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펙트럼을 넓히는 연구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다
스포츠 스펙트럼을 넓히는 연구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세상을 만들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2.10.01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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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장 · 체육교육과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체육 활동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팬데믹 이후 MZ 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을 통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문화를 뜻하는 합성어로, 몸에 대한 세심한 관심 즉,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질 높은 휴식이나 스트레스 해소 같은 정신적 건강 관리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체육 활동을 향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활동의 정의나 스펙트럼 또한 넓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재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박재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끊임없는 연구 확장을 통해 체육학 발전에 기여할 것

서울대학교의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스포츠과학의 이론과 실제의 전반에 걸친 연구와 함께 연구 결과의 지도 및 보급을 이어온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몸과 움직임의 가치’를 연구하여 신체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하는 인간의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체육교육과 스포츠 관련 분야의 발전 및 국민 체력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1978년 설립되었다. 이러한 설립 취지처럼 넓은 의미의 스포츠와 관련된 뉴스들에서 연구의 주체나 출처 등으로 스포츠과학연구소를 접할 수 있다.
“현대의 스포츠는 과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것처럼 보이는 육상이나 양궁, 사격은 물론 규칙이 복잡한 프로야구나 미식축구, 피겨 스케이트 등 모든 스포츠에는 과학이 숨어 있죠. 심리학을 기반으로 멘탈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맞춤 체력훈련과 시뮬레이션 훈련 등도 실시합니다. 운동 역학을 기반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히기도 하죠.” 
이렇듯 스포츠과학은 기록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그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도 196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고안되었고, 신소재의 운동복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0년대 후반에 태릉선수촌 내에 스포츠과학연구원(KISS)이 설립되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야 실험장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스포츠과학 연구가 시작되던 시점에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소는 스포츠과학 연구의 양적 확대와 질적 심화를 통해 체육 및 스포츠 관련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발전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학문적 토론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간의 노력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예체능계열 최우수 연구소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전문교육연구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각종 학술연구사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외 저명학자들을 초청하여 포럼, 심포지엄, 학술강연회 등을 개최함으로써 체육학 분야의 학술연구를 촉진함과 동시에 다양한 연구 성과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체육교육과 교수님들 외에도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윤리교육과 박성춘 교수, 물리교육과 채승철 교수, 기계항공공학부 박종우 교수, 건설환경공학부 문주혁 교수, 지리학과 김대현 교수, 보건학과 조영태 선생, 영어교육과 민병천 교수 등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함께 다학제적인 접근과 협업으로 연구소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박재범 소장이 말했다.
박 소장은 최근 연구소의 주요한 관심사이자 연구과제로 산학 및 해외 우수대학과의 MOU 협약을 통한 산학 간 연계 및 연구 사업을 꼽았다. 이러한 사업들은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공익 실현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연구 기반을 구축하여 선도적 학문 가치 창출을 위한 창의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학술 교류의 국제적 확대를 이어가며 세계 스포츠과학을 선도하는 비전과 목표를 향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산학협력 체계를 통해 나아가고 넓어질 것
스포츠과학연구소는 단순한 연구기관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학교에만 갇히지 않도록 다양한 업체와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 메타에스아이와 ‘야구 아카이브 구축 및 교육용 VR 콘텐츠 개발, e스포츠 전시 사업’ 등 스포츠 산업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이번 업무 협약을 계기로 아프리카TV의 플랫폼 운영 노하우와 메타에스아이의 스포츠 IP 개발 역량, 연구소의 스포츠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포츠 산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학과 교수회의나 연구소 운영회의를 통해 저희가 나누고자 하는 가치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기업,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협업을 신중하게 선정합니다.”
  아프리카TV, 메타에스아이와의 이번 협업으로 가장 먼저 야구의 산업화 및 대중화를 위한 ‘아카이브’ 개발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야구의 역사부터 선수, 규정 등 전반적인 정보를 구축해 관리하고, 유저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와 전시관 등 다양한 채널을 개설해 활성화한다. 야구 교육 콘텐츠 개발에도 협력을 이어간다. 연구소의 전문화된 VR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야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명 스포츠 스타의 노하우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특정 포지션이나 신체 구조에 따른 맞춤형 교육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외에도 e스포츠 관련 전시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사업도 진행된다. 가장 먼저 ‘아프리카TV 스타리그(AfreecaTV StarCraft League)’ IP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e스포츠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이며, 전시는 VR 체험관·경기 영상 시청관·디지털 포토존 등 오프라인에서 스타리그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융합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2021년 12월 롯데 자이언츠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운동 동작 분석’ 연구에 상호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와 선수단의 생체 역학 연구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해당 협약으로 롯데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선수단을 대상으로 하는 생체 역학 연구를 함께 수행하며, 선수단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 중이다. 박재범 소장은 해당 협약으로 스포츠과학 분야에서 훌륭한 산학협력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론적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적용돼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포부를 전했다.

