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을 갖춘 형사법이 우리 사회를 지키고 바로잡기를
형평성을 갖춘 형사법이 우리 사회를 지키고 바로잡기를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9.0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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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정의의 여신 디케가 왼손에 든 천칭은 정의로운 균형의 척도를 의미한다. 형사법을 연구하는 김재현 교수의 모토 또한 ‘형평’이다. 범죄를 처벌하는 규정이나 입법이 될 신종범죄 처벌규정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갖춘, 통일된 해석원리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 그가 하는 모든 연구의 근본이다. 국가의 공권력 중 가장 위하력(威嚇力)을 지닌 형벌권의 발동과 관련된 법이 형법인 만큼, 형평성과 안정성을 갖춘 해석원리로 범죄 판단 잣대를 제시하고자 교육과 연구 활동에 정진 중인 그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김윤혜 기자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김윤혜 기자

 

양질의 교육을 통해 법률 분야의 역량 있는 후학 양성할 것
김재현 교수는 세계의 법학 분야를 선도적으로 이끄는 독일의 막스 플랑크 형법 연구소에서 4년의 연구 기간을 보냈다. 막스 플랑크 형법 연구소는 테러범죄, 사이버범죄, 부패범죄, 금융범죄와 새롭게 등장하는 신종범죄까지 다양한 범죄유형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형사법 연구기관이다. 다양한 국가의 형법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며 활발한 학술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이곳에서 김 교수는 식견을 넓히고 깊이 있는 연구역량을 기르며 경험을 쌓았다. 당시 그는 UN으로부터 북한헌법과 인권문제 등에 대한 문의를 받고 도움을 주는 등, 대한민국의 형법학을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에게 알리는 기회로 그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독일에서 귀국한 이후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의 전담 교수로 근무하며 형사법 분야를 강의하던 중 국무총리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前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입사하여 다년 간 형사법 및 형사정책 분야를 연구하였다. 그동안 연구하고 경험해 온 형사법에 관한 지식을 후학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법률 분야 종사자를 양성하겠다는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가지고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본래 저는 교육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교수로 부임한 이유도 제가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양질의 교육제공과 치안 전문가의 양성이라는 교육적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는 신설된 지 오래되지 않은 학과이기에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안전하게 배를 항해하는 선장의 마음으로 학과의 정착과 교육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는 경찰공무원 양성을 위해 이론교육과 실무담당 교수들로 학과를 구성하고 경찰공무원과 그 외의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이분화(Two Track)된 시스템으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진로별 맞춤 교육을 통한 다기능 직업 전문학과 확립을 비전으로 경찰공무원, 안전보안 요원, 군 간부 요원 등 학생들 각자가 원하는 분야에서 목표를 오롯이 이룰 수 있도록 최적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이 언제나 교육의 중심
역할과 자리에 따른 두 가지의 포부를 이루기 위한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재현 교수. 꾸준하고 성실한 연구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그가 지닌 연구자로서의 목표라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교육자로서의 목표이다. 그는 연구 성과와 함께 양질의 교육 제공에 대해 인정을 받는 일이 연구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한 교수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이자 삶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에 관해 기억에 남는 많은 순간이 있지만 ‘주거침입죄’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에 참석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형법 이론분야 중 위험범(危險犯, 법익에 대한 위험상태를 야기하는 것만으로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범죄)에 대한 연구가 통일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에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후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자문 의뢰를 받았는데 모든 과정과 결과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교육자로서 김 교수가 항상 마음에 새기며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학교 내 중심은 바로 학생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사랑해야 하며 각자의 눈높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소신으로 교육 현장에 임한다. 실제로 경찰행정학과 교수진은 학생들과 단순한 사제관계를 넘어 선후배와 같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학과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교수 역시 중요한 것은 교수들이 권위적이기만 한 모습을 버리고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교수로 부임한 지 1년 만에 강의우수교원으로 선정되는 등 탄탄한 교육 소신과 실행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새로운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됩니다. 관련 지식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나 난해한 학문인 법학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교육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지요. 저는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이루어지는 눈높이 교육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몸을 담고 있는 이곳에서 우리 학과의 학생들이 법학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경찰행정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결국에는 대한민국 치안에 앞장서는 정의로운 경찰공무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그에 따라 원활한 상호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면 학생과 교수 개인에서 나아가 학과와 학교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학생을 중심에 두는 교수의 교육 소신을 바탕으로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가 교육과 교류 모두가 자유로운 학과로 거듭나기를, 이를 통해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다시 후배를 이끄는 선순환을 만드는 좋은 선례를 만들어낼 미래를 기대해본다.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김윤혜 기자
오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김재현 교수 Ⓒ김윤혜 기자

