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안정성 돋보이는 친환경 수소저장용기로 수소차 시대 앞당긴다
경제성과 안정성 돋보이는 친환경 수소저장용기로 수소차 시대 앞당긴다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7.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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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탄소중립과 함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그 성적표는 사뭇 다르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2020년 대비 71.5% 증가한 20만대를 훌쩍 넘겼지만 수소차는 지난해 기준 19,477대에 머무른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로 수소차의 구동 방식과 인프라 구축 등이 거론된다.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은 신기술은 상용화에 이르기 어렵다고 말하는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하성규 교수는 복합재료를 활용한 수소용기 개발 및 산업화에 집중하며 수소차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해외 유수 기업들과 협업하며 복합소재 발전 주도해와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단장, 지주회사 대표에 창업에 이르기까지 15역을 도맡으며 숨 가쁜 나날을 보내온 하성규 교수는 지난 3월 임기가 종료되며 비로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 간 자동차, 풍력발전기, 항공기 부품 등에 활용되는 소재인 복합재료 연구에 매진해왔다. 프랑스의 아케마(소재)와 테크닙(해저오일가스관), 브라질의 엠브리어(항공기), 싱가포르 DSO(항공기연구소)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의 연구비 지원 및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축적해온 하 교수다.

복합재료는 가벼운 동시에 단단한 성질이 필요한 곳에 활용되는 소재다. 탄소섬유와 수지를 혼합해 만드는 만큼 고도의 설계와 제작기술이 필요하다. 하 교수는 복합재료의 재료평가 및 제조공정 개발,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혁신설계로 에너지 발전·저장 및 저감을 위한 구조물 개발 등에 집중해왔다. 그간 복합재료분야 기술개발에 기여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JEC로부터 혁신상(2013) 및 평생공로상(2016)을 수상하기도 했다. JEC는 글로벌 복합소재 발전을 위해 1996년 파리에 세워진 비영리 단체로, 전 세계 25만 명의 전문가와 1,500개의 기업이 모인 세계 최대 기술교류 기관이다.

하 교수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은 물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환경친화기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중립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활용이 어렵던 기존 복합재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풍력발전기 날개다. 기존의 풍력발전기 날개는 재활용이 어려운데다 매립 혹은 소각 시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하 교수는 재활용이 가능한 복합재료를 적용한 친환경 풍력발전기 날개를 개발했다. 연구의 난이도가 높은데다 여러 재료 공급업체와 풍력발전기 기업 등과의 기술교류가 필요했기에 친환경 풍력발전기 날개라는 결과물을 받아들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성규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 ⓒ유지연 기자

가벼우면서도 친환경적인 수소용기, 경제성까지 확보하며 상용화에 박차

복합재료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에너지 분야에 집중해왔습니다. 향후 수소 용기의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보다 안전하면서도 산업에의 활용이 용이한 친환경 수소저장용기 개발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최근 수소법개정안이 의결되며 수소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하성규 교수는 친환경 수소저장용기(수소저장탱크)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수소용기는 10년 이상 사용 가능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친환경 수소용기 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재료를 효과적으로 혼합하고, 제작공정을 혁신해 수소 용기 제작 비용을 20% 이상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그간 수소용기를 생산하는 메이저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재활용이 안 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었죠. 현재 출시된 모든 용기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었기에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친환경 수소용기 소재 개발을 지속해왔습니다.”

기체의 특성상 고압으로 저장되어야 하는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용기의 안전성은 물론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 특히 중요하다. 하 교수는 열가소성 수지를 이용해 700bar급 압력을 견디고, 52L까지 저장 가능한 용기를 개발했다.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현재의 제작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무엇보다 탄소섬유를 활용해 기존 수소 용기 무게의 5분의 1 수준의 가벼운 수소용기를 구현해냈다. 하 교수는 국내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수소용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는 동시에 기술이전을 이어갈 것이라 전했다.

