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전문가, 대중이 삼박자 이룬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 바탕으로 또 다른 팬데믹의 대응 준비해야
정부와 전문가, 대중이 삼박자 이룬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 바탕으로 또 다른 팬데믹의 대응 준비해야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2.11.0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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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최강석 교수

길고 긴 코로나19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 이제 세계는 엔데믹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정부 당국,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를 독감처럼 치료받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망하며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로 알려진 최강석 교수는 바이러스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대응책 마련을 위한 출발점이라 말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최강석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코로나19 대응의 근거가 된 수의학, 진화하는 감염병에의 대응책 찾는 수의학자
가축에서 개발하거나 사용 중인 백신과 진단기술은 인간의 바이러스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강석 교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 대응 경험이 인간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전임상 단계가 수의사 영역의 학문인 것은 물론 이를 위한 동물 실험 모델을 개발하는 것 또한 수의학의 영역인 만큼 수의학과 의학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동물에서 개발·적용된 백신 플랫폼이 이후 사람 감염병에 적용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응 또한 수의학 분야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쌓아온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수의학자들은 바이러스 변이양상부터 백신의 예방효과, 백신 플랫폼 등 닭과 돼지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를 수십 년간 수행해왔다. 이러한 연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 대응기술 연구를 위한 근거가 되었으며, 최 교수는 기존의 연구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사람과 동물은 바이러스에게 가장 중요한 숙주입니다. 특히 인간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하는 가축은 밀접·밀집·밀폐 등 3밀(密) 환경을 갖춘 곳에서 사육됩니다. 바이러스가 유행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죠. 현재도 이러한 3밀 환경 속 존재하는 여러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 개발과 진단기술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 발생한 구제역과 2003년 유행했던 조류인플루엔자는 우리 농가에 깊은 시름을 안겼다. 이와 함께 국민이 요구하는 동물 방역 및 검역 수준이 높아진 것은 물론 국가 방역 정책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이제는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방역 강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는 구제역 청정상태로 접어들었으며, 조류인플루엔자 또한 동절기를 제외하고는 근절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멧돼지에 상재되어 있지만 축산 농가는 방역을 통해 질병 확산은 차단하고 있다. 27년간 농림축산검역본부(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축산업에 치명적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실험실 정밀 진단업무를 수행했던 최 교수는 현재까지도 크나큰 경제적 파급효과로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및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감염병 학자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태도라 힘주어 말하는 그다.
“현재의 가축질병은 구제역처럼 축산 영역에서만 대응하면 되는 질병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철새, 멧돼지 등 환경 생태계는 물론 공중보건 문제와 결부 지어 해결해야 하는 복잡한 난제가 되고 있죠. 사람의 신종전염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러스 정보, 전문가는 물론 대중과 공유하며 하나의 공감대 마련해가야

최강석 교수는 동물 전염병 국제 전문가 및 바이러스 학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인물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진단과장을 역임한 그는 2020년 3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는 중앙가축방역심의회 위원(농식품부), 인수공통감염 전문위원회·병원체자원심의위원회 위원(질병관리청),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백신전문가 협의회·역학조사위원회(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관련 대책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 교수는 전염병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환경부, 질병관리청, 민간 전문가 등과 협업 및 역할 분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책 과제를 발굴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내 가축방역 정책은 매우 강력한 실행조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정부 주도의 정책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그는 향후 가축방역 정책 순응도를 보다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를 통한 농장 자율방역 제고 방안, 산업동물 수의사 양성 및 활용방안 등에 대한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동물보건기구 현장전문가로서 아시아 국가에서의 바이러스 유행 감시 및 현장 방역 국가자문 역할을 수행해온 최 교수는 신·변종 동물 바이러스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출현할 수 있는 방역의 사각지대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New 바이러스 쇼크
New 바이러스 쇼크

 

