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로봇시대의 향방은 어디로
[Monthly Now]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로봇시대의 향방은 어디로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2.03.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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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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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로봇시대의 도래를 몸소 체감할 수 있는 한해가 될 듯하다. 정부는 장병 취사로봇과 식당 청소로봇 등 서비스 로봇 1,600대를 보급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제조·서비스 로봇 R&D 및 보급·확산에 2,440억 원을 투자하고, 제조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활용 표준공정모델 개발에 나서며 로봇 활성화를 이끈다.

 

공장 벗어나 식당·병원·전시장 등 생활 속으로 파고든 로봇

제조현장을 벗어난 로봇은 이제 식당·병원·전시장 등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흔히 활용되고 있는 로봇청소기나 인공지능(AI) 비서 외에도 식당가의 서빙로봇과 조리 자동화 로봇 활용도가 커지며 로봇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 추세다. KTAI 서빙로봇 도입 매장이 225일 기준 호남·제주권에서만 100곳을 넘어섰다고 밝혔으며,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서빙로봇 딜리가 21일 기준 전국 500개 매장에 도입되었다고 전했다. 서빙로봇은 병원이나 전시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SKT228일 스페인에서 개막한 세계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22에서 비대면으로 전시 아이템을 소개하는 원격 도슨트를 선보였으며,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제휴해 5G 방역 로봇 솔루션 상용화에 나섰다. SKT의 비대면 케어 서비스 로봇 브랜드인 키미(Keemi)'는 병원 내 24시간 감염관리 시스템에 적용되고 있다.

의료계 역시 로봇 활용이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인튜이티브서지컬다빈치2005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빠르게 메인 수술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초창기 복잡한 로봇 사용법과 값비싼 수술비, 안전성 논란 등이 있었지만 2013년 보건복지부가 로봇 수술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망률 0.09%로 나타나며 로봇수술 건수는 급격히 늘었다. 현재까지 국내 76개 병원 124대의 로봇으로 이루어진 수술 누적 건수는 20만 건을 넘어섰다. 마켓스앤드마켓스는 수술로봇시장은 연평균 12% 성장해 2025년에는 118억달러(14715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산업의 밝은 전망처럼 로봇기술의 진화 속도도 가파르다. 팔 관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하고, 화재·붕괴사고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재난 전문 로봇,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구조 대상자를 찾는 실종자 수색 로봇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방사능 피폭 위험이 있는 원전 해체 작업에서 로봇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원전 12기의 설계수명이 끝나 해체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AI와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또한 로봇 보급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봉쇄와 감염, 대량 퇴사 현장 등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들은 로봇을 활용한 생산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로봇시대의 명과 암...공존 위한 채비 갖춰야

2020년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은 342,983대에 달한다. 보급 대수로는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였지만 직원 1만 명당 로봇 사용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밀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한국의 로봇밀도는 세계 평균을 약 7배 가량 웃도는 932대로 나타났다. 한국이 산업로봇 대국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중소벤처기업부가 적극 추진했던 스마트 공장 보급 사업이 주효했다.

그렇다면 로봇 활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 고용 측면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로봇 공습이 본격화되면 인간은 일자리를 로봇에게 빼앗기고 경제적 궁핍 속에 시달린다는 로보칼립스(로봇으로 인한 종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1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보고서를 통해 일자리 감소 문제를 경고했다. 지난해 말 내놓은 ‘BOK경제연구: 로봇이 노동수요에 미치는 영향보고서 또한 이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은행은 근로자 1000명당 로봇 1대 도입 시 단순 반복적 직종의 구인 인원 증가율은 2.8%p, 제조업종의 구인 인원 증가율은 2.9%p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예일대와 펜실바니아대 연구진은 미국 제조업의 로봇 자동화 추세와 성인 노동자들의 사망률간 인과관계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동화의 폐해를 완화할 수 잇는 강력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낙담하기에는 이른 듯하다. 최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통념에 의문을 던지는 견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팬데믹 2년 간 자동화를 위한 글로벌 투자가 급증했지만 이로 인해 실업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선진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필리프 아기옹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연구진은 지난 2월 논문에서 자동화의 직접적인 결과는 기업 수준에선 고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화로 기업의 이익이 증대됨에 따라 기업이 규모를 확장하면서 채용 확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로봇과 고용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에서 확인할 수 있듯 로봇이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은 여전히 미지수다. 로봇도입으로 일자리가 증가한다고 해도, 임금과 일자리의 질의 관점에서는 뚜렷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에 기인한 구조적 변화 앞에 선 지금 로봇과 인류의 공생을 위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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