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미래가 우리네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한의학의 미래가 우리네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9.03.13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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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천안시한의사회장
이남훈 천안시한의사회장
이남훈 천안시한의사회장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명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개인의 삶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이 뜨거운 감자에는 난임 가족들의 슬픈 이야기도 숨어 있다. 이에 충남지역 한의사들이 나섰다. 천안시한의사회는 일찍이 한의학으로 난임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산모와 태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강한 임신을 위한 한방난임치료를 시행하고 있었다. 6년 동안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을 비롯하여 다양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 한의사회를 이끌어 온 이남훈 회장을 만나 단체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역 한의사회가 걸어온 시간의 두께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천안시한의사회의 활동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임의 시작은 생각만큼 특별하지는 않았다. 한의사가 되면 의무적으로 협회 회원이 되는 것이다. 중앙회로서 대한한의사협회가 있고, 그 아래 광역시도별로 지부가 있는데 지부 아래에 시군별로 분회가 있다. 천안시한의사회는 충청남도한의사회라는 지부의 한 분회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한의사회 커뮤니티에서 아주 작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셈인데, 그들이 기록한 시간은 어느 지역보다 남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천안시한의사회는 작년 연말 기준으로 190명 정도의 회원이 있어요. 제가 회장으로 활동한 지는 6년 째입니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여러 사정으로 3번이나 그 자리를 지켰네요. 지난 1월 총회에서 마침내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어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4월부터는 새로운 회장이 이끌어나갈 예정이에요. 그동안 천안시한의사회는 다양한 의료봉사활동을 해왔어요. 천안흥타령축제와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등에서 다년간 의료봉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관광객 보다는 지역주민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했죠.”

이남훈 회장의 주도 아래 천안시한의사회의 의료봉사는 치료적인 측면이 보다 부각되기 시작했다. 보건소와 협력하여 노인 인구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고 교통이 불편한 외진 마을을 선정하여 그 마을을 매달 두 번씩 방문하여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센터에는 천안뿐만 아니라 충남 각 지역, 경기 남부지역 등에서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천안시한의사회의 여러 사업 중에서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이 단연 큰 성과일 텐데, 그 시작이 궁금했다. 한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데에 따르는 자부심을 천천히 물었다.

천안시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 협약식(2015년 4월 24일)

 

난임의 아픔을 한의학으로 어루만지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정부차원에서 난임치료에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난임부부의 70%이상이 이용하는 한방치료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남훈 회장은 2013년에 임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난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본영 천안시장과의 협약이 긍정적으로 이뤄져서 2015년 충청남도에서는 처음으로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는데, 이 회장은 이렇게 큰일을 벌여놓았기 때문에 연임을 하면서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첫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2016년도에는 천안시뿐 만 아니라 충청남도에서도 예산을 지원받았어요. 이후 충남도의회에서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의 조례가 제정되면서 충남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저희처럼 각 지역단위에서 이러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일조하자는 목표도 있었지만, 사실 난임치료에 들어가는 정부의 지원방법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어요. 난임치료에 있어서는 한방치료가 양방치료에 비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부의 지원은 양방치료에만 해당되다보니 난임으로 고통 받는 가족에게 보다 나은 치료법에 대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만들고자 했고, 이러한 근거들을 모아서 궁극적으로는 전국의 모든 난임부부에게 한방 난임치료에 대해서도 공평한 지원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의 결과보고서에는 임신 성공률이 35%에 달하며, 출산까지 진행된 비율은 25%이다. 이정도면 양방치료에 비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결과고 더 적은 비용으로 진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치료전후 설문조사에서 난임 부부들의 만족도도 높은데, 치료에 따른 고통이 거의 없고 평소 생리통, 월경불순 같은 불편한 증상이 호전되는 등 전반적으로 건강상태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방 난임치료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에서 나오는 듯했다.

감기를 예로 들면 감기의 원인은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러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더라고 감기에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안 걸리는 사람도 있어요. , 면역력이 정상이면 감기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감기 바이러스와 면역력의 저하가 겹칠 때 감기에 걸리는 거죠. 그러므로 감기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과 면역력에 대한 대책 두 가지가 있게 되죠. 한의학은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 같은 약은 없지만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포커스를 맞춰요. 몸이 건강해지면 몸이 스스로 병을 낫게 할 뿐만 아니라 예방까지 되는 것이죠.”

