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재 비해체식 배관 손상 평가기술로 산업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보온재 비해체식 배관 손상 평가기술로 산업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2.12.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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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트 박덕근 대표
㈜아이피트 박덕근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아이피트 박덕근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비파괴검사(NDT, Non Destructive Testing)는 검사할 대상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물리적 현상의 원리를 이용해 대상물에 존재하는 불완전성을 조사·판단하는 기술을 뜻한다. 다시 말해 방사선, 초음파 등의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대상물의 해체나 파괴 없이 내부 구조 및 결함의 유무와 상태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을 비롯해 발전, 석유, 가스, 조선, 중공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이피트는 그중에서도 펄스 와전류를 이용해 배관을 둘러싼 보온재를 해체하지 않고 내부를 검사하는 장비를 제작했고,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온재 비해체식 배관 검사장비는 정유회사나 발전설비에서 가동 중단없이 간편하게 배관의 이상을 검사할 수 있어 배관이 핵심인 발전소 및 정유뿐만 아니라 교량, 건물, 철도, 항공 등 모든 구조물 설비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 검사의 10분의 1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해체식 검사 기술의 국산화와 세계화를 향해

아이피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30년 넘게 근무 중인 박덕근 박사 겸 대표가 보온재 비해체식 배관 손상 평가기술을 토대로 201811월 설립한 회사이다. 박 대표가 개발하고 특허 등록까지 완료한 보온재 비해체식 배관 손상 평가기술은 정유사나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배관의 노후화와 손상 정도를 배관 내부의 보온재를 제거하지 않고 측정하는 기술이다. 발전소나 화학 설비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배관은 내부에 고온 고압의 유체가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배관의 표면을 실리카 계통의 보온재로 둘러쌓고 있으며, 보온재는 외부에 얇은 스테인레스판으로 보호되고 있다. 배관은 대부분 탄소강 계열로 이루어져 있어 보온재로 보호된 배관 표면은 습기에 의한 부식이 일어나며, 배관 내부는 유체와의 마찰에 의해 배관의 두께가 얇아지는 감육 현상도 일어난다. 이러한 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수명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가동 중에 부식과 감육 정도를 감시 또는 평가하는 비파괴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구조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경제적인 관리를 하는데 와전류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여러 겹으로 구성된 재질에서는 기존의 비파괴방법인 초음파나 와전류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다. 박 대표가 개발한 펄스 와전류(PEC) 기술은 일반적인 와전류 기술과는 달리 펄스전류를 이용한다. 와전류가 표면에서 1mm 이내의 얇은 결함만 탐지할 수 있는 반면, 펄스 와전류는 수십mm에 이르는 깊은 결함까지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보온재로 덮여있는 배관의 손상을 보온재를 제거하지 않고도 외부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 보온재와 보온재를 보호하는 스테인레스 클래딩으로 덮여있는 강자성체 배관에서 배관의 감육을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10cm 이상 두께의 보온재가 설치된 배관에서도 두께 변화를 탐지할 수 있으며, 여러 중화학 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어 중화학 설비의 주재료인 탄소강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배관 전체의 보온재를 해체한 후 재설치하는 기존의 방식은 높은 비용 때문에 배관의 누유 발생 부분만 보온재를 제거한 후 초음파로 검사하는 사후적 검사에만 그쳐왔다. 그러나 박 대표의 비해체식 검사 기술 덕분에 두꺼운 두께의 보온재를 해체하지 않고도 내부 배관의 손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기술과 열교환기 등의 튜브 겉은 물론 속까지 사진으로 찍듯 검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더욱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도록 배관 내부 결함을 영상화하는 장치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아이피트의 기술은 정유사 배관은 물론 원자력발전소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원자로 내에 설치된 배관 손상을 사전에 감지함으로써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박 대표의 처음 목표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서였다고.

무엇보다 비해체식 배관 손상 평가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비용이다. 현재 해당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한 미국의 MISTRAS사와 네덜란드의 APPLUS RTD사가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높은 용역비용으로 인해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도입을 포기한 상태다. 하지만 아이피트가 비해체식 검사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기존 대비 10분의 1 비용으로 검사가 가능해졌다. 또한, 지난 2017‘GS칼텍스배관을 대상으로 한 실증검사를 통해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를 통하여 개발을 완료하였다. 최근에는 ‘GS칼텍스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언제쯤 현장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다.

비파괴검사가 국가 산업발전에 필수적인 기술인만큼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후 발전 가능성이 가장 유망한 이공계 직업으로 비파괴검사원을 꼽을 정도. 더욱이 아직 국내에는 이를 대체할만한 기술이 없는 만큼 박 대표의 기술이 국내 시장을 장악할 경우 아이피트의 5년 이내의 매출은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긍정적인 성장 전망을 발판 삼아 회사는 향후 발전 공기업으로 고객층을 넓혀나가는 등 적극적인 국내 시장 공략을 통해 검사 기술의 국산화를 이루고, 나아가 인공지능 로봇을 탑재한 지능형 검사장비 개발로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함께 성장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아이피트

아이피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박덕근 대표가 30년 넘게 재직 중인 곳이기도 하다. 195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연구는 물론 기술지원과 기술 멘토링, 창업보육센터 운영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KAERI Family 기업 선정 및 중소벤처기업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아이피트의 단기간의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 박 대표는 회상한다.

