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교사, 마을 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아이와 교사, 마을 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8.12.10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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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대표

늘푸른자연학교는 2015년 개교 당시만 해도 마을의 이방인 혹은 타지 사람이었다. 4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학교는 이제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이웃, 식구가 되었다. 마을은 학교의 젊고 똑똑한 머리, 뜨거운 열정을 빌리고, 학교는 마을의 지혜를 빌리는 긍정적인 상생 관계의 본보기를 행하고 있음이다. 이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 김태양 대표를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대표
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대표

 

마을 주민과 소통해야 지속 가능

아이들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흔히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장이지만 늘푸른자연학교 김태양 대표는 보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속담을 이해할 때 우리 아이를 위해 마을 사람 전체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필요조건으로만 생각한다. 이에 김 대표는 양방향인 필요충분조건, 즉 서로 간의 소통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마을 주민, 아이들, 교사가 함께 돕고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개념은 곧 저희가 추구하는 중요한 핵심가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여주 늘푸른자연학교는 이미 명성이 높은 마을교육공동체형 방과후 센터이자 농촌유학센터이다. 최근 농촌 빈집 및 유휴시설 활용 우수사례 공모에서 전국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초등학생의 방과 후 교실 및 농촌 유학센터로 운영하면서 농촌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농촌 유학을 통해 마을과 개인, 도시와 농촌의 화합을 이루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을 신념으로 생각한다. “크리스마스나 대보름 같은 명절에 아이들이 면사무소, 마을회관을 다니며 어르신들께 세배하고 공연도 하면서 함께 어울립니다.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마을 사업에 임합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르신 대상 무료 컴퓨터 교육을 하고 힐링 댄스를 가르치고 요가 수업을 하기도 하지요. 교육을 받으시는 분들 중 벼농사를 하시는 어르신, 양봉을 하시는 어르신 등이 있어요. 나중에 그분들이 저희 학생들에게 삶의 모습, 다양한 일의 형태를 오롯이 보여주는 생생한 수업을 해주십니다.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마을 주민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라며 정말 말 그대로의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었다는 것이 늘푸른자연학교가 지속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해외의 다양한 대안교육 사례를 보고 배우기 위해 해외 포럼에 활발하게 참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교육의 대안이라고 해서 대안교육이라고 지칭하지만 외국에서는 주로 민주교육이라고 부른다. 최근 인도에서 열린 아이덱(IDEC: 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 세계민주교육한마당)’에 늘푸른자연학교의 교사 세 명이 참석했다. 아이덱은 영국, 이스라엘, 인도, 호주, 대만,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민주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 등 교육가족들이 모여 서로 어떻게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지 사례를 나누는 행사다. “다양한 형태의 민주교육 사례를 보고 들으며 저희와 접목시킬 수 있는 점은 무엇이 있는지 배우고 옵니다.”

 

교육철학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

일본도 한때 산촌유학 붐이 일면서 많은 산촌유학센터들이 생겼다가 지금은 소다테루카이(키움회)’라는 법인이 주축이 돼서 산촌유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태양 대표는 우리나라의 지역 공동화, 고령화 현상 등 많은 사회문제가 일본이 이미 홍역을 치른 문제들입니다. 간격을 두고 일본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농촌유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다수의 산촌유학센터들이 사라지고 소다테루카이가 살아남은 저력은 무엇일지 궁금해 소다테루카이의 핵심 관계자를 찾아 직접 물어봤다는 김 대표. “지자체 주도로 하향식으로 진행하거나 특별한 교육철학 없이 유행 따라 생겼던 센터들은 결국에는 다 없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점은 지역주민과 소통구조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는 지속 가능성의 핵심요소입니다. 두 번째는 어떤 교육철학과 가치를 같이 공유하느냐입니다. 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학부모들이 다양한 요구를 하는데 전부 맞춰주기 위해 정체성을 변화시켰던 곳들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늘푸른자연학교가 지속 가능한 힘도 이와 비슷하다. “학교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찾아주시는데 저희는 부모님들의 요구에 타협하기보다 저희 교육 가치와 맞지 않으면 확실하게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꿋꿋이 유지하면서 그런 저희의 정체성을 지지해주는 학부모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까지 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늘푸른자연학교는 하이브리드형 교육형태이다. 아이들은 공교육을 받으며 방과 후에 이곳에서 다양한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늘푸른자연학교는 영국의 서머힐학교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고 말했다.