친환경 수소용기 개발에 있어 경제성을 염두에 뒀던 하 교수는 수소용기 등의 부품가격을 낮추어야 수소차가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하 교수는 탄소섬유의 양을 낮추면서도 안전은 보장할 수 있는 설계안을 고심해왔다.

새로운 기술이 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공학이죠. 코스트 다운과 리사이클링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 교수는 한국이 수소에너지기술 강국인 만큼 현재의 기술수준을 유지하며 격차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연료전지기술과 달리 연구 속도가 더딘 수소용기 분야에 집중하며 수소에너지기술을 초고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수들의 창업 독려하며 기술의 지속가능한 발전 이끌어야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장과 지주회사 대표를 역임했던 하성규 교수는 교원의 기술이전과 창업 등 기술 사업화를 적극 장려해왔다.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대학 1호 산단으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해왔다. 하 교수 또한 수소용기 기술을 중심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교수들이 은퇴하는 순간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기술들이 사라지고 만다며, 교수들의 창업이야말로 기술의 연속성을 확보하며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인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함을 피력하는 그다. 미국의 경우 대학에서 창업 교수들에게 특허 서비스와 기술 이전, 벤처캐피털 연결 등 사회와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테뉴어(종신 교수)가 되면 대부분 창업에 뛰어드는 등 대학이 미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교수들이 평생을 연구해온 기술들이 자연스레 기업으로 이전이 되고, 해당 기술의 발전 및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저 또한 은퇴를 5, 6년 남겨둔 시점부터는 창업을 준비했죠. 나이 60이 넘어서도 실험실 제조업 창업에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선박, 자동차 등에 적용되는 수소용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인증 절차가 남아있다. 하 교수는 안전이 워낙 중요한 분야인 만큼 인증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판매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그는 향후 해당 기술에의 투자 유치를 통해 기술인증 및 생산 인프라 구축을 이어갈 것이라 전했다. 이를 위한 대기업과의 투자 협약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만큼 오는 2025년이면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하성규 한양대학교 융합기계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탄소중립의 핵심 수소사회로의 전환 위한 도전 이어가

제가 개발한 기술이 점차 무르익어 실제 산업에 적용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특히 산학협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협력을 이어왔죠. 학생들을 지도할 때에도 실험실에서 끝나는 연구가 아닌 산업체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성규 교수는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해온 제자들이 사회로 나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함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때론 학생들의 부족한 면을 발견해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이 노파심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장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모습은 교육자로서의 큰 기쁨이다.

하 교수는 수소 경제로의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의 중요한 수단으로 수소를 지목했듯 그 과정이 험난하고 어려울 수는 있겠으나 수소사회로의 진입은 할 수밖에 없는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2050년까지 진정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소로의 전환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방향성이 결정된다면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힘을 합해 난관을 극복해갈 수 있다고 답했다. 비효율을 야기하는 여러 장애물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 내다보는 그다.

지난 30년 간 연구를 이어오며 난관은 항상 있었습니다.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경제성을 되묻는 질문들도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극복해내는 모습을 지켜봐왔습니다. 새로운 도전에는 자연히 어려움이 따르지만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습니다. 재료가 없다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찾아내고, 효율이 낮다면 효율을 끌어올릴 기술을 개발해내야죠.”

또한 하 교수는 연구자이자 엔지니어로서의 비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니어 연구자라면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내다봐야하며, 신진 연구자들은 시니어 연구자들의 통찰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연구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준비가 필요하다며,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지속할 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결과에 다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먼저 요구합니다. 프로세스만을 원하는 사람은 없죠. 뿌려놓은 씨가 없다면 급조할 수밖에 없고, 그 열매인 성과는 줄어들게 됩니다. 유의미한 성과를 위해서는 시간이라는 특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사람만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철칙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에게는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열매를 맺는 세 가지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가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소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 교수는 기업이 이윤 창출이 아닌 필요성과 당위성에 의해 수소를 택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으로 물꼬를 터줄 때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기반한 하 교수의 연구들이 수소 강국 대한민국으로의 여정에 든든한 이정표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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