KAERI Family는 성장 가능성을 지닌 중소·중견기업을 연구원의 Family 기업으로 선정하여 11인 전담 기술 멘토를 지정하고, 연구원의 기술지원 사업과 보유 기술·장비·시설 인프라 등 다양한 지원 제도를 통해 글로벌 강소형 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작년에 새로 도입된 제도로 원자력연구원과의 협력 정도 및 기술경쟁력, 기술이전 및 성장 가능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선정되는데, 아이피트는 원자력연구원의 코어기업으로 지정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는 기술지원사업 우선 선정, 정부·연구개발특구 중대형 과제 연계, 인력파견, 투자유치, 시설·장비 활용, 제품·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또한, KAERI Family 선정과 같은 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구매 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선정되며 27억 원 규모의 사업도 수주했다. 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일보가 함께 글로벌 경제 위기를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극복해 나가는 디지털 기업, 환경 등 향후 산업별 우수 기술을 가진 선도 기업을 발굴하는 ‘2022 17회 디지털 이노베이션에서는 대상을 받았다. 무려 330개의 기업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86개의 기업 중 아이피트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기업의 성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피트 박덕근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아이피트 박덕근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산업의 꾸준한 건강검진이 필요

국내의 중화학 산업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1970년 이후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매년 큰 성장을 거듭하는 국내 기간산업 중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철도, 철강,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 등은 국내 GDP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가 50년을 훌쩍 넘은 만큼 각 시설을 이루고 있는 재료 역시 필연적으로 노화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20년 이상의 노후설비부터 사고 위험성이 발생하며 30년 이상이 되면 그 위험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관련 사업들의 매출액 대비 유지보수 비용은 선진국과 비교해 20% 수준으로 지출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국내 정유 4사의 매출액은 20181378400억 원이고, 이중 연구개발 비용은 3,161억 원이지만 안전을 위한 검사비용은 겨우 수십억 정도이다. 물론 노화 상태 등 산업설비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인건비 등의 수직상승으로 설비교체 비용이 크게 늘었고, 특히 항공기, 배관, 교량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부식이나 피로 등과 같은 재료의 열화를 측정하는 것은 공학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들어 선진국에서는 노후설비를 교체하는 개념에서 유지보수의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또한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한 유지보수의 개념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노화가 시작되듯이 공장이나 내부의 설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꾸준한 검사가 필요해요. 문제는 건물이 설립될 30년 전과 지금은 건설비, 인건비 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전문인력이 오는 경우, 한 명이 하루를 머무는 데 1천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합니다. 원자력과 같은 큰 설비의 경우 여러 명이 최소 일주일은 검토하는 만큼 20억 정도가 들고요. 이것이 국내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자 제가 비해체 검사 기술을 개발한 이유입니다. 국내의 기술을 사용하면 비용이 10분의 1 이하로 낮아지고 나아가 체계적인 관리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충분한 데이터를 쌓아야 하고 인력을 훈련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효율적인 일임은 분명합니다.”

박덕근 대표는 이와 더불어 정부 주도로 관련 제도나 법률을 만드는 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대한 설비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은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막대한 인명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들 산업 중 원자력 설비의 안전성만 특별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으며, 그 외 산업설비의 안전관리를 사업자의 재량에 맡겨두어 법적 규제가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에 공개된 올해 3분기인 9월 말까지의 중대 재해 건수를 살펴보면 발생 건수는 줄었지만 숨진 사람의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줄었다고는 해도 발생 건수 역시 483건으로 적지 않다. 숨진 사람은 510명에 달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고 수습이 아닌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일의 필요를 모두가 인지해야 할 때이다. 사고의 수습이 아닌 사전방지에 중점을 두는 일은 비용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지만, 경제적인 효율을 따지기에 앞서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한 값을 더 이상 치르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시설물의 규모 및 복잡성의 증가를 고려해 재난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안전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나가야 한다.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오래된 안전 관련 규정들이 적정한 효용성이 있는지를 재검토하고 현실화하는 작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콘크리트 비파괴검사가 제도적으로 정착되면서 지진으로 인한 사회적 요구에 대처하는 한편, 많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정지와 관련해 수요 감소에 따르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박 대표 역시 대형 사고를 줄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받듯, 자동차 검사를 하듯, 산업 전반에 대한 검사 또한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산업의 단단한 성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에 대한 개개인의 인지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정부의 적절한 규제까지. 고통을 겪은 후에 무언가를 고치려 하기 보다는 미리 대비해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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