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 중립의 핵심, 수소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이들
2050 탄소 중립의 핵심, 수소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이들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2.07.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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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수소’다. 수소에너지는 재생에너지가 가진 변동성의 한계를 보완하며 에너지를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화석연료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중립을 실현할 중요한 무기로도 떠오르고 있다. EU 회원국 전체로는 2030년까지 공공 부문에서만 약 700억 유로가 수소 분야에 투자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수소 경제를 향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 국회에서 ‘수소법’으로 불리는 ‘수소 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고, 이밖에도 수소 연료전지차 보급, 수소 시범 도시 구축 등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한 활성화 방안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전 세계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기술로 지목된 수소. 수소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만드는 연구자를 직접 만나봤다.

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충족한 수소 생산 기술의 개발이 필요
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와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 기계공학부, 엘텍공과대학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 등을 거치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주로 연구해왔다. 특히 그는 양이 풍부하고 재생 전력보다 훨씬 경제적인 신재생 열원(태양열, 폐열, 바이오가스, 매립지가스, 폐가스 등)을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열화학적 물 분해를 통한 수소생산기술 연구에 주목했다. 미래 사회 주요 에너지 중 하나로 사용될 수소, transition fuel로 사용될 천연가스, 변동성이 강한 재생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주제로 한 최 교수의 연구들은 Applied Energy, Energy 등 에너지 관련 유수의 학술저널에 발표되며 의미와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최 교수는 수소 경제 활성화의 달성은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생산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수송부문뿐만 아니라 산업 및 발전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수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소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 연료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
“2차 에너지원인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야 하고, 청정수소인증도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올해 개최된 한국수소 및 에너지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최 교수는 수소생산 부문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뮬레이션 부문에 참여해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수소생산에 관한 연구인 ‘폐자원 수소생산 방법들의 기술 경제성 분석’에서는 여러 기술을 활용했을 때 예상되는 수소생산단가(Levelized Cost of Hydrogen)를 분석해 발표했다. 수소생산의 주요한 두 가지 요건, 비용과 환경을 충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방안으로 그는 폐자원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을 제안했는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두 요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기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추가로 연구하고 개발해나가고 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뮬레이션 부문에서 발표한 ‘열에너지 저장장치와 연계한 가역고체산화물전지 시뮬레이션 연구’의 핵심은 가역고체산화물전지에 있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 최근 태양광의 양이 증가하면서 태양광이 풍부한 낮에는 추가로 발전해야 하는 양이 매우 적거나 오히려 추가 에너지를 저장해야 하고, 태양광이 없는 저녁이 되면 급격하게 발전량을 늘려야 하는 소위 덕 커브(Duck Curve) 형태의 전력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역고체산화물전지이다. 가역고체산화물전지는 마치 배터리처럼 전력을 받아 충전 시에는 화학에너지로, 방전 시에는 다시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장치로 새로운 전력수요 형태에 맞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때는 수소를 생산하고(수전해), 재생에너지가 적을 때에는 전력을 생산하는(연료전지) 장치로 사용할 수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시에는 시스템에 열이 부족하고,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 모드에서는 열이 풍부하게 남는 점에 착안하여 연료전지 모드에서 남는 열을 저장하고, 이를 수전해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해당 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발표에서 제시했으며, 전체적으로 시스템 효율이 10% 증가하는 점도 증명했다. 이렇듯 다양한 연구 활동과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최 교수는 앞으로도 신재생 열원을 수소로 변환하는 초고효율 시스템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기후 위기는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 중립 달성에는 수소 경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기술의 연구개발은 도미노처럼 수소 경제 달성, 탄소 중립과 기후 위기 해결로 도달한다. 