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줄기세포’의 비밀 밝힌다
미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줄기세포’의 비밀 밝힌다
  • 강기훈 기자
  • 승인 2019.02.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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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학과장

난치성, 퇴행성 질환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는 줄기세포는 미래의학의 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모은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대표적 뇌질환인 치매부터 뇌졸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당뇨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에 줄기세포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차의과학대학교 문지숙 교수는 줄기세포 및 stem cell 유래 물질을 활용한 치매치료 및 항노화 물질발굴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학과장
문지숙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학과장

가장 젊으며 뛰어난태반세포 연구

줄기세포는 하나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들을 생산할 수 있는 다중분화능력을 지닌 세포를 칭한다. 신경이나 근육, 혈액 등 손상된 신체부위의 세포를 재생하는 효과가 탁월해 이른바 불사조 신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태아, 제대혈이나 성인의 골수 빛 지방에서 채취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이미 성장한 세포를 배아상태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등이 대표적 줄기세포다. 특히 성숙세포를 미성숙 세포로 역분화해 다양한 조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줄기세포들은 젊을수록 그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배아줄기세포가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졌다고 칭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두 손을 들고 반기지만은 못할 이유가 있다. 뛰어난 능력만큼 필요 이상의 분열 증식으로 인해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에 배아줄기세포를 보다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학부시절 심리학을 전공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뇌과학과 후성유전체, 생물통계학을 전공한 문지숙 교수는 박사후 과정으로 하버드 의대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그와 줄기세포의 첫 만남인 셈이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에서 본격적인 줄기세포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차의과학대학 뇌과학 및 줄기세포지표 연구실 임상 통계센터장 및 항노화연구소장을 역임하며 최근엔 바이오공학과 학과장으로써 교육 및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다.

뇌분야를 후생학, 유전학, 줄기세포, Bioformatics, 통계학등 다양한 방법들을 익히고 연구하며 적용해온 경험은 연구의 기초부터 임상 연계(Bench to Bedside)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험을 정확하게 디자인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죠.”

차의과학대학교에 둥지를 튼 문 교수는 이곳에서 태반과 제대혈을 접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특히 태반을 바로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차병원의 연구 환경은 그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 교수는 태반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조직이라며, 10개월 간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모체와 태아라는 두 개체가 거부반응 없이 잘 지내기 위해 태반은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면역관용이 있는 세포로 이루어져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 태반은 모체의 성체줄기세포와 태아 태아줄기세포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줄기세포가 타인의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반응으로 공격당해 소멸되는 것과 달리 태반세포는 면역관용특성이 있어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오래 살아남고 노화 및 노화로 인해 발병되는 질환들(치매, 파킨슨 등)에서 높게 증가되는 염증 반응을 효과적으로 안정화 시킨다는 점 역시 태반세포의 큰 장점이다. 태반세포의 이러한 면역 및 항염증 반응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의 바탕이 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간태반줄기세포의 노인성치매 치료 가능성 규명

치매는 뇌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지방이나 혈액 등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뽑을 수 있어 가장 많이 임상에 쓰이고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혈관을 통해 세포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지만 신경줄기세포의 경우 뇌로 직접 투여하기도 하죠. 하지만 태반세포는 신경세포가 아니기에 직접 뇌로 주입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없습니다.”

태반세포 투약법을 고민하던 문지숙 교수는 2010년 초반에 저널 등에 발표된 피로 투약해도 일부 면역세포들이 뇌로 전달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치매에 걸린 쥐에 태반세포를 주입, 그 결과를 살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을 억제하고, 쥐의 인지기능 역시 개선됨을 확인한 것이다. 인간태반줄기세포가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음을 규명한 최초의 성과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노화학술지인 'Neurobiology of Aging'에 발표되기도 했다. 나아가 식약처로부터 태반 줄기세포 유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CB-AC-02'에 대한 임상 승인을 획득, 현재 안전성과 잠재적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후 문 교수는 혈관을 통해 주입한 태반세포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2주면 소멸되는 일반적인 줄기세포와 달리 태반세포는 12주까지 효능을 보였다는 점 역시 그가 주목한 특이점 중 하나다. 그는 태반세포의 주요 성분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상의 몸 상태에 맞게 특별한 물질을 분비한다고 가정하고,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실제적인 매개물을 찾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치매 뇌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들을 찾아 성분자체로 치료가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해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습니다. 안정성 확인을 통한 식약처 승인과 허가를 받기 위해 임상 1상부터 3상까지 임상 시험 수행 등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어져야 하죠.”

