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 주위와 토론하고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
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 주위와 토론하고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10.0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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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미래를 선도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박성래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국의 의대 입학생들은 전국 수험생 중 최상위 학생들이다. 그야말로 수재들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상대 평가하여 1등부터 줄 세움으로써 하위 등수의 학생들의 능력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경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채희동 학장은 상대 평가 제도를 보완하여 과감하게 pass/fail 제도, 즉 절대 평가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또한, 참된 경쟁력은 의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교육시스템을 기획하고 도입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장으로 선임되신 이후 그간의 소회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은 각 학교의 현실에 맞는 각자의 학장 선임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많은 학교가 총장이나 의무부총장, 혹은 의료원장이 임명하고 있고, 선거 제도를 도입한 학교도 선거인단을 운영하여 이사회에서 인준하는 등의 일종의 간접 선거가 많습니다. 우리 울산의대는 약 770명의 전 교수가 직접 투표로 선출합니다. 저는 2010년도부터 의대에서 교무의학과장을 시작으로 학생부학장과 교무부학장과 같은 학교의 보직을 해 오다가 그런 연유로 학교 행정과 교육에 나름대로 열심히 헌신해왔고 또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도 축적했다는 생각으로 학장 선거에 도전했습니다. 그 선거는 3명의 교수가 입후보하여 어떤 역대 선거에 비해 전례 없이 치열하게 임했던 선거였습니다. 우리 학교의 교수님들이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강릉아산병원에 모두 계셔서 선거 유세와 출마의 변을 알리려 넓은 서울아산병원의 각 교수실은 물론이고 울산과 강릉을 정말 여러 번 갔다 왔다 반복하면서 참 체력적으로 힘들게 선거 운동을 했던 기억의 감회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아 어떠한 변화들이 있었나요?

COVID-19 사태로 학생들의 수업이 파행을 겪고, 많은 부문을 교수들과 대면하지 못한 채로 ZOOM이나 동영상 녹화 강의를 듣게 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었고, 작년에는 여러 정치적 현안에 따른 의료계 사태로 학생들도 동맹 휴학과 국시 거부를 결정하기도 했었습니다. 학생들이 정당한 취지로 일치단결하여 개시했던 단체 행동이었으나 이로 인해 부당하게 상처받거나 사분오열되어 서로 반목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믿고 기다리면서도 학생들이 국시를 보지 못하여 피해를 보지 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속으로 마음고생 하던 힘든 나날 들이었습니다. 어떤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학장단에서 강력하게 강제로라도 시험을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시기도 하였고, 실제로 다른 의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결정을 믿고 기다리는 우리 의대에 대한 일부 외부의 비난도 있어 참 곤혹스럽고 참담하기도 했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의대가 필요한 도움과 조언을 주면 서 학생들의 선택과 결정을 믿었던 것은 슬기로운 방안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로 인하여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의대 학생들 간에도 상호 신뢰와 존중의 정신이 깃들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박성래 기자
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박성래 기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울산의대는 1988년 개교 이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 유수의 의대들을 넘어서고 있다고 감히 자신합니다. 그러나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아직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들과 내외의 직간접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우리 울산의대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학장으로서 시작 당시의 목표였습니다. 학생 교육 분야에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먼저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였습니다.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고, 수행 능력이 함양된 학생들이 배출되어야 하고 이러한 역량 강화는 국내 의료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의 인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남보다 더 좋은 점수를 얻겠다는 현재의 무모하고도 과도한 경쟁만을 야기하는 상대 평가 제도를 보완하여 과감하게 pass/ fail 제도, 즉 절대 평가를 도입하고자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 의대뿐만 아니라 전국의 의대 입학생들은 전국 수험생 중 그야말로 최상위 학생들인데도 이들을 상대 평가하여 1등부터 줄 세움으로써 하위 등수의 학생은 성적 불량자로 평가하여 공부를 못하는 학생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연구자나 명의, 혹은 병원장, 학장으로 탁월한 행정력을 보이는 사람들이 수석 졸업한 사람들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고민하는지에 따라 학생들의 수행 능력과 경쟁력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모든 과목 혹은 과정마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과 이 과목 혹은 과정을 이수하였을 때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 필수적인 역량을 정하고, 기준을 충족하면 통과시키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몇 번의 재교육과 재 기회를 주어 결국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pass/fail 절대 평가 제도의 목표입니다. 이러한 평가 제도는 우리 의대의 40명 재학생을 1등부터 40등까지 줄 세우지 않고, 경쟁보다는 협동과 협업을, 단순 지식 획득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 함으로써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우리 의대에서는 LCME (less competitive, more excellent)로 명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변화들이 있게되나요?