따라서 친환경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과정분석과 함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 경제성 분석을 수행하며 유망한 기술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최 교수는 수소를 키워드로 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양의 수소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의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탄소 중립, 수소 경제,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동참을 당부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시스템의 개발을 위해 활발한 연구 진행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의 개발을 이루기 위한 최원재 교수의 대표적인 연구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 그리고 전과정분석을 통한 차세대차량과 내연기관 차량의 환경성 비교 분석 연구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연구는 2013년부터 진행해 온 70% 이상의 초고효율 달성을 목표로 연료전지와 엔진을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에 관한 연구로 세계 최초 연구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기술들의 효율을 뛰어넘어 70%의 발전효율을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시스템의 개발을 목표로 시스템 컨셉 제안부터 시스템 개발 및 실증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책임지고 진행해왔다. 해당 시스템은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8년에는 미국의 에너지부 ARPA-E에서 이러한 시스템 개발을 위해 1,6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연구프로그램 ‘INTEGRATE’를 시작했고, 미국과 중국, 네덜란드,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등 해외에서도 시스템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2017년에 고체산화물연료전지-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최초로 구축하고, 200시간 연속운전에 성공했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든 실험이었는데요. 한국기계연구원의 안국영, 이영덕, 강상규, 김영상 박사님과 함께 제 연구실 동료였던 김재현, 김용태 박사님 등 동료들과 힘을 모은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차세대 친환경 차량과 기존 차량의 환경성 즉,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전과정분석 연구이다. 최 교수는 기존의 차량기술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리튬이온배터리 등의 새로운 차량기술의 환경성을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2011년부터 해당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한국에서 배터리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을 이용하는 것이 기존의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이용과 비교해 정량적으로 어떤 환경 이익이 있는지, 또 정부 정책이 정량적으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국내에는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Korean-GREET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덕분에 국내에서 관련 연구 기반을 조성한 것은 물론 연구결과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결과들은 저널 논문으로 출판됐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자동차공학회를 비롯한 다양한 국내외 학술대회에서도 소개되며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지금도 적극적으로 전과정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수소를 생산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전과정분석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에너지저장방식 중 하나인 열에너지로 저장하는방식(TES, Thermal Energy Storage)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의 확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며 탄소 중립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에너지저장기술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최 교수는 다른 방식과 비교해 경제성이 뛰어난, 남는 전력을 열로 저장하는 기술에 주목한다. 향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잉여전력을 ESS와 더불어 열에너지로 저장(TES)해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버리지 않고 열에너지로 전환·저장·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관리가 이뤄지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제도와 정책 마련도 필요한 때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휴먼바이오공학부 최원재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후배 연구자들이 연구의 즐거움을 잃지 않길
어려운 혹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일은 난관의 연속이다.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최원재 교수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떠올리며 초심을 다잡고 힘을 얻는다. 대학원 초년 시절에 떠난 시카고 출장, 발표를 마친 저녁에 존 핸콕 타워에 올라 거대한 도시 야경을 바라보던 순간에 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연구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때의 결심 이후, 자신의 연구가 세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모범이 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교육자로서의 목표를 더해 다시 달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 역시 자신이 그랬듯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무엇보다 즐거움을 잃지 않고 연구를 지속해가길 바란다.
“저는 학생들에게 연구를 장거리달리기에 비유합니다. 연구는 오래 해야 하는 일이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꾸준히 하는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연구의 세계에 막 발을 디딘 초반에는 새로운 것들과 매력적인 선행연구들이 많아 저절로 흥미가 샘솟을 수 있어요.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몰입하며 에너지를 쏟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마음을 조급하게 먹거나 성과 중심으로만 임하면 연구자로서 원숙해질 수 있는 시간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길 바라는 동시에 저도 모든 학생을 한 명의 연구자로서 존중하며 재촉하지 않고 결과를 기다리자고 다짐해요. 또,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동기부여 하는 기회도 만들고 있고요.”
최 교수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퇴임한 이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연구에 자극을 받고 똑똑한 후배들의 연구에 몰입하는 연구자이다. 그는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언제나 즐겁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는 연구자로 남고자 한다. 그가 걸어가는 길을 뒤따르는 후배들과 그들이 지나간 길 위에 놓여있을 수많은 연구 성과들을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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