남녀노소, 모든 이들의 동등한 즐거운 스포츠 활동을 위한 노력
체육교육과 교수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과 함께 운영하는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관악구와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김연수 교수님이 손을 잡고 진행한 5060 골든 웰빙 운동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관악구 주민 60명을 대상으로 매주 두 차례 교육과 운동을 진행하는 활동으로, 운동 검사를 통해 5~60대 수강생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체계적인 운동 처방을 통해 몸의 운동기능과 저항 기능을 강화하며 나아가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참여자들은 운동 검사의 결과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운동 처방을 받는데 주로 요가, 스포츠 댄스, 기공, 걷기 등 부담이 적으면서도 운동 효과가 높은 트레이닝을 받는다. 트레이닝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엔 사후 운동 검사를 실시해 운동 효과를 측정하고 향상된 운동기능을 확인한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운동 처방과 지속적인 피드백 제공은 골든 웰빙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박재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박재범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연구소를 포함해 참여하는 교수님들 모두 체육이라는 학문 내에 새로운 지식을 계속 생산하고 이를 전달하는, 생산자와 전달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5~60대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연구해 제공하는 ‘5060 골든 웰빙 운동’을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저희가 이득을 얻는 건 아니지만,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의 가치를 알고 믿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찾는 거죠."

아동과 학생들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한국의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 시간표에는 ‘체육’이 없다. 현행 초등학교 1~2학년은 1982년 개정된 4차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 음악, 미술을 합친 통합교과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기초 운동 역량을 익히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에 체육 교과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이 저학년부터 육상, 수영, 구기, 무도 등 각 종목의 기초를 익히고, 핀란드가 저학년 때 수영과 수상스포츠를 익힌 뒤 학년이 올라가면 수상 구조 교육을 받는 식의 체계를 갖춘 것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또, 전문가들은 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남녀 2차 성징이 드러나기 전인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때 운동의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용호, 김선진 교수님의 주도로 장애아동 체육 교실과 운동 발달 교실 등을 통해 스포츠 소외계층에게도 재능 나눔을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FUN&KICK 체육 교실 운영이다. 이 체육 교실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장애아동 체육 교실로, 특수체육을 전공한 대학원생들이 장애 학생의 유형별 특성 및 발달수준을 고려한 신체 활동과 스포츠 활동을 지도한다. 장애아동들의 교육적 요구와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며, 신체, 인지, 정서·사회적 발달을 도모하는 총체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와 ‘믹스볼데이’를 개최하기도 했다. 믹스볼데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휠체어 농구 페스티벌로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프로농구 팀, 아나운서 팀 등 비장애인에게 휠체어 농구를 가르쳐주고 함께 시합을 즐기는 ESG 스포츠 페스티벌이다. 믹스볼데이의 취지에 ESG에 진심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CJ 제일제당은 업사이클링 간식을 비롯해 만두 등 다양한 식물성 간편식을, OB맥주는 비알코올 음료, 삼성물산 패션 부문 하티스트는 티셔츠를 각각 후원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소셜 벤처들도 행사에 따듯한 손길을 전했다.
“행사나 프로그램이 끝나고 참여한 분들의 얼굴을 보면 환한 미소가 가득해요. 특히, 장애인분들이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과 그에 따른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보람과 확신을 얻습니다.”
박재범 소장은 앞으로도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함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한다. 이러한 이벤트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모두에게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모든 학문 영역이 사회적인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듯 체육도 역시 마찬가지이죠. 팬데믹을 겪어낸 사람들이 자유롭게 체육 활동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각자에게 맞는 즐거운 건강 관리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을 저희 학교 연구소에서 해내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가 몸의 움직임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스포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지속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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