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반려동물을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이라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펫케어 산업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먹거리가 고급화되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루어지는 추세다. ㈜피터페터는 반려동물에 대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더욱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반려동물의 유전자 분석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가이드 제공하는 ‘캣터링’과 ‘도그마’

펫테크 스타트업 ㈜피터페터가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반려동물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6월 설립한 피터페터는 ‘2020년 예비창업패키지(중소벤처기업부)’에 선정된 것은 물론 ‘도전! K-스타트업 2020’ 부처통합결선 진출, ‘2020 창업 한·중 데모데이’ ICT·AI 분야 대상 수상, 2021 SNU 해동주니어 2기 최우수 기업 선정 등으로 사업성을 입증했다. 피터페터가 지난해 공개한 반려묘 유전자 검사 서비스인 ‘캣터링’은 클라우드 펀딩 오픈 첫날 목표액의 1000%를 초과 달성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문화가 정착되며 폭발적으로 증가 하고 있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를 가늠케 한다. 지난 5월에는 반려동물 1등 쇼핑몰인 펫프렌즈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캣터링’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고양이의 질병 취약도를 파악해 맞춤형 건강관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익숙해진 구강 상피세포 채취 방식으로 다낭포성 신장질환, 비대성 심근증 등 반려묘가 지닌 태생적 유전 질병의 위험성과 이로 인해 발병 가능성이 있는 20여 가지 질병을 안내한다. 반려인이 채취 키트를 활용해 직접 반려묘의 DNA를 채취하는 것은 물론 회송 신청부터 수거까지 비대면 방식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더욱 각광받고 있다. 기존의 반려묘 유전자 검사보다 합리적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며 반려묘를 더욱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에 만족도가 높다.

“사실 반려동물들은 외형적으로 예쁘거나 성격적으로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특정 품종을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교배 등을 이유로 유전질환이 잘 발생하는 편이에요. 그 확률은 16%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유전병이 아무리 높아도 1%의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숫자임을 알 수 있죠.”

박준호 대표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강조했다. 발병의 위험성을 알고 미리 대처하는 것만으로 최대한 발병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유전 정보이다. 맞춤형 유전자 검사 서비스인 캣터링은 보호자들이 체크해야 할 증상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종류, 가정에서의 돌 봄 방법 등을 제시하며 반려인들이 보다 효과적인 건강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피터페터는 반려견을 위한 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인 ‘도그마(dogma)’도 서비스하고 있다.

 

유전자 정보에 대한 큐레이션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대용량 유전자 검사 시대 열어

서울대학교에서 생명과학과 의료정보학을 전공한 박준호 대표는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떠나보낸 후 느낀 충격과 상실감, 자책감에 보다 체계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반려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국내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는 반려동물 케어를 위한 여러 정보들이 교류되고 있습니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유전병과 관련한 질문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반려인들은 유전병에 이미 익숙한 상황이에요. 하지만 이를 제대로 케어하기 위한 솔루션이 없어 혼란을 겪어왔죠.”

㈜피터페터는 국내 최초로 소비자직접의뢰(DTC, direct-to-Customer) 방식으로 대용량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각각의 유전 변이를 따로따로 검사해야 했던 것은 물론 검사마다 실험비와 인건비가 들기에 소비자는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이에 피터페터는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데이터를 큐레이션 해 다양한 검사 항목을 발굴하고, 품종에 따른 맞춤형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양이의 경우 총 40여 개의 변이를, 강아지의 경우 100여 개의 변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칩을 제작해 검사 가격을 기존 대비 12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피터페터의 경쟁력은 큐레이션에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검사 항목 선별과 검사 시행, 검사 결과 분석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눈다면 저희는 첫 번째와 세 번째 부분에 힘을 싣고 있죠. 유전자 검사에 관한 기술은 이미 평준화되어 어느 국가, 업체에게 맡겨도 비슷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해외에서는 이미 유전자 대용량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박 대표는 관련 서비스가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착안해 피터페터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검사 결과 리포트를 제공하며 해외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해외의 경우 동물병원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기에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리포트 서비스가 없었다. 피터페터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리포트에는 반려동물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증상과 징후, 동물병원에 가서 직접 검사받아야 할 항목 등이 안내되어 있다. 박 대표는 수의사와 반려인 간의 소통을 돕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국내에서는 그리 높지 않아요. 미국 시장의 경우 작년에 1,5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유전자 검사 시장이 조성되었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죠.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도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필요성만 놓고 따지자면 동물은 유전병 발현 빈도 자체가 압도적으로 높기에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해보시길 권하고 있죠.”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더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도울 것

㈜피터페터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출신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기업이다. 박준호 대표는 서비스의 필요성과 생명과학과 의료정보학을 전공했던 역량이 맞아떨어져 자연스레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평소 반려동물을 좋아해 대학원 재학 당시에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집중해왔던 그다. 박 대표는 좋아하는 분야에 전문적 역량을 갖고 있는데다 시장이 이러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은 큰 행운이라 말했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 유전자 검사 의향을 설문 조사한 결과 30% 가까이가 ‘YES’라 응답하며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유전자 검사를 요청하시는 분들 중에는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보다는 한 번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반려동물을 마음 아프게 떠나보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에 집중했죠.”

박 대표는 소중한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허망하게 떠나보내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도록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일례로 비대성 심근증을 앓고 있는 고양이의 경우 격렬한 놀이를 할 경우 30분 만에 급사할 위험이 있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들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활발하게 놀아주고 운동을 시켜야 한다는 상식만을 따랐다가는 자칫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력과 관련한 유전병도 존재한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중에도 가구의 위치 등을 기억해 안전하게 생활하는 반려동물의 상태를 알지 못해 물건이나 가구 배치를 갑자기 바꾸면 부상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박 대표는 생활 속 작은 팁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반려동물의 삶은 보다 건강해질 수 있다며, 리포트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는 것이 피터페터가 해야 할 일이라 설명했다.

 

쌓여가는 반려동물 데이터 활용해 보다 나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 돕는 선순환 구조 만들 것

“향후 유전자 검사 외에도 장내 미생물 검사 등 반려동물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R&D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과정에서 쌓이는 바이오 데이터들을 활용한 데이터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죠.”

해외의 경우 반려동물을 전문으로 하는 제약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펫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준호 대표는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반려동물 관련 데이터의 가치 또한 더욱 커질 것이라 관측했다. 체계적으로 수집·가공·분석된 반려동물 바이 오 데이터를 제약사, 보험사,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는 B2B 모델을 구상하는 이유다. 동물병원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사업모델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다시 반려인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선정된 피터페터는 일본 시장에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제주에 본사를 둔 것 또한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둬서다. 박 대표는 최근 제주에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의 의료 관광에 관한 인프라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며, 제주를 시작점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저는 반려동물의 바이오데이터를 통해 창출한 수익은 반려동물 및 그들의 보호자와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선순환이 계속적으로 이뤄져야 반려동물들의 건강 관리를 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비용이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터페터는 반려동물·유기동물 지원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동물권을 지키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박 대표는 유기동물에 관한 이슈와 반려동물에 관한 이슈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간다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유기동물에 관한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피터페터의 미션이라 말하는 그다.

“피터페터의 궁극적 목표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는 반려동물과 관련 사업을 하는 다른 회사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기도 할 거예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는 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나 유기로 인해 동물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거든요. 세상에 태어난 생명으로서 동물들이 최소한의 동물권을 보장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