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성취와 실용성의 균형 맞춘 연구로 Best가 아닌 First를 향해 나아가다
학문적 성취와 실용성의 균형 맞춘 연구로 Best가 아닌 First를 향해 나아가다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8.01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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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그린수소와 그레이수소의 비용 격차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그레이수소의 경제성이 높지만 최근 이어진 화석연료 가격의 급등과 수전해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으로 그린수소의 시장경쟁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최윤혁 교수는 다양한 수전해 수소 생산 촉매 개발을 통해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라 알려진 수전해 방식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수전해 수소 발생 시스템의 전극 촉매 개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전해 방식 이용하기 위한 길 열어

최윤혁 교수가 지난해 11월 수전해 수소 발생 시스템의 전극 촉매 개발 소식을 알렸다. 수소 생산용 수전해 시스템에 적용되는 금속 산화물 촉매에서 이온의 자리 분포가 촉매 활성도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SCI급 저널이자 국제전기화학회 전기화학분야 저명 학술지인 일렉트로키미카 악타(Electrochimica Acta)' 111일 판에 게재되었다.

수전해 방식은 물을 전기분해하기 위한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물의 전기분해를 위해 백금, 로듐 등 고가의 귀금속 촉매가 활용되기에 접근성이 낮았다. 최 교수의 연구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전해 방식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소재의 촉매 활성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값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고효율의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소재 분야에도 여러 세부분야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무기 재료인 세라믹을 중심으로 아직까지 산업에 적용되진 않았으나 앞으로의 유망성이 기대되는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신소재 공학을 전공한 최 교수는 ‘Best가 아닌 First가 되자라는 연구 철학으로 연구를 수행해왔다. 주요 연구주제로 고엔트로피 재료, 2D 나노물질, 합금 및 화합물, 수전해 및 연료전지용 전기촉매, 자기열량효과를 이용한 자기냉동 등이 있다. 2020년 서울대 재료공학부 홍성현 교수팀과 함께 진행했던 새로운 촉매 발견 연구는 영국왕립학회가 발간하는 나노분야 저명 SCI 학술지인 나노스케일(Nanoscale)' 표지논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해당 연구는 망간(Mn), 바나듐(V) 화합물과 그래핀(Graphene)의 나노복합체가 기존 촉매 물질들과 비슷한 수준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근에는 ‘BARSOUM 세라믹스 개론을 발간했다. BARSOUM 세라믹스 개론은 W. Barsoum 교수의 ‘Fundamentals of Ceramics' 2판을 번역한 책으로 최 교수는 여러 대학의 신소재공학 관련 교수들과의 공동번역과 더불어 감수 및 총책임 역할을 맡았다. 그는 세라믹스 공학의 기초원리부터 응용 분야 전체를 아우르며 학부 수준에서 공부하기에 적합한 수준을 갖춘 책이라 설명했다. 세라믹스 공학은 최근 신소재공학, 재료공학이라는 통합적 학문의 세부 전공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융합 전공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학문의 고유성에 의거한 기초 교육이 부실해지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전공 이해도도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BARSOUM 세라믹스 개론은 개론 교과서로서 전공자들이 기초 학문의 초석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지역 업체들의 니즈 충족하기 위한 산학협력 이어가

2018년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에 부임한 이후 최윤혁 교수는 보다 실용적인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공과대학으로서 지역에 뿌리내린 업체들에게 보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기술 의뢰 등이 있었으나 그간의 연구들은 산업에 실제로 적용하기가 어려웠다며, 첨단 연구와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들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소부장 업체들은 세라믹파우더, 표면 코팅, 소결체 등을 다루고 있기에 최신 첨단 연구와는 괴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세라믹 분말 공정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함과 동시에, 나노소재를 이용한 가스 센서, 수전해 수소 생산 촉매, 연료전지 등 학술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소부장 기업들은 여전히 뿌리기술에 갈증을 느끼고 있으나 최근 학계에서는 나노, 에너지, 배터리 등으로 연구 테마가 변화하며 산업현장과의 격차가 커지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뿌리기술이 자칫 단절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우리 경제의 근간인 뿌리 산업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또한 지역 기업들의 의뢰에 맞추어 전통 세라믹 분야를 함께 공부하며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학술적 연구와 산업현장의 니즈를 담아낸 실용적 연구를 병행하기까지 고민도 따랐다. 최 교수는 교수로 임용되기 전까지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미래 지향적 연구만을 수행해왔으나 대학의 역할이 첨단 연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산업계에 보다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역에 와서 만나본 산업계 분들 중에는 연구개발에 목말라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러한 의지와 달리 인력이나 자본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대다수였죠. 저 또한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2~3년이 흐른 지금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요.”