난임을 대하는 자세도 두 의학은 확연이 다른 입장을 취한다.

난임 또한 그 원인을 보면 임신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요. ‘원인불명의 난임이라는 진단은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는 뜻이지 원인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임신은 배란, 사정, 수정, 착상이라는 4가지 과정이 다 이루어져야 성립이 되는데, 난임이라면 결국 이 네 가지 과정 중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거든요.”

양방의학에서 난임치료의 최후의 수단이 체외수정이다.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서 수정란을 만드는, 일명 시험관 시술이다. 이는 다수의 수정란을 만들어서 자궁 내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수정이라는 단계까지는 완벽하게 이루어진 셈인데, 수차례 반복해야 성공률이 20~30% 정도에 그친다. , ‘착상의 문제가 70%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15년도 사업에서 임신에 성공한 대상자는 모두 최소한 1번 이상의 양방 보조생식술 실패의 경험이 있었다.

양방치료의 경우 배란, 사정, 수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효과가 있지만 착상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한 달에 하나씩 나오는 난자를 체외수정을 위해 배란 촉진제를 써서 한꺼번에 다량의 난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에 무리를 많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작용과 위험도 만만치 않아요. 다태아가 나올 확률도 높은데 엄밀하게는 양방의료계 내에서도 다태아 임신을 정상임신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많습니다. 반면에 한방은 몸의 생리기능을 정상화시켜 자연임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건강한 임신이 가능하며, 임신을 못하는 경우라도 최소한 몸이 건강해지는 결과를 만들어요. 개인적인 생각에는 나팔관 폐색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에는 양방치료가 더 효과적이지만, 원인불명의 난임의 경우에는 안전한 한방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방난임지료비 지원사업 결과에 따르면 한방치료가 월경통 지속시간, 월경통 정도 개선과 스트레스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자녀를 희망하는 대부분의 부부에게 아이라는 축복이 자연스레 찾아오듯, 한방과 함께라면 난임 부부에게도 보다 인도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기대할 수 있어 보였다.

우리가 몰랐던 한의학, 우리가 알아야 할 한의학

각종 사례를 통해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사업이 건강에 부정적인 요소를 미치지 않는 치료법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지 않는 이상 매년 사업의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지역 보건소 등 한의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전담부서가 부재한 가운데,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지역 한의사회의 역할 역시 꾸준히 필요할 듯 보였다.

문득 이남훈 회장에게 오늘날이 있기까지 한의사로서 그가 기록한 역사가 궁금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우연한 기회로 천안에 자리를 잡았죠. 1999년에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에서 전문의과정을 마치고 몇몇 동기와 함께 천안에 새로 개원한 한방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2003년에 이남훈한의원을 개원했어요. 제 전공은 운동기 질환으로 병원에서는 중풍과 같은 중추신경질환을 주로 봤고, 개원 후에는 척추와 관절 질환을 주로 보고 있는데요, 통증과 말초신경 장애를 일으키는 척추디스크와 척추협착증 환자들이 가장 많습니다. 이러한 퇴행성질환 역시 서양의학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거든요. 진통소염제, 근육이완제, 물리치료, 각종 시술과 수술 등의 치료로는 일시적인 증상감소 후에 재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치료가 불가능할 것 같은 퇴행성질환도 한약과 침으로 통증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방치료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이 회장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한의학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것은 한의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제도적인 차원에서도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한의사는 초음파나 엑스레이 같은 기본적인 현대기술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의사들은 과학자들이 개발한 기술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한의사들은 그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해요. 한의학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흐름에 맞게 현대문명의 기술들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전후의 진단과 결과를 비교하고 한방치료의 효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의료기기들이 필요하죠. 치료방법과는 상관없이 환자와 질병의 정보를 얻기 위한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의사회가 가야할 미래

앞으로 천안시한의사회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그 미래상이 궁금했다.

날로 복잡해지는 현대사회는 대규모 감염병의 유행,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의 증가, 양극화에 따른 자살의 증가, 저출산 같은 문제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각의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없으며, 지자체와 의약단체가 긴밀히 협력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의사들도 지역사회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며, 천안시한의사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이남훈 회장의 이 같은 그림은 개인의 욕심도, 한방의 독주를 위한 것도 아니다. 학문의 발전과 효과적인 질병의 치료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플랜이라는 것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그의 자부심과 열린 마음이 괄목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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