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자립형 대학 연구소를 만들 것”
“지속가능한 자립형 대학 연구소를 만들 것”
  • 강기훈 기자
  • 승인 2019.02.1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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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장 · 강릉원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2004년 즈음 강원 영동 지역에 큰 불이 많이 났다. 당시 강원도 고성-경북 울진까지 여의도 면적의 87(23448ha)나 되는 울창한 산림과 문화재인 낙산사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 정태윤 교수는 산불이나 자연재해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강원도의 자연을 보호하고 지역의 안전성도 높일 수 있어 산업적으로 큰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찍 미래를 예견하고 ICT 불모지인 강원도에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를 설립한 정태윤 교수를 만났다.

정태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장 · 강릉원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정태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장 · 강릉원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ICT 불모지 강원도에 최신 ICT 기술로 쌓은 성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정확히 무엇을 연구하는 센터인지 알기 어렵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란 무엇일까?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위에 내장되어 디지털정보 가전기기, 산업 및 군사용 제어기기, 자동센서 장비 등의 기능을 다양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쉽게 예를 들면 스마트 TV에 내장된 인터넷 접속 기능, 멀티미디어 처리 기능, 전자상거래 기능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는 이러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하여 IoT(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강원도는 ICT의 불모지다. 청정지역으로 1, 3차 산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는 강원도의 1, 3차 산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ICT 기술이 어떤 것일지에 대한 고민 끝에 탄생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기술 집약형을 추구하는 ICT 아이템에 대한 고민 끝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시스템 기술이 지역의 1, 3차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됐다.

강릉원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인 정태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장은 연구센터 설립초기부터 자립형 연구소 운영을 목표로 하였다. 일반적으로 대학 연구소는 석박사 학생, 교수 중심으로 운영되며 석박사 학생들이 졸업하게 되면 기술력이 단절되고 또한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연구센터의 존속이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정태윤 교수는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지원을 받아 임베디드 HW/SW 및 무선 통신 프로토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2011년 이후 8년 동안 자립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립의 원동력은 기술력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센터는 IoT 기술의 모태인 USN 기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로 UN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로부터 2010년 우수 특허기술 사업화 성공사례로 선정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IoT 관련 토탈 솔루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견인 할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여 다양한 응용분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IoT는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서비스이다. 센터에서는 IoT 스마트 디바이스 관련 기술과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로 미래 초연결사회의 핵심 기술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현재 위 기술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으며 없어서는 안 될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센터에서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은IoT 가상화 분산 컴퓨팅 플랫폼과 현재 개발 중인MEDBIZ 헬스케어 분석 플랫폼이다. IoT 가상화 분산 컴퓨팅 플랫폼기술은 IoT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저장소를 제공하며 분산 컴퓨팅 시스템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이러한 분석 기술을 이용한 의료 정보 수집과 건강 정보 분석으로 맞춤형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술이MEDBIZ 헬스케어 분석 플랫폼이다. 그 밖에 스마트 홈 디바이스인 스마트 플러그와 스마트시티 기반 솔루션인 무선 지자기 차량 감지 디바이스, 원격 가로등 관제 시스템, 모바일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팜(배지함수율 정밀감지 시스템), 위치기반 서비스 장치 등이 있다.

기업 밀착형, 기술 선도형 연구로 시장 확대

정태윤 교수는 플랫폼에서는 정보가 생산, 수집, 가공, 분석, 유통 됩니다. 이로 인하여 산업의 생태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강원도형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얘기 했다. 또한 현재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며 의료기기 산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레저관광, 스마트 팜 분야로 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센터의 사업 중 특히 돋보이는 사업은OpenTech. 기술이전프로그램이다. Open Technologies의 줄임말로 공적 자금으로 개발된 대학 및 공공연구기관의 우수기술을 공개하여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사업화를 추진함으로써 기술 확산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ICT 기업의 기술력 향상 및 상용화를 지원하는 시제품제작지원, 현장애로기술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강원임베디드소프트웨어연구센터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경기도, 충청도 등 전국 곳곳에 IoT 기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화재, 적설량, 산사면, 수위 등 재난 방제 관제 시스템, 터널과 교량 안전 관리 등 SOC 시설물 관제 시스템, 기상 측정과 대기오염 도시환경 관제 시스템 등 사업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4차 산업혁명은 더 이상 낯선 얘기가 아니다. 거기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시대의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정태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특유의 언어 특성으로 영어권에 비해 데이터 산출량이 너무 적어 빅데이터 산업을 발전시키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ICT 인프라는 독보적으로 훌륭해 한 사람이 사용하는 데이터 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많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았다. 덧붙여 정태윤 교수는 우리 산업의 근간이었던 제조업을 건강하게 재편하고 4차 산업 혁명에 성공하려면 정부에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1, 2, 3차 산업을 융합한 6차 산업을 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연구인력, 안정적인 재원 확보는 늘 숙제

정태윤 교수는 연구 진행에 있어 어려운 점으로 사람과 재원을 꼽았다. 재능 있는 연구원을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젊은 인재는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연구소에서는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제자들 중 지역에 남아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졸업생을 전임 연구원으로 확보했죠. 지금은 전임 연구원이 20여명이 됩니다. 이들을 엄격히 트레이닝 해 지금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연구 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연구소의 수익사업은 주로 기술이전, 기업 용역, 정부과제인데 거기에 집중하다 보면 5, 10년 뒤를 내다보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미래 기술만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생산과 관련된 연구, 기업 밀착형 연구, 기술 선도형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태윤 교수는 기업이 원하고 강원도에 필요한 지역사회 발전에 밀알이 되는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라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관광, 농업 쪽으로 플랫폼을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에서 중소형 연구소가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넓히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센터장이자 전자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정태윤 교수는 교육과 인재 양성에 대한 가치관도 확고했다. 정태윤 교수는 아직 학과 간 벽이 높다며 새로운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과 간 벽을 낮추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시스템이 갖춰줘야 학문 융합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정태윤 교수는 지방대는 학생들의 고민과 번뇌가 크다며 제자들의 상황에 대한 공감도 컸다. 지방 소외가 대학도 마찬가지라 아무래도 수도권 대학에 비해 학생들의 자긍심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정태윤 교수는 고등학교 때의 공부가 인생의 족쇄가 되게 할 수 없다. 진짜 공부는 이십 대에 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학과에서는 해외 유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성과를 많이 내고 있다. 무엇보다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 수업시간에도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태윤 교수가 밝힌 꿈은 인터뷰 초반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연구소의 장점과 일맥상통한다. 지속 가능한 자립형 대학 연구소가 되는 것.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완전히 자립화를 이룬 대학 연구소를 만들어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꿈입니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서 우리나라가 잘 도약할 수 있는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모범 모델로 저희가 널리 알려지고 이런 연구소들이 전국 곳곳에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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