최 교수는 수년간 수전해 생산 촉매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으나 산업에의 실질적 적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수전해 생산 촉매의 상용화에 나선 업체가 드문 까닭이다. 연구실 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이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도 많다. 그는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수요로 인해 연료전지의 상용화는 어느 정도 진전이 되었으나 수전해 분야는 아직까지 사업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라 말했다. 진정한 친환경 수소 생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수전해인만큼 미래를 위해 연구주제를 발전시켜가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그는 수전해 생산 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부 과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수전해의 생산성이 낮은 수준이지만 시스템적 원리는 단순한 만큼 일단 시장에 자리를 잡은 후에는 상당한 경제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비귀금속 촉매를 활용하는 것 또한 방법이죠. 수전해의 상용화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최 교수는 당장의 경제성이 따르지 않더라도 환경을 위해서 수전해는 반드시 가야만 할 길이라 말했다. 당장 이에 관한 문제를 풀기는 어렵겠지만 미래를 바라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그는 경제성과 친환경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더불어 산학협력을 통해 상용화에도 도전하고 있었다. 최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 과제의 일환으로 기계 가공 분야 업체와 함께 시스템 모듈 단위로 제작한 스택을 전시회에 출품할 계획이라 전했다. 연내에 기업 차원에서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상용화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내다보는 그다.

 

’Best가 아닌 First‘ 끊임없는 도전으로 새로운 지평 여는 연구 수행할 것

연구실 차원에서 기업 과제를 많이 수행하고 있지만, 첨단 연구 분야에도 비중을 싣고 있습니다. 수소 생산을 위한 촉매 및 연료전지 개발이 주요 연구주제죠. 센서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수소나 미세먼지 외에도 포름알데히드 등 독성 가스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 중입니다.”

최근 전기화학 셀에 의해 가스를 검지하는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의 상용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최윤혁 교수는 기존의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는 전해질이 액체로 되어 있어 부피가 컸다며, 고체 전해질을 활용해 가스센서의 소형화를 이루기 위한 과제를 수행 중이라 전했다. 반도체 센서의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연구도 이어진다. 열이 아닌 빛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밴드갭이 작은 물질을 활용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최 교수는 해당 연구를 수행하던 중 2차원 나노 물질을 발견했다며, 해당 물질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엔트로피 산화물 물질을 수소 생산 촉매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 또한 논문 제출을 마친 상태다. 이외에도 자기장을 활용한 자기냉동 연구를 통해 냉장고의 새로운 냉각 방식을 제시한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지방대학의 위기를 논하는 시대이지만 반대로 연구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판단에서 연구자로서 최고가 아닌 최초의 연구를 수행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저만의 연구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움을 좇다 보면 분명 유의미한 성과를 거머쥘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최윤혁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연구주제에 대한 고른 지원시스템 마련으로 기초과학 강국 만들어가길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생산 분야는 아직까지 인큐베이션 단계라 생각됩니다. 최근 중기부, 산자부의 과제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요. 다만 아직까지는 수소 생산과 저장, 수소스테이션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약간의 동기가 주어진다면 급격한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최윤혁 교수는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진정한 친환경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한 상태라 평가했다. 생산량이나 경제성이 충족되지 못한 까닭이다. 수소경제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국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수소경제의 장점과 비전을 기업들에게 보여줄 때 비로소 유의미한 움직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다양한 연구주제의 보다 고른 지원 및 잠재력을 지닌 연구자 발굴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연구주제에 대한 평가보다는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 방안을 마련해 보다 건강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후발주자로서 어떠한 분야의 문제점을 개선해가는 연구에 강하다며, 이러한 실용적 연구 외에도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 연구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없던 연구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학문적 저변을 넓히며 기초과학을 탄탄하게 세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다.

‘Best가 아닌 First가 되자라는 철학 아래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최 교수는 학문적 연구와 실용적 연구의 균형을 잡아가며 자신만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의 새로운 발견들이 우리 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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