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고민과 연구 통해 척추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 열어가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 통해 척추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 열어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1.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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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척추질환 환자가 92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척추질환은 생활형 질환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오랫동안 척추질환에 대한 수술적·비수술적 치료와 연구를 이어온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는 최근 정형화된 치료법이 없어 환자에게 고통을 안기던 MorelLavallée(모렐-라발리) 병변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며 학계로부터 주목받았다.

 

 

만성화된 MorelLavallée 병변에 대한 수술적 치료라는 새로운 기준 제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데다 지금까지 명확한 치료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던 MorelLavallée 병변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박형열 교수 연구팀이 계단에서 미끄러진 36세 건강한 남성의 요추 부위에 발생한 20cm 크기의 MorelLavallée 병변에 수술적 제거를 시행하며 재발 없는 치료에 성공하면서다.

1863년 프랑스 의사 MorelLavallée가 처음 발견해 이름 붙인 MorelLavallée 병변은 외상으로 인해 피하 연부조직과 근막이 분리되면서 주변의 혈관과 림프관 손상이 나타나 분리된 공간에 혈액, 림프액, 지방을 포함한 액체가 차오르는 폐쇄 박탈성 손상이다. 병변 치료에 보존적 치료, 경피적 흡인술, 경화술, 수술적 제거 등 다양한 치료법이 적용되지만 아직까지 의학계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명확한 치료기준은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해당 환자에 대해 MRI 정밀 검사를 시행한 결과 허리 아랫부분부터 엉덩이까지 가로, 세로, 깊이가 각각 20cm, 20cm, 10cm에 이르는 피막이 형성된 낭종성 종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병변에 피막이 형성되며 만성화되었기에 다른 치료로는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수술적 절제를 시행했고, 수술 후 3개월까지 재발이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근섬유아세포로 형성된 가성낭종이라는 조직학적 검사결과로 MorelLavallée 병변으로 최종 진단하고, 병변의 특징적 외형과 MRI 소견을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MorelLavallée 병변은 대부분 대퇴부나 무릎 주위에 발생한다. 요추 부위에 발생한 경우는 매우 드물어 치료에 참고할 만한 기존의 연구가 전무한 상태였다. 박 교수는 고심 끝에 선택한 수술적 치료가 만성화되어 재발 가능성이 높은 MorelLavallée 병변의 치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졌기에 뜻깊은 연구였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팀의 이번 치료 사례는 국내 정형외과학 분야에서는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NEJM에 보고되며 세계 의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척추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내려놓고 척추 건강 찾길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척추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박형열 교수는 척추에서 발생하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골다 공증 등 흔한 질환부터 척추 감염이나 종양 등 드문 질환까지 진료하고 있다. 특히 비수술적 치료부터 수술적 치료를 아우르며 환자의 상황에 맞춘 최적의 진료를 제공한다. 최소 침습 기법을 활용한 수술적 치료와 골다공증에 대한 논문을 다수 게재했으며, 최소 침습 측방 추체간 유합술을 이용해 성인 척추 변형을 교정한 연구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당 연구 논문은 측만증연구학회(Scoliosis Research Society)에서 Hibbs Award Nominee에 선정되는 것은 물론 척추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국제 학술지 Spine지에 게재되었다. 그 외에도 척추관 협착증이 골다공증 치료를 방해한다는 세계 첫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 학술지 BMC Musculoskeletal Disorders에 게재했다.

난치 질환에 대한 관심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박 교수는 난치 질환이라 여겨지는 척수 손상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척수 손상 부위에 광유전학을 적용해 손상된 신경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연구다. 그는 관련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곧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가족들의 적극적 지원이 있었기에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아직까지 척추 수술에 대한 편견이나 막연한 두려 움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소 침습 등 다양한 기술과 수술법이 개발되어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습니다. 최근에는 척추 통증을 호소하시던 85세 할아버님이 수술 치료를 받으시고 증상이 호전되어 일주일 만에 퇴원하시기도 했죠.”

박 교수는 그간 척추 수술이 무분별하게 진행된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에 대한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다 의료기 술이 발달한 만큼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수술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통증이 너무 심하거나 마비가 오는 등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선입견으로 인해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그다. 박 교수는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며 열심히 치료하는 의사들도 많은 만큼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박형열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코로나19가 가져온 의료계의 변화, 국민에게 도움 될 실질적 방안 찾을 것

“20202월 병원 내 환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응급실을 제외한 병원 전체가 폐쇄된 시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병원장이던 권순용 교수는 환자의 불편함을 덜기 위한 전화 진료라는 대응책을 제시했습니다. 마침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인정하던 때였기에 곧바로 시행될 수 있었죠. 코로나19 상황 속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한 사례입니다.”

이후 박형열 교수는 권 교수의 권유로 당시 비대면 전화 진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병원이 폐쇄된 17일간 전화 진료를 경험한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Telemedicine and e-Health라는 SCIE급 국제학술지에 국내 최초로 보고되었다. 그는 환자의 만족도는 높았던 반면 의료진의 만족도는 낮게 나타났다며, 아무래도 목소리만 진료를 하다 보니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른 까닭이라 설명했다. 이에 비대면 진료에는 영상이 포함되어야 하고, 원격 진료를 위한 플랫폼이나 음성 녹음 기술 개발과 같이 비대면 진료의 한계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적인 원격 의료가 시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교수는 당시의 경험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와 디지털 헬스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향후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 전했다.

비대면 원격 진료 등의 패러다임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그 이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학문연구가 필요합니다. 지난해부터 한국연구재단이 진행하는 척추질환의 원격 진료를 위한 플랫폼 개발 연구의 과제 책임자를 맡고 있는 만큼 이에 관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후 창업이나 기술이전 등 국민 보건 의료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국민들의 고통과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박 교수는 인류 역사상 전염병을 극복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우리는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헌신하고 있는 많은 의료진에 대한 위로와 응원과 함께였다. 코로나19를 의료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과 함께 의료 패러다임 전환에 힘 쏟는 박 교수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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