늘푸른자연학교가 중요시하는 학생자치 역시 서머힐학교의 사례와 비슷하다. 실제로 각 학년마다 아이들 스스로 진행하는 자치회의가 활발하다. 교사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움을 줄 뿐 간섭하지 않는다. 생활 속 다양한 갈등을 아이들이 자치회의 안건으로 올리고 토론하여 결정한다. 토론을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옴부즈맨을 두기도 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있었던 흥미로운 사례를 들려줬다. 농촌유학센터 건물에서 교사,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1층은 교사들, 2층은 남학생, 3층은 여학생의 공간으로 배정했다. 아무래도 여학생들 사생활이 좀 더 예민한 문제라 제일 위층으로 배정한 것이다. 그런데 몇몇 남자아이들이 심각한 얼굴로 교장실에 달려왔다. 아이들이 남자도 사생활을 보장해 달라, 샤워를 하고 나올 때 계단을 오르는 여자아이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우리 생활공간이 그대로 다 보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들끼리 머리를 맞대 봤지만 해결이 나지 않아 교장인 김 대표를 옴부즈맨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그는 현장에 가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아이들의 의견과 요구가 정당하다고 여겨 방음재를 다시 시공하고, 사생활 보장을 위해 오픈형 계단에 문을 설치해 생활공간이 노출되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은 그동안 어린 자신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어른들이 들어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은 함께 토론을 하고 정당하게 문제 제기를 하면 실제로 반영이 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합니다. 이 자체로 엄청난 교육이지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 재밌는 건 그 일이 그렇게 끝이 난 게 아니라 그 에피소드를 모티프로 글을 쓰고, 대본을 써서 연극으로 만들어 마지막 학기 성장나눔발표회때 아이들이 공연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극 공연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과 과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기에 아이들에게는 더욱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당한 의견 제시와 불평불만의 차이점을 알려주고, 위층의 층간 소음 때문에 힘들다면 우리의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층간 소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까지 이끌어냈다.

 

토론하고 협업하는 힘을 기르는 학생자치

기자가 햇수로 2년 만에 만난 김태양 대표는 한결같았다. 선한 미소와 함께 따뜻한 리더십으로 학교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에게 주위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은 바로 인간 접착제’, ‘오케스트라 지휘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선생님들도 그런 교수법을 보고 배우면서 김 대표의 교육철학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열고 함께 교육공동체를 이룩하게 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연결하는 그의 타고난 역량 덕분일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사춘기 때 신경세포의 가지치기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 십대 초반의 아이가 많은 활동과 경험을 할수록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살아남아 있는 반면, 편협한 활동을 하면 자주 쓰이는 신경세포를 제외한 영역은 잘려나간다고 한다. 늘푸른자연학교의 아이들은 텃밭에서 작물 기르기, 동물 돌보기, 도자기 만들기, 악기 연주, 목공, 자전거 하이킹, 직업 체험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니 잘려나갈 신경세포가 최소화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김 대표는 늘푸른자연학교의 교육효과를 실제로 보여주는듯한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늘푸른자연학교에서 3년간 교육을 받고 중학교에 진학한 김 대표의 자녀는 첫 수학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초반에는 선행학습을 받고 온 아이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졌으나 점차 성적은 올랐다. 시험이 아닌 수학 자체에 재미를 느껴 공부를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성적향상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아이의 꿈은 건축기사인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멋진 건물을 지어주고 싶어 합니다. 유럽이나 일본의 유명한 건축기사처럼 자신이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기사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보는 만큼 아는 만큼 꿈을 키울 수 있다. 요즘 10대들의 꿈이 대부분 아이돌이나 유명한 유튜버가 되는 것인데 비하면 농촌유학에서의 교육이 아이의 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만은 확실하다.

특히 농촌유학을 경험한 아이들은 중학교에 가서도 함께 토론하고 서로 돕기를 당연시한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이해 못 한 내용이 있으면 늘푸른자연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은 함께 모여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풀잇법을 알아내고, 더 나아가 같은 학급 내 이해하지 못한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김 대표는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민주교육을 받으면서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요구되는 능력 중의 하나인 협업과 협업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농촌유학뿐만 아니라 여주지역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과 정열을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지역축제 준비위원회, 벽화 사업, 자원봉사활동과 연계한 다양한 방과 후 청소년 문화 활동을 진행한다. 청소년들은 이런 지역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창의성과 책임감,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3주체를 학생, 학교, 학부모라고 한다. 김 대표는 마을교육공동체는 4주체라고 말한다. “마을과 어떻게 서로 공생하고 상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궁극적으로 평생교육과 이어집니다. 교사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교육기부를 하고 마을 주민들은 다시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제공합니다. 교사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부분이 많아요.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많이 배운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선순환이죠. 공동체 안에서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를 우리가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4주체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늘푸른자연학교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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