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저출산 시대, 소중하고 귀한 보배들을 위한 선택
[Monthly Now] 저출산 시대, 소중하고 귀한 보배들을 위한 선택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0.10.0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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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1974년 출생)가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에는 학령기 아동수가 많았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도시에서도 교실 부족으로, 초등학교에서 2부제 수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지금은 초 · 중등학교 한 학급 정원이 30명 내외가 많은데, 70년대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대도시의 경우 70명이 넘는 경우도 매우 흔했다. 그 시절 사람들은 학생들이 교실에 빽빽하게 앉아 수업받는 모습을 콩나물시루에 빗대어 묘사하기도 했다. 또한 한 가정 내 자녀수를 조사하면 4~5명인 경우가 보편적이었고 그 이상인 경우도 많았다. 1960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6.0, 1970년은 4.5였다.

최근, 출퇴근 시간대 이외 서울 지하철 승객들을 보면 (코로나 영향을 고려한다 해도) 청년층보다 장년 · 노년층이 더 많다. 한가한 낮 시간대에도 어린아이의 모습은 별로 없다. 특히 갓난아기를 안거나 유모차에 태운 젊은 어머니의 모습은 매우 보기 드물다. 과거 이십 년 전만 해도 골목길이나 놀이터에 모여 함께 노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이제는 골목길도 개발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길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의 모습도 만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산아제한의 오판이 낳은 비극

1960년대 정부의 산아정책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것이었고 그 당시 정부가 제시한 적정 자녀수는 3명이었다. 70년대에는 ·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 아래 적극적인 산아제한 사업을 펼쳤다. 80년대에는 하나 낳기 운동을 벌였다. 1983년 인구 4000만 명을 돌파했고 당시 정부는 그 사실이 대한민국에 큰 위협이 되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반응하였고 산아정책을 더욱 강조하는 오판을 했다. 80년대의 인구정책을 말해주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는 70년대에도 뿌리 깊었던 남아 선호 사상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8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은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남자 형제와 비교당하며 교육적 차별을 받지 않은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70년대 생까지만 해도 한 가정에서 4~5명의 자녀들 모두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는 가정은 드물었다. 더구나 70년대에는 전통적 유교사상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성 감별을 통해 여아인 것이 확인되면 인공중절 수술을 하는 경우도 무척 많았다. 특히 셋째 자녀 이상 계속 딸일 경우 여아를 낙태하거나 아들을 낳을 때까지 여성의 가임 말기까지 계속 자녀를 낳는 속칭 딸만 ‘7공주’, 8공주인 집도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90년대에는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 말자.‘라는 표어가 회자되었고 1996년 인구 억제 정책이 공식 폐지되었다. 뒤늦게 정신이 버쩍 든 정부는 2000년대 출산 장려정책을 펴게 된다. 2006년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이 마련되었다. 2010년대 인구 정책의 목표는 단순 출산 장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제고까지 표방했지만 이미 때늦은 선택이 되고 말았다.

2020년 총인구 추계치는 51974000명으로 추산된다. 과거 2000년 출생아 수는 6489명이었고 2019년의 출생아 수는 302,676명에 그쳤다. 2020년 올 상반기인 17월 누적 출생아 수는 165,73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9.8% 감소했다. 올해부터 자연적인 인구감소가 확실시된다는 뉴스 보도가 나왔다. 가뜩이나 혼인율도 낮아지는데 2020년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결혼식을 계획했던 많은 커플들이 식을 미루고 있다. 만혼 세태와 코로나가 겹쳐서 저출산 문제는 태풍의 눈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압박하고 있다. 20207월 혼인 건수는 17,080건인데 이는 전년 동월(20197: 19,178) 대비 2,098(-10.9%)감소한 수치이다.

