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열화학 반응 활용한 ‘CO2-free’ 그린수소 생산 기술 연구로 수소경제 앞당겨
플라즈마 열화학 반응 활용한 ‘CO2-free’ 그린수소 생산 기술 연구로 수소경제 앞당겨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8.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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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철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정상철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2022년을 수소경제 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수소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또한 올해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이라는 표현을 넣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수소 산업 지원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된 수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지금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정상철 교수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연구하며 수소경제 시대로의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의 대량 생산 구현해

1995LG반도체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현재까지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상철 교수는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 응용되는 다양한 나노소재들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액상플라즈마(Liquid Phase Plasma, LPP)를 이용한 수소생산 공정 개발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정 교수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미래 수소원천기술개발사업에 일환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 탄화수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CO2-free 플라즈마 열화학 공정 개발을 수행 중이다.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에 의해 발생된 플라즈마를 활용한 열화학 반응을 이용해 다양한 탄화수소로부터 CO2-free 수소를 제조하는 고효율 수소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도 탄화수소로부터 CO2-free 수소 제조를 위한 재생에너지 연계 플라즈마 열화학 반응시스템의 핵심 소재 기술개발 및 플라즈마 기술 적용 열화학 반응에 의한 탄화수소로부터 CO2-free 수소생산을 위한 최적 반응공정 구축, 탄화수소의 플라즈마 열화학 반응에 의한 고효율 CO2-free 수소 제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 기술개발 등이 주요 연구내용이다. 액상의 탄화수소(헥산, 벤젠 등) 용액 내에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수소를 생산하고, 부산물로 고부가 가치의 나노카본블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정 교수는 공정에서 발생되는 물질은 기체상의 수소와 고체상의 탄소 입자가 전부라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린수소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산을 원료로 사용하면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반응기에서 1분당 5리터 정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반응기를 병렬로 연결하면 매우 많은 양의 수소를 일시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CO2-free 수소 생산 공정 및 시스템은 무엇보다 소형이기에 충전소 부근에 설치해 on-site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충전소까지의 운송 과정이 배제되기에 이는 수소의 가격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그간 수소의 산업적 적용에 있어 운송 및 충전 문제는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공정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카본블랙의 활용에도 기대가 실린다. 현재 리튬이차전지 및 슈퍼캐퍼시터의 도전재로 Super P라는 제품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정 교수는 실험에서 얻어지는 카본블랙을 1500에서 열처리하면 Super P보다 높은 열전도도(conductivity)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차 년도에 접어든 해당 사업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 SCI 저널에 7편의 연구논문을 출간하고, 4건의 국내 특허와 3건의 국제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해당 기술이 높은 원가 경쟁력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수소생산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했다.

“CO2-free 수소 생산 공정 및 시스템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원천소재 및 공정의 핵심 기술 확보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융합연구 위한 열린 시각으로 새로운 도전 이어와

지방대학에서는 이례적으로 국책연구사업을 단독 수행하는 동안 때론 지역적 한계와 연구인력 수급 등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정상철 교수는 다행히도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많은 성과들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행 중인 액상 플라즈마를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의 개발도 성공적으로 완료될 것이며, 기술 이전을 통한 산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하였다.

정 교수는 그간 많은 분야의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종류의 소재들을 합성해왔다. 특히 전공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성과들이 눈에 띈다. 그는 한국화학공학회 등 국내 학회에서 활동하며 학술상, 논문상, 진흥상 등을 다수 수상하였으며, 2016년에는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다양한 국제학술대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200회 이상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은 물론 국제저명학술지(SCI)300편 이상의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등 왕성한 연구를 이어왔다. 정 교수는 현대는 융합연구의 시대라며, 여러 전공 분야가 어우러져 하나의 기술이 완성되기에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여 기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토대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은 이러한 연구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박사과정 당시 지도교수님이 상당히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어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고픈 마음에 항상 교수님께 직접 질의하며 문제를 해결했죠. 이는 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지도교수님의 1호 박사가 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박사과정 당시 선배나 동급생들은 평균 6~7년에 거쳐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도중에 포기한 학생들도 있었다. 정 교수는 당시의 경험은 연구를 수행하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알 수 없거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잘 알 것 같은 지도교수에게 직접, 가능한 한 빨리 도움을 요청한 그다. 박사학위 발표 심사가 끝나던 날 지도교수는 다른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고, 정 군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깨달음은 연구에 대한 정 교수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현재까지도 연구를 수행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기꺼이 질문을 던지며 도움을 요청한다. 전문가가 어리거나 연고가 없어도 망설임이 없다. 그는 주변을 보면 자존심 때문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교수들이 많다며, 현대의 연구개발 형태는 융합연구인 만큼 어느 한 전공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절대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진행될 수도 없음을 강조했다. 항상 다른 전문가의 시각에서 자신의 연구를 검토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다 합리적이며 안정적인 수소경제 시대 기대

최근 수소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수소산업 생태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올해 국내 대기업들의 수소 사업에 대한 미래투자계획 규모는 전년 발표 대비 7조 원 이상 증가한 50조 원 규모로 확인되었다. 수소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정권 교체 시기에 제기되던 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7일 민간 수소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2022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하며 투자 활성화를 위한 수소펀드를 출범했다.

앞서 정부는 20191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주축으로 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며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204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 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늘리고, 수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정상철 교수는 수소가 수송용 연료, 전기생산 등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경제가 바로 수소경제라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수소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자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사용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수소가 자연의 상태가 아닌 물과 화석연료인 탄화수소 형태로 존재하는 까닭이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수소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수소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에너지보다 크기에 수소경제와 에너지 소비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다. 실제로 수소 추출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이산화탄소, 황산화물 등이 배출되어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정 교수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수소차 생산에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이라 자부하지만, 정작 수소연료전지는 원천기술 및 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제작하는 실정이라며 보다 내실 있는 기술 발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보다 먼저 투자하고 육성시킨 선진국들과의 국제적 기술격차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기본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래사회에는 전기차와 수소차가 각자의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어느 한쪽에 편중되기보다 고른 발전을 이어가야 함을 당부했다.

에너지 자립의 관점에서 원전에 대한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에너지 정책 수립에 앞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에너지 밸런스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원전폐기물 처리 문제 등 여러 주변 상황에 대한 체계적이며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정상철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정상철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연구와 교육에 더해온 진심 바탕으로 연구의 지평 넓혀가

교육자로서의 모습에서도 정상철 교수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그는 단 한 번도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한 적이 없다. 박사과정 진학을 원하던 제자들도 있었지만, 국내외 대학을 추천하며 그곳에서 수학하도록 한 정 교수다. 그는 함께 연구해온 석사졸업생들이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간다면 연구수행의 연속성 등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며, 다만 아끼는 제자들이 인지도가 낮은 지방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겪게 될 고충들을 잘 알고 있기에 제자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대학교에서 석사를, 일본 큐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반대학원과 달리 직장에 근무하며 공부를 병행하는 산업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박사과정 지도는 지속해왔다. 제자들 모두 좋은 연구결과를 얻어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물론 일부 학생은 진로를 바꿔 교육자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은퇴까지 남은 5, 정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수행 중인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후회 없는 노후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융합 연구의 시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새로움에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제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을 바탕으로 후학을 양성하는 정 교수의 연구와 교육은 유의미한 성과를 이어가며 탄소중립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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