30% 이상까지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과 값싼 무기물과 유기물을 혼합해 만들기에 저렴한 제조 비용 또한 페로브스카이트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소자의 안정성 등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에 송 교수는 수분에 대한 저항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정공 전달물질을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분 저항성과 효율 안정성을 1,000hr 이상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차세대 에너지원의 핵심 물질 중 하나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 태양전지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안정성 확보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뿐 아니라 상용화와 소자 최적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3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대량생산 허들 뛰어넘기 위한 연구 이어가

송슬기 교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소재 및 소자 연구실험실을 운영하며 에너지 소자의 효율 및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계면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에너지 소자는 아주 얇은 박막들이 여러 층을 이룬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를 구성하는 물질과 형태가 소자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 설명했다. 이에 물질에 대한 이해와 박막화 방법 및 박막과 박막 사이의 계면 조절을 연구하고 있는 송 교수다.

학위 과정에 있을 때만 해도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현재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효율을 보이는 수준까지 발전했죠.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한 연구는 이제 상용화를 향하고 있습니다.”

2012년 송 교수가 박사학위 과정에 있던 당시 학계는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의 높은 단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낮은 효율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페로브스카이트는 당시만 해도 값싼 재료와 단순한 공정을 앞세운 접근성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송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을 끌어올려 상용화될 수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소재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우연히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의 선구자적 위치에 있던 옥스퍼드 대학의 Henry Snaith 교수 연구실에 방문할 기회를 얻은 그는 페로브스카이트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되었다.

페로브스카이트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관련 연구를 수행했던 송 교수는 충남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상용화를 목표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열과 수분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고내구성을 갖추면서도 고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현재 전 세계 연구자들이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페로브스카이트의 안정성은 일정 수준까지 확보된 상태이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에 도달하기까지의 효율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가격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대량생산을 위한 재료의 안정적 수급이 중요한 까닭이다. 송 교수는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좀 더 싸게 만드는가는 물론 효율과 안정성을 감소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대량생산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 말했다. 최근 그가 발표한 고수분 안정성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은 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수분까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기에 더욱 뜻깊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 통한 시너지로 이끌어가는 기술 발전

이번 연구를 함께 수행한 포항공대 박태호 교수님은 사실 저의 은사님이세요. 유기합성 및 고분자 합성의 전문가시죠. 제가 어떠한 성능을 갖는 물질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교수님과 함께 디자인한 후 합성해주시고, 저는 그 물질을 받아 박막화 및 소자 테스트를 거쳐 최적화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송슬기 교수는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합성 시 얻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기에 한정된 환경 속에서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한정된 물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 계획을 짜고, 실험을 진행한 덕에 다행히도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제한적인 연구 환경은 그가 느끼는 연구의 어려움 중 하나였다. 그는 철저히 화공학도의 입장에서 소자를 바라보며 효과적인 엔지니어링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페로브스카이트를 기준으로 태양전지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연구해온 송 교수는 수분에 대한 저항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정공 전달물질을 개발한 데 이어 페로브스카이트와 정공 전달물질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며 전기 전도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또한, 송 교수는 공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떠한 연구도 결코 혼자서는 수행해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일부 천재적인 연구자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다른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연구할 때 보다 큰 시너지를 내며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에 적합한 물질을 가져와 박막화시켜 소재를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기에 각각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연구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소자의 효율이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물질이라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에 임한다. 그는 제자들에게도 정말 좋은 물질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배터리나 수소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일단 공부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까닭이다.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송슬기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의미를 좇는 연구자이자 성실한 교육자로서 학생들의 롤모델 될 것

지난해 9월 충남대학교에 부임한 송슬기 교수는 신생 랩을 이끌며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학생들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고 있었다. 무엇보다 대부분 학생들이 본가를 떠나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기에 부모의 역할을 위탁받았다는 생각으로 제자들의 식사와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다. 회식이나 식사를 통해 일상생활을 나누며 편안한 소통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현실적 조언을 제시한다. 송 교수는 충남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며, 이들을 잘 이끌어 자신이 원하는 진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선례를 보여주는 것인 만큼 보다 의미 있는 연구와 성실한 교육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사실 저의 지도교수님은 나이 차이가 많기도 했고 눈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분이셨어요. 졸업 후 교수가 되어 함께 일을 하는 동료가 되었을 때는 너무나도 인자하신 모습으로 다가오셨죠. 저는 신임 교수로서 학생들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해요. 비록 달콤한 조언만을 해 줄 수는 없지만 보다 유연한 관계 속에서 학생들을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송 교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소재 및 소자 연구실험실을 꾸린 후 1년 남짓은 학생들이 편안하게 연구하는 환경 속에서 보다 연구실이 안정화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실험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는 연구의 깊이를 더하며 심도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다결정이면서도 고효율을 내는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안정화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다결정 페로브스카이트의 재결합 반응이 일어나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끝으로 다양한 연구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중국 등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송 교수는 계면의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고효율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며, 기본에 충실하며 의미를 찾는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보다 안정적이며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그 중심에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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