 

결혼은 선택? 생존 경쟁 시대 젊은이들의 선택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 Generation: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가치관은 기존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청소년 시절, 우리 사회를 뒤흔든 IMF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를 피부로 체감한 세대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매우 높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대학 교육을 받았다.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감성보다는 현실적,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자녀, 두 자녀로 자라다 보니 어릴 때부터 양보나 배려심을 키우기 보다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고 관철하는 데 익숙하다. 또한 대학 졸업 후 취업시장의 열악한 상황 즉,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더불어 높아진 학력인플레로 인해 무한 경쟁에 내몰린 세대이다. 거기에 더해 올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부동산가격 폭등은 N포 세대의 절망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외에 그 이전 세대와 자녀 양육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점도 들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청소년기를 보냈던 당시는 사교육이 극심하지는 않았다. 19791026,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리는 10·26 사태가 발생했다. 곧이어 전두환 ·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병력을 동원·계엄 사령관을 연행하고 군부를 장악하는 이른바 12·12사태 (19791212)가 일어났다. 신군부가 구성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1980531일 전국 비상 계엄하에서 설치한 대통령의 자문·보좌 기관.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초헌법적인 기관이었음)1980730, 교육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이 개혁안에는 재학생의 과외 교습 및 입시 목적의 재학생 학원 수강을 금지한 과외금지 조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시절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예체능이나 대학입시 위주의 사교육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교육에 소비하는 투입 비용의 차이는 분명 있었지만 지금처럼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까지 전 국민 · 전 계층에 사교육이 보편화된 초() 경쟁 시대는 아니었다.

지금의 586세대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어린 시절 결핍을 겪었던 것과 달리 산업화의 풍요 속에 자란 세대이다. 이들이 학부모가 되어 교육으로 인한 계층 사다리 이동에 더욱 민감하게 대처했다고 본다. 586세대는 자신들의 성장기에 만연했던 남녀 성차별적 양육을 자녀 세대에서 명백히 타파한 세대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여성들의 고등 교육이 보편화되고 사회 진출의 장벽이 없어지면서 만혼이 더욱 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양질의 직장을 얻고 경력 단절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출산을 미루거나 비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저출산 문제의 부분적 원인이 된다.

직장 생활과 육아의 병행은 또 다른 가족의 희생(조부모의 손을 빌리는)이나 비용 부담을 안아야 하기에 출산을 미루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기에 육아는 평생에 걸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경제적 문제로 인식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된 것도 포함할 수 있다. 과거 세대가 다산(多産)을 통해 노후에 봉양, ()로 돌려받기를 기대한 반면, 현세대는 그 인식의 궤()를 달리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녀 세대에 노후를 기댈 수 없다는 것도 투입 비용 대비 산출이 적다는 타산적 인식이 저출산 문제에도 작용한 측면이 있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 해법은 어디에

자녀를 낳을 것인지 딩크를 택할 것인지, 낳는다면 구체적으로 몇 명을 낳을 것인가 하는 문제들은 모두 개인 삶의 행로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각자의 선택 영역에 속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산업은 빠르게 재편되어가고 기존의 가치관도 급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아무리 국가가 나서서 출산을 장려한다 해도 한 생명의 기본적 양육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젊은 부부들의 정신적 · 물질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젊은 부부들이 가정을 꾸릴 기본 주거의 토대인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 또한 절실하다. 그리고 사회 기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전통적 며느리의 역할 강요 같은 가부장적 의식이 사라져야만 여성들의 출산 기피 풍조를 조금이라도 바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무한 경쟁은 성인들의 세계만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한 반에 70명 이상이 복닥거리던 수십 년 전, 다양한 교우관계와 2020년 지금, 한 학급 20~30명 이내의 소수 인원의 교우관계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지속적으로 등교하지도 않는 지금, 소수의 그룹에 처음부터 속하지 못하면 영영 겉도는 이른바 왕따의 피해를 겪을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은 갈수록 학업에 지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긴장감마저 느끼기도 한다.

옛 시절의 따뜻한 정서는 갈수록 멀어져 간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골목길 어귀 오락실에서 함께 갤러그(일본에서 1981년 등장한 벌레 잡기 전자오락) 게임을 즐기고 방과 후 운동장에서 발야구를 하던 어린 날의 친구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나눠 먹고 긴 막대에 스프링을 장착한 스카이 콩콩이나 롤러스케이트를 함께 타며 즐거워하던 어린이들의 모습은 이제 응답하라시리즈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되었다.

사람이 귀해지는 시대.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어린이들이 행복한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성적 걱정이나 나쁜 어른들의 영향도 받지 않고, 미세먼지나 환경호르몬, 코로나 바이러스 염려도 없는 건강한 자연환경 속에 그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이 시대 어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책무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어린이들을 길러내어,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할 이 보석 같은 존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잔뜩 치장하고 옷을 입혀 마치 아기처럼 꾸민 애완견을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치기보다는, 부모의 품속에 안긴 건강한 아기의 쾌활한 진짜 웃음소리를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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