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인류가 남긴 작고도 거대한 화석, 미세플라스틱
[MonthlyNow] 인류가 남긴 작고도 거대한 화석, 미세플라스틱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0.11.2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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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마스크에 발이 묶여 날지 못하는 바닷새와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의 시신은 많은 이들의 미세플라스틱과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플랑크톤이 초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인간에 의한 오염이 해양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탄식이 나온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먼 바다 속 생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식탁 위에도 매일 미세플라스틱이 올라오고 있다. 바다에 버려지는 미세플라스틱을 어류가 먹고, 그 어류가 다시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인류의 난제로 떠오른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은하의 별보다, 바다의 물고기보다 많은 미세플라스틱

바다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은 현재 우리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습니다. 만약 현재 동향이 이어진다면, 2050년까지 우리 바다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2018년 세계 환경의 날 기념 연설에서 남긴 말이다.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는 미명 하에 인간이 배출해온 플라스틱은 이제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공포로 쌓여가고 있다. 2017사이언스 어드밴시스지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의 양과 현재 상태를 추적한 논문을 발표했다. 90억 톤 가량의 플라스틱 중 2015년 기준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26억 톤이며, 나머지 63억 톤은 재활용되거나 매립되어 버려졌다. 바다 속 쓰레기 섬이 생성되는 이유다. 실제로 북태평양에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가 넘는 약 155의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존재한다.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고 지구를 떠돌며 토양과 해양을 지속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 플라스틱 시대를 연 부식되지 않는다라는 플라스틱 고유의 특성은 생태계 교란과 인류 건강 위협이라는 또 다른 환경문제로 이어졌다. 동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거나 수영 중 실수로 삼킨 플라스틱은 동물의 내장을 찢거나 소화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먹이 섭취가 어려워질 경우 기아에 의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플라스틱 줄에 묶여 익사하거나 신체적 외상 및 절단으로 인한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동물의 사례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우리 정부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5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도 속도가 붙는다. 124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이 시행되었으며, 해양쓰레기 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 장비도 확충되었다. 2019613억 원이던 관련 예산은 올해 990억 원으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1316억 원 수준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환경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에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산업계, 국민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아야 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이미 많은 기업과 단체들이 연안정화활동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른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열풍과 함께 생활 속 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인식이 공유되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보존단체인 오세아나(Oceana)는 보고서를 통해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이 모두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플라스틱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해양 및 해양 생물을 보호해야 하는 관련 기관은 모든 플라스틱 상호 작용 사례에 대한 표준화된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언택트 시대가 낳은 또 다른 문제, 2의 플라스틱 대란 우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의 도래는 플라스틱 사용을 더욱 활성화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포장배달의 형태로 소비하는 문화는 새로운 쓰레기 문제를 야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8년 여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인 월 평균 1673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배달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플라스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정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는 연구가 지난 40여 년간 지속되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강한 햇빛에 의해 부서지며 해류와 바람을 타고 해양과 육상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플라스틱 사랑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유효했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플라스틱 관리 정책의 한계와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7년 기준 132.7kg으로 미국 93.8kg, 일본 65.8kg, 프랑스 65.0g 등을 크게 웃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 소비량 중 25~40%는 포장용도로 사용되며, 사용 직후 폐기물로 처리된다. 지난해 생명다양성재단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가 공동 조사한 한국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동물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는 매년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를 죽이는 27만 톤의 바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0.55%가 한국산이라 명시되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문제는 이미 지난 2018플라스틱 대란으로 수면 위로 오른 바 있다. 2017년까지 폐플라스틱을 중국에 수출했지만 자국 내 환경오염을 이유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거부하며 전국 곳곳에 쓰레기 산이 쌓였다. 정부는 20184월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50% 감축하고 재활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유통소비 단계에서 2022년까지 일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량을 35%까지 줄이고자 커피숍 등 매장 내 플라스틱 사용 금지 조치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매장 내 플라스틱 용기 제공이 다시 허용된 상태다.

2의 플라스틱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규제정책과 국민의 의식제고가 필요하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생산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을 세워 생산-소비-수거-처리의 전 과정에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식품 및 음료 용기, 포장지, 플라스틱 봉투 등에 대해 생산자가 폐기와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모든 기업이 쓰레기가 덜 나오고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 포장재를 고안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모델을 마련하는 등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프리’, ‘제로 웨이스트운동 힘입어 친환경 소비 위한 대안 마련해야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환경보건공학 바이오디자인 센터의 롤프 홀든 박사 연구팀은 기증받은 시신에서 조직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모든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시신에서 채취한 폐, , 비장, 신장 등 47개 기관과 조직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이다. 연구팀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혈관을 타고 이동하며 신장, , 폐와 같은 기관에 적체됐다고 발표했다. 이제 지구와 자연, 동물을 위한 환경보호가 아닌 나를 위한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할 때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연일 대두되는 가운데 긍정적 소식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플라스틱 프리운동이나 제로 웨이스트운동이 번지며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한국피앤지가 실시한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조사 결과 소비자 95.5%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 응답했으며, 이 중 82.2%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73.3%제품을 구입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개인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거나 텀블러, 장바구니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편리한 소비생활에서 나아가 가치 있는 소비, 이른바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커진다.

소비자의 변화는 유통업계의 변화로 이어졌다. 친환경 소비를 유도하는 리필 매장이나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기업이 속속 등장한다. 일부 기업은 빈 용기를 가져오는 고객에게 세제 내용물만 다시 채워 판매하는 세제 리필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의 내용물만을 소분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이나 공정무역인증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친환경 백과 코팅하지 않은 종이 백 등으로 일회용 비닐을 대체하고, 식재료의 불필요한 비닐 포장을 없앤 녹색특화매장을 운영하는 등 변화가 지속된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플라스틱 반납 운동을 하거나 친환경 기업을 찾아 나선다.

정부의 의지와 기업들의 적극적 노력,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쓰레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친환경 열풍에 힘입어 보다 경제적이면서도 가치 있는 친환경 소비를 위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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