끊임없이 연구를 재고하고 확장해나갈 것
‘범죄를 판단하기 위한 잣대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이 아닌 법적 안정성을 갖춘 해석원리이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통일된 해석원리에 바탕을 두는 현행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재현 교수는 다양한 범죄유형을 범죄화하고 현행법상의 규정에 통일된 해석원리를 제공하는 형법 이론(도그마틱 분야)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예컨대 미수범이나 위험범의 본질을 연구하거나 많은 쟁점이 얽혀 있는 불법론에 관한 연구이다. 더불어 미투 운동에서 촉발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관한 연구나 피의자의 인격권과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한 연구, 억울하게 범죄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오판방지 연구,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딥페이크(Deep Fake) 영상물과 같은 성폭력범죄도 연구했다.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에 따라 드러나는 틈과 시대적 흐름에 대비한 연구까지 그의 연구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매년 법무부에서는 해외 주요국으로 검사를 파견합니다. 파견검사는 1년간의 연수를 마친 후에 연수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저는 해외 파견검사 논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 중입니다. 신임경찰공무원이 일정 기간 교육을 받는 중앙경찰학교에서 형법 외래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 법학회 국제부회장직을 맡는 등 학술 활동에도 충실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관념에 입각한 회복적 사법 분야에 대한 연구도 계획 중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이 당연한 대가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법 감정이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비추어 볼 때 형벌만이 능사는 아니므로 이미 발생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돌이킬 수 없는 고통과, 형벌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는 김 교수다. 이에 그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일부라도 경감시키고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회복적 사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준비 중에 있다.

 

명쾌한 해석원리를 제시하는 ‘혁신’의 법을 위한 노력
8월, 부산시와 한국법학회, 한국해양대학교 한·중해사법연구센터는 ‘해사전문법원제도의 도입과 한국 법제의 혁신방안’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를 통해 학계, 법조계, 해운실무계의 전문가들은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사전문법원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부산지역에 해사전문법원을 설립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주제와 함께 한국 법제의 혁신방안을 놓고 깊이 있는 발제와 토론을 펼쳤다. 해당 학술대회는 세계 조선업계를 리드하는 해양 강대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에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해사전문법원 도입에 대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주목받은 바 있다.
  금번 하계공동학술대회 제2세션 한국 법제의 혁신방안에서 김재현 교수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불능미수는 미수범의 한 형태로 형법 학계에서 오랜 기간 연구가 이루어지고 꾸준히 연구발표가 이루어지는 주제이다. 불능미수는 성립요건과 그 해석이 까다롭고, 많은 쟁점이 교차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여전히 첨예한 해석론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실무에서는 불능미수 규정(형법 제27조)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사안이 드물고, 그동안 대법원이 취하고 있던 불능미수의 해석론 또한 불분명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에 준강간죄 관련 사안에 대해 불능미수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등장하며 형법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집에서 부인과 부인의 친구(피해자)와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 술에 취해 자는 피해자를 간음하고자 했고, 이에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간음한 사안입니다. 준강간죄는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을 때 강간죄와 동일한 형벌로 처벌을 받는 범죄인데, 대법원은 본 사안에서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본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형법 제27조에서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을 때 불능미수로 처벌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대법원이 피고인에게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본 판결에서 취하고 있는 해석론에는 비판의 소지가 있으며, 판결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해석론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불능미수 해석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혼란 모두 불능미수를 이해하는 과정중에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학문에 대한 이해와 학문과 실무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오랜 기간 복잡하게 얽히고 켜켜이 쌓인 ‘묵은 떼’를 벗겨내는 일은 필요하다. 이러한 진통의 과정을 통해 명쾌한 해석을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나아갈 수 있으며, 법의 ‘혁신’ 또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충실한 열정과 출중한 연구노력으로 하루하루 매진하고 있는 김 교수에게 앞으로 나아갈 성장의 길은 열려있다. 진심어린 소신으로 목표를 향할 그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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