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권 웹툰 작가 -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특별함, 믿고보는 만화를 그리는 원동력
하일권 웹툰 작가 - 평범한 일상에서 찾은 특별함, 믿고보는 만화를 그리는 원동력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2.05.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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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소재를 찾기 위해 일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느낀 바를 하나하나 기록으로 남기며 장면을 구상한다는 하일권 작가는 스토리의 처음과 끝이 마치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진 듯 탄탄한 전개와 구성력으로 ‘믿고보는 웹툰’이라는 수식어가 언제나 함께한다. 장면 하나하나 스크롤을 내리면 마치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같은 느낌을 주는 수채화같은 그의 그림은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마저 든다. 외모에 대한 상처를 어루만져주었던 <삼봉이발소>, 최근 넷플릭스에서 작품화한 <안나라수마나라>, 첫사랑을 하던 때로 돌아간 듯한 <두근두근두근거려>, 등장인물과 함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병의 맛>, 웃음이 가득한 19금 슈퍼 히어로 장르 <스퍼맨> 등 어떤 장르의 작품을 그리던 웹툰의 본질인 ‘재미’에 충실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소신으로 지금까지 독보적인 웹툰 세계를 구축해온 하일권 작가는 웹툰으로 독자들이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장면을 그리는 만화가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하일권 만화가 [사진=작가 제공]
하일권 만화가 [사진=작가 제공]

 

 

하일권 작가가 웹툰 작가로 데뷔한지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던 하 작가가 대학에 입학해 꿈을 키우고 있을 무렵, '웹툰'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편하게,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웹툰에 매력을 느꼈다는 하 작가. 그렇게 웹툰 작가에 도전한 그는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을 울고 웃게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월간인물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만화가 하일권입니다.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작품별 주인공들의 내면을 깊게 탐구해볼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작가님께서는 작품을 구상하고 인물을 연구하실 때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취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작품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먼저 ‘장면’을 떠 올립니다. 그냥 한 컷의 이미지도 될 수 있고요, ‘그 이미지를 그리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 때, 작품기획에 들어갑니다. 그 이미지를 그리기 위한 스토리를 짜고, 캐릭터를 구상합니다. 취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하지만 매번 하는 편은 아닙니다.

캐릭터같은 경우는 제 작품에 필요한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주변 인물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최대한 살아있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타고난 외모로 인해 삶을 비관하는 학생, 마법을 부리는 듯한 마술사, '얼마나 인간다운가'를 컨셉으로 제작된 로봇, 수영복 페티쉬가 있는 남고생,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 '때밀이의 신'에 도전하는 청년 실업자, 성욕을 에너지로 변환해 악당과 싸우는 슈퍼히어로 등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다채로운 인물 구성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인물 성격, 치밀한 심리 묘사, 독창적인 전개로 '상상력의 극치'라는 호평을 받아온 하일권 작가. 무거운 분위기에서 가벼운 분위기까지 넘나들며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그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안나라수마나라.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동명의 드라마 원작 웹툰 [사진=네이버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 최근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동명의 드라마 원작 웹툰 [사진=네이버시리즈]

 

연극 <삼봉이발소>부터 최근 OTT에서 발표된 <안나라수마나라>와 <방과후전쟁활동> 등 작가님의 작품이 활발하게 실사화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혹 실사화시 이것만은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매체가 달라지면서, 연출이나 스토리 전개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은 그쪽 전문가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형태로 나오든 그 분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입니다. 작품의 본질을 잃지만 않는다면요.

 

쉼 없이 달려오시다가 최근 잠시 휴식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일을 하시면서 작가님을 힘들게 하는 난관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이를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힘든 일에 얽매여있기보다는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는 편입니다.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계속 일을 했을 뿐이고, 그러면서 여러 가지 힘든 일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라던지 ‘창작하는데 뭐 이 정도 어려움은 당연하지’,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불평하는 건 사치지’ 이런 생각으로 쭉 일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시면서 언제가 가장 보람차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매 작품마다 연재가 되고, 제 작품을 독자 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매 순간이 감사합니다. 요즘같이 수많은 새로운 만화가 나오는 와중에 중견 만화가가 되어버린 저에게는 더더욱 감사한 일이죠. 보람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매 작품마다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단 한 줄, 한마디, 혹은 ‘ㅋ’라는 자음 한자만 봐도 보람을 느낍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써오셨는데요. 소재와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에서 많이 얻는 편입니다. 만화가의 삶은 생각 이상으로 단조롭습니다. 물론 아닌 만화가분들도 계시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종일 작업실 한켠 책상에서 살며 원고와 씨름하는… 그런 직업입니다. 휴가나 해외여행, 혹은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쉽지 않죠.

그래서 그런 거창한 기회 말고, 그냥 소소한 일상을 최대한 유심히 관찰하고 느끼면서, 그곳에서 소재를 찾습니다. 그냥 친구와 밥 한 끼를 먹거나, 소화시키기 위해 동네를 산책하거나, 머리를 자르기 위해 이발소에 가거나, 목욕을 하기 위해 목욕탕에 가거나 하는 그런 일상이요. 그런 장소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거기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과, 제가 순간순간 느낀 감상들 중에서 인상적인 느낌을 소재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삼봉이발소 [사진=네이버시리즈]
삼봉이발소 [사진=네이버시리즈]

 

“또 어떤 장르의 작품을 그리던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자’라는 소신을 꼭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만화가고, 만화의 본질은 ‘재미’니까요.”
 

소재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탄탄한 전개와 결말이 아닐까 싶어요.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으실 때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처음이나, 중간도 모두 중요하지만, 역시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을 때 비로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전달되니까요. 보통 기획단계에서 스토리를 구상하다보면 거의 처음과 끝을 정해놓고 중간을 채워 넣기 때문에 결말 부분을 고민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믿고 보는 웹툰’을 만드는 하일권 웹툰 작가. 결이 다른 작품들이 많은 만큼 작품별로 각기 다른 독자층이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재밌는 댓글들도 많다. 초기 작품인 <안나라수마나라> 댓글 중에는 코믹 장르로 뒤늦게 유입된 팬이 “하일권 작가님이 이런 작품도 했다고?”라는 댓글도 있다.

 

작가님은 댓글을 많이 보시는 편이신가요? 재밌게 보신 반응이 있었나요?

이전 작품들과 스퍼맨 시리즈의 팬들이 좀 나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오는 독자분들의 혼란스러움이나 괴리감을 보는것이… 왜인지 저는 좀 즐겁더군요.(웃음)

 

다양한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는데요.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뻔한 대답이지만, 사실 모든 작품이 당연히 다 애착이 가고 소중하죠. 데뷔작인 <삼봉이발소>부터 가장 최근까지도 시리즈로 연재했던 슈퍼히어로물 <스퍼맨>까지요.

작품을 연재할 때마다, 이전 작품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현재 연재하는 작품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편이라, 가장 최근에 했던 작품이 지금은 가장 애착이 갑니다.

스퍼맨은 예전부터 해오던 시리즈라 제외하면, <병의 맛>이겠네요. <병의 맛>은 특히 제 개인적인 취향이 가장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 기획부터 ‘이번에는 대중성을 포기하고 정말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서요. 다른 작품들이 잘 정돈되어 포장되어 나온 상품이라면, 병의 맛은 좀 더 날것의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못다하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배 만화가 선생님들의 작품을 보며 ‘나도 저런 만화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선배 만화가 선생님뿐만 아니라 분야가 무엇이든 각자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본받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저 또한 앞으로도 건강을 잘 챙겨서 오래도록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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