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봉사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진정한 의미 되새기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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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12.02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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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연식 원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양연식 원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양연식 원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국내 망막진료 분야 권위자로 잘 알려진 양연식 교수의 삶은 진료와 연구 외에도 봉사와 공연 등 다채로운 순간들로 채워진다. 경쟁과 권위의식에 매몰된 삶이 아닌 즐거움이 넘치는 자신만의 삶을 꾸리며 이웃들과 소통하는 양 교수다. ‘의사에게는 선행(善行)의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양 교수는 오늘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달려가며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풍성한 경험과 도전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삶 만들어가는 망막 분야 선구자

양연식 교수가 102851회 세계 눈의 날행사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눈의 날은 눈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각 장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실명예방기구(IAPB)가 지정한 날이다. 그간 임상 진료를 통해 환자들의 눈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관련 논문 및 의광학 분야 장비 개발에 몰두해 온 양 교수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후즈 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망막 분야 선구자라는 별칭에서 느껴지는 권위적 인상과 달리 양 교수의 삶은 오케스트라와 뮤지컬, 패러글라이딩, 해외의료봉사 등 인간적 면모가 묻어나는 풍성한 이벤트와 도전으로 가득하다. 흔히 의사를 떠올렸을 때 상상하게 되는 삶의 대척점에 서 있는 그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고 전했다. 의과대학을 거쳐 전문의가 되고, 다시 10여년 간 잠을 줄여가며 망막이라는 분야에 몰두하다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축제를 즐기는 동안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는 삶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는 그다.

망막 분야 전문의가 되겠다는 목표로 끊임없이 정진하지 않으면 인생이 무너지는 줄 알고 살았어요.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경험하며 그게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됐죠. 이후에는 삶의 의미를 새로이 고민하며 저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선 양 교수의 첫 도전은 색소폰 연주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2007년 패러글라이딩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 2009년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알프스 융프라우를 비롯한 유럽 원정을 떠났다. 이후 해마다 국내외 원정을 떠나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던 아내도 이제는 댄스스포츠, 승마, 수상스키 등 다양한 레포츠를 함께 즐긴다.

 

인생의 방향을 틀게 한 해외의료봉사

2009년 원광대학교병원이 진행했던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서의 해외의료봉사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당시 병원 기획실장으로 있던 양연식 교수는 봉사단장으로서 봉사단을 이끌었다. 봉사단은 의대, 치대, 한의대, 간호학과 교수와 학생, 전공의, 간호사, 방사선사 등 35명으로 구성되어 종합병원과 같은 시스템과 규모를 자랑한다. 외과에서는 최운정 교수가 초음파 장비와 각종 수술 기구를 준비해 탈장 수술과 유방암 수술, 피부지방종양제거술 등을, 안과에서는 전문 수술 장비를 도입해 익상편 제거술, 백내장 수술 등 고도의 의술을 요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선진 의료로 이름을 알린 한국의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큰 호응을 보내왔다. 30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아침 일찍 네 시간씩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등 줄을 늘어선 사람들을 상대로 아침 장이 설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 이어졌다.

병원 차원에서 매년 해외 봉사를 진행하지만, 라오스, 몽골 등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 탓에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기도 해요. 당시도 캄보디아를 5년 만에 방문한 거였죠. 매년 와 달라는 한 교민의 요청에 제가 해마다 오겠다고 덜컥 약속했습니다.”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의료봉사를 개인이 부담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에 양 교수는 후원회라는 묘안을 냈다. 봉사단과의 회의에서 별도의 회비를 통해 봉사를 이어 갈 것을 협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민 끝에 양 교수는 자선음악회라는 카드를 뽑았다. 색소폰을 연주하며 아마빌레 관악 오케스트라부단장을 맡아왔기에 진행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음악회의 의미를 설명하며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 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를 마쳤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양 교수는 당시 엄청난 지지를 보여줬던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했던 매년 오겠노라는 약속을 10년이 넘는 세월 지키고 있다. 2019년에는 안과 의사들이 모여 백내장 수술만을 위한 봉사를 가기도 했다. 이제는 환자 차트를 갖추는 등 보다 연속적인 진료를 위한 체계를 갖췄다.

잔잔하게 흐르던 강물이 폭포를 만나면 역동적 변화를 일으키며 웅장한 물소리로 여운을 남기듯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잔잔한 일상 속 해외의료봉사를 통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봉사를 위한 공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만 나는 폭포이자 인생을 살아가는 멋 아닐까요?”

 

양연식 원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양연식 원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유지연 기자

환자와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 뮤지컬

해외 의료봉사 자금을 모으기 위한 자선음악회가 이어지는 동안 양연식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떠올렸다. 더 많은 호응과 관심을 유도하고자 뮤지컬을 기획한 것이다. 전문 뮤지컬 배우를 출연시키기보다 병원 구성원들을 모집해 훈련하는 방식으로 극단을 꾸리며 의미를 더했다. 뮤지컬의 기획 의도와 의미를 전하자 정은미 뮤지컬 감독은 흔쾌히 무급으로 뮤지컬의 연출과 진행을 도맡았다. 극단은 맘마미아 등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을 만났다.

무대에는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다들 전문 배우를 데려온 거로 알 정도로 훌륭한 기량을 뽐냈습니다. 저도 단역으로 출연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죠.”