최 교수는 <New바이러스 쇼크>, <조류인플루엔자> 등 7권의 감염병 관련 교양도서 및 전문도서를 집필하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아왔다.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출발선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성패가 크게 정책결정자의 리더십, 정부의 방역 대응 역량, 대중의 정책 순응도 등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감염병 또는 바이러스 지식’이다. 정책결정자의 리더십과 정부의 방역 대응 역량은 전문가의 참여로 해결할 수 있지만 대중의 정책 순응도는 지속적인 대중 교육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높일 수 있는 영역이다. 최 교수는 교양도서가 대중 교육에 있어 큰 역할을 도맡을 수 있다며, 감염병 과학의 대중화에 힘을 보태는 것 또한 바이러스 학자로서의 중요한 책무라는 생각에 관련 서적을 출간해왔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학자는 감염병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전문가들과 공유하는 외에도 인류 사회에 유익한 연구 정보를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저술 작업을 통해 국제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중서의 바이블을 출간하는 것은 제가 품은 또 다른 꿈이죠.”

 

농가에 실질적 도움 줄 수 있는 연구에 초점 맞추고 조류인플루엔자 연구에 집중
최강석 교수는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를 주 연구주제로 삼아왔다.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아시아독감, 신종플루 등 인플루엔자 팬데믹의 기원 바이러스 역할을 해온 조류인플루엔자는 학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대표적 감염병이다. 수의학자들은 지속적인 연구 끝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현장 방역과 관련한 조류인플루엔자 역학 연구를 통해 유라시아를 이동하는 철새가 겨울철 국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원인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 닭전염병 예방기술 개발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내 양계 농장들이 지속적으로 전염병 피해를 입고 있었음에도 한국 토종백신균주가 없어 외국 균주나 수입백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죠.”
이후 최 교수는 뉴캣슬병, 닭 전염성기관지염(코로나바이러스), 닭 감보로병, 닭 메타뉴모바이러스 등 양계농가에 큰 피해를 끼치는 닭 전염병을 대상으로 한 국산 토종백신균주 개발에 전념해왔다. 이중 상당수가 백신으로 상용화되어 국내 양계 농장에서 질병 예방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학자로서 농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조류인플루엔자 신속항원진단키트의 검출 한계를 높이는 기술 및 미래 신·변종 바이러스에 적용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유니버설 백신 대응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구자이자 학자라면 누구나 해당 분야의 미해결 난제를 극복하여 창조적인 극복기술을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를 꿈꿀 것입니다. 팬데믹의 대명사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난제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학자로서의 목표입니다.”
현재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가금(家禽) 질병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수많은 가금 전염병에는 생물학의 새로운 발견의 역사가 깃들어있다며, 이에 관한 에피소드와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질병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이와 연관된 다양한 사건을 통해 학문적 기여를 인식하게 하고,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최 교수는 제자들에게 늘 한 곳만 바라보지 말고 연결해서 전체를 볼 것을 주문한다. 이러한 태도를 갖춘다면 어떤 일을 선택하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그다.

 

지속되는 바이러스의 공격,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에 대비해야 할 때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에서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동물성 단백질 부족사태와 가격상승 등 식량안보 문제가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인류를 감염병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은 경제적 후유증으로 남았다. 최강석 교수는 가축이든 사람이든 감염병은 단순히 감염병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정책결정자뿐 아니라 대중 또한 감염병에 대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이유다. 최 교수는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며,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이해와 함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최강석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앞으로도 인류에 대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기원은 야생 생태계에 있죠. 이에 인류는 사전 예방적 야생생태계 바이러스 감시와 스필오버(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로 넘어가는 과정) 차단 대책, 국가 간 질병 정보의 투명성 확보 및 국제 공조, 방역 대응기술의 혁신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최 교수는 팬데믹이 발생한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며, 이에 대한 예방 기술과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어떠한 타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그에 대한 즉각적인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재직 당시부터 기술 개발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었다면 그 기술은 국민의 실생활에 바로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임해온 그다.
“우리나라는 이제 검역과 방역 부분에서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입니다. 과도할 정도의 강력한 방역강도를 유지하고 있죠. 이제는 이러한 검역·방역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의 방역 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이니까요.”
하나의 ‘지구촌’에 살던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세계화의 이면을 목격했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감염병은 더 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 교수가 이어온 감염병에 대한 연구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세계인이 또 다른 팬데믹을 유연히 극복해내기 위한 마중물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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