수업 방식도 과거의 교수의 강의 주입 위주에서 벗어나 flipped learning, 즉 학생들이 사전 지식은 일종의 웹라이브러리에 동영상 방식이든 파워포인트 방식이든 다 저장되어있는 자료를 수업 전에 먼저(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보고 학습할 수 있게 하고, 강의실에서는 미리 학습해 온 내용을 토대로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과 협업식 문제 해결 방식의 수업이 될 것입니다. 결국, 학생들이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주위와 토론하고 소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으며,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의 장점과 강점을 발견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고, 주위와 공감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한대로 지나치게 많은, 그러나 사실 그렇게 많이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의학 지식은 줄이고, 의료인문학과 같은 세상과 호흡하는 과정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물론 단순히 이런 교육 변화만으로 따뜻하고 공감력 있는 의사가 모두 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현재의 교육 과정보다는 그 가능성이 더 클 것이고, 작은 변화의 시도지만 나중에는 큰 결과로 다가오리라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에게 따뜻한 희망의 말 한마디를 건네고, 말기 환자의 손을 잡고 마지막을 같이 하는 것은 결국 영원히 의료인이 해야 할 역할일 것입니다. 공감과 소통 능력이 있는 의사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의대는 이러한 방식의 교육 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변화는 매우 광범위한 변화인 동시에 기존 방식을 다 뒤엎는 것이며, 인적, 물적으로 방대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많은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의대의 교수님들 모두가 인정하고 가야 할 방향이라고 동의해주셨고, 이에 따라 열심히 준비해 나가고 있으며 내년 도부터 예과 2학년부터 적용하게 되면 수년내로 과정 전체가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진하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의대는 명확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재단과 서울아산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강릉아산병원의 전폭적인 지원, 교수님들의 노력과 공헌, 동문들의 관심, 그리고 교직원들의 희생에 가까운 헌신,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이 한데 어우러져 눈부시게 빠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점은 장점이며, 이러한 장점은 앞으로도 빛을 발할 것입니다. 반면, 빠른 성장과 발전을 하다 보니 우리 의대만의 특징이나 특색이 아직 확실해 보이지 않고, 또한 우리 졸업생들의 경쟁력 강화의 화두는 아직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의대의 규모에 비해 3개 병원, 특히 서울아산병원의 규모가 크고, 교수님들의 수도 770여명에 달하며 그 배경이 매우 다양하기도 해서 교수님들은 우리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나 우리 학생들이 본인들의 제자라는 인식이 다른 유수의 사학들에 비하여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보이고, 우리 학생들을 전국 각지에서 많은 학생들이 몰려오는 병원에서 전공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원에 대한 주인 의식이 약한 듯해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 구성원들의 노력과 관심으로 조금씩 변화해야 하는 것으로, 교수님들께는 소속감을 증가시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관심 증대를 위한 대책을, 학생들은 교과과정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주인 의식 고취를 모색하여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으며, 우리 의대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더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합심 노력, 병원과 재단의 배려와 투자, 동문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 의대의 구성원 모두에게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갈 잠재력이 있고, 또한 꿈과 열정이 있습니다. 조금의 변화와 시도가 나중에는 큰 변화로 우리 앞에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채희동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사진=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마지막으로 의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모든 의대생들의 특징일 수도 있으나,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의 학습 패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하여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이며, 고등학교 때 좋은 성적을 받아서 의대에 진학하려 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이유가 현재 유망과, 인기과에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망과나 인기과에 지원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인기 있고 유망한 과도 변하고 있는데, 본인의 적성에 맞는 과는 무엇인지 어느 과를 선택하면 평생 보람 있게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힘들지만,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전공을 선택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은 교육 과정의 개편과 의료인문학의 강화 등으로 학생들에게 본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의사의 미래는 매우 다양하여, 세상에는 개원이 잘되는 과를 전공하여 사회적으로 성공한 의사들도 있고, 지역에 봉사하는 마음씨 좋은 동네 의사도 있으며, 연구에 매진하는 의사나 의학자들, 어려운 수술을 사명감을 가지고 너무 힘들지만, 소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나가는 교수들, 중환자실에서 밤을 세우는 의사들, 행정적으로 큰 수완을 보여서 병원 또는 학교의 행정가나 정부 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사들도 있음을 알고 어떠한 삶이 나에게 맞는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의대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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