2014년에는 대한안과학회 정책개발이사를 맡고 있던 양 교수가 학회 차원에서 감성 뮤지컬 <땡큐(Thank U)>를 기획하며 뮤지컬에 안과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 환자들이 눈 건강의 중요성은 알지만, 관리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며, 치료 시기를 놓쳐 시력을 잃는 사람들을 보며 뮤지컬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땡큐>는 의료봉사를 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만들어가는 안과의사 혁기와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레지던트 지원’, 시력을 잃어가는 가운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지혜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을 매개로 만나 차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며 세상에 감사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뮤지컬을 기획하자는 제안에 학회에서도 반발이 있었어요. 학회가 무슨 뮤지컬이냐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뮤지컬이야말로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고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안과의사가 주인공인 뮤지컬을 직접 기획해 학회 사람들을 설득했죠.”

극단 은혜로운 세상뮤지컬 단장을 역임하던 양 교수는 본격적인 뮤지컬 공연 제작을 위한 뮤지컬 후원회를 결성했다. 해외봉사 자금 마련을 위한 공연인 만큼 제대로 된 공연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는 전문 작가, 연출가와 손잡고 뮤지컬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땡큐>는 전주를 시작으로 군산, 광주, 대전, 대구, 부산 등의 도시를 돌며 공연을 펼쳤으며, 대한민국 공연의 중심인 대학로에서도 관객들을 만났다. 소극장에서도 공연을 진행했다. 양 교수는 의사들이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대중들에게 먼저 다가간 공연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음악회와 뮤지컬 공연을 펼쳐온 양 교수는 원불교 박청수 교무와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원불교 교무로서 해외에 7개의 학교를 세우는 등 55개국에 봉사를 이어 온 박 교무에게 김문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청수 교무의 삶을 담은 10편의 시를 보내온 것이다. 죽기 전에 이 시를 칸타타로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사연과 함께였다. 박 교무는 원불교 서신교당 원울림합창단으로 활동하던 양 교수에게 사연을 공유하며 도움을 청했다. 양 교수는 작곡만 해준다면 무대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러한 사연은 러닝타임 1시간 30분의 칸타타 공연으로 완성되었다. 양 교수의 마음을 울린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자선음악회의 한 해는 해당 공연으로 채워졌다.

 

일과 삶의 균형 지키며 인간적인 의사될 것

다채로운 도전으로 자신의 삶을 채워온 양연식 교수는 의사로서의 삶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임상 진료에서도 교과서적인 치료법을 넘어 다양한 시도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했다. 1997년에 안과학회에서 주는 탑콘 안과학 술상대상을 수여하였으며, 2009년에는 호남 최초로 23게이지 결막 경유 무봉합 유리체 절제술 600례를 달성하는 등 왕성한 진료 활동을 펼쳐온 그는 2007포도막염에서 크리스탈린의 변화에 대한 논문으로 한국망막학회 총회 및 학술 대회에서 학술상을 수상했다. 2011년과 2012년에 전북 군산 의료원 13대 원장으로서 의료원을 이끈 양 교수는 원장을 마친 후에도 무급으로 10년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진료와 오후 수술을 지속하여 군산시 안과의사회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공로패에는 큰 산은 능히 자연과 사람을 품나니, 교수님은 오랜 기간 군산 시민의 눈을 살리는데 학문과 의술을 아낌없이 내어주셨습니다. 이에 감사드리며 패를 증정합니다. 2017. 06. 28. 군산시 안과의사회 일동이라고 했다.

안과는 상당한 수준의 의술과 다양한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망막 분야는 기술적 어려움으로 손을 못 대는 분야였죠.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서야 비로 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차츰 수술길이 열렸어요.”

1997년 양 교수는 안과 수술 장비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1년간 미국의 Johns Hopkins 대학의 Wilmer Institute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2013년에는 ‘HT 고속화 사업 시작품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보건의료기술개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초연구성과와 의료현장의 아이디어를 보건의료산업의 제품화로 연계하고자 시행된 사업이었다. 당시 양 교수는 안저와 외안부가 똑바로 보이는 새로운 직상의 간접검안경을 주제로 한 과제를 수행했다. 이후에도 정부 지원을 받아 여러 장비를 개발했지만, 상품화로 이어지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는 장비의 필요성에도 경제 논리로 인해 상품화에 이르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바닷물에 맹물을 한 방울 넣는다고 염도가 낮아지지는 않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병원을 떠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봉사를 이어가며 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과 도전 속에서 삶의 기쁨을 발견하며 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충실하고자 합니다.”

오랜 세월 망막 분야 전문의로서 다양한 업적을 쌓아온 양 교수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기꺼이 달려간다. 한방병원에서 안과를 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오자 매주 토요일 휴일을 반납하며 8년째 환자의 곁을 지켜왔다. 이렇듯 숨 가쁜 일정을 가뿐히 소화해내며 자신의 삶을 열정으로 채우고 있는 양 교수의 원동력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었다. 양 교수는 미력하나마 자신의 활동들이 의사들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며 대중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웃들과 삶의 기쁨을 나누는 의사 양 교수의 모습이 더 많은 이들의 삶에 울림을 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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