이러한 어려운 개발문제를 경험하며 연구하고 있는 문 교수는 태반세포의 상용화를 보다 앞당길 방법으로 외부에서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병을 고치는 방법보다는 몸 속에 이미 존재해 있는 내재된 줄기세포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효능인자 즉 줄기세포 활성인자(endogenous stem cell activator)을 유전체-단백질체-대사체등의 빅데이터를 통합분석하여 발굴하고 검증하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줄기세포의 특성상 식약처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안전하게 줄기세포의 효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환자들이 보다 손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줄기세포의 장점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구의 목표라 설명했다.

노화 및 노화로 인한 질병을 진단하고 동시에 예방해 줄 바이오마커 발굴

문지숙 교수의 또 다른 연구 줄기 중 하나는 노화 및 항노화 연구이다. 노화는 질병이나 사고가 아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생체기능이 소실되어 죽음에 이르는 현상이다. 이는 암, 치매, 심장병, 당뇨병 등 여러 질환들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문 교수는 태반과 제대혈을 토대로 정상 노화(1차 노화) 과정에서 병이 발병하는(2차 노화)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노화는 신체의 일부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서서히 망가지는 병입니다. 그 복잡성만큼 하나의 약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죠. 그런 점에서 다양한 성분으로 분화하는 줄기세포나 줄기세포에서 나오는 성분들의 조합은 노화로 인한 병의 치료제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 교수는 현재 유전체학부터 대사체학까지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OMICS기법을 이용한 노화 기초연구에서 나아가 항노화와 관련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늙은 쥐에 제대혈 속 세포 및 혈장(젊은피)를 주입해 효능을 살피는 전임상 노화연구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그는 젊은 피 속 효능을 보인 인자를 확인하고, 이를 추출함으로서 노화 및 항노화의 바이오마커를 발굴하여 노화의 정도 및 항노화 정도를 진단할 수 있는 분자 진단키트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에서도 언급된 줄기세포 효능인자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문 교수는 미국 하버드의대, 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노화를 일으키는 몸 속 줄기세포가 늙어가는 기전과 항노화세포기전 연구 및 진단키트 개발연구를 미래과학창조부 연구지원(과제 번호 2017M3A9B40256992017M3A9B4025709)을 받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및 분당차병원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노쇠전단계 성인에게서 인간 제대혈과 혈장 투여가 노쇠임상지표에 미치는 잠재적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한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군 임상연구)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진단기기, 예방법, 치료제 및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 연구 역시 이러한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정 바이오마커를 토대로 1차 노화와 2차 노화 사이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며 환자의 상태를 추적하고, 위험성을 사전에 알림으로서 발병을 예방하는 거죠.”

해당 연구 성과는 환자들의 일상생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젊은 피 속에서 찾은 효능인자가 다량 함유된 천연물 및 음식 등을 찾아 일반인 고령층들과 환자들이 생활 속에서 이를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수술이 아닌 보다 손쉬운 방법을 통해 질환 없는 건강한 노화를 위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다 안전하며 믿을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할 것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임상연구에는 여러 법적제약이 따른다. 문지숙 교수는 안전이 우선인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 말하면서도, 이로 인해 줄기세포 개발의 속도가 늦춰지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주어진다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문 교수는 줄기세포 효능을 보이는 복합 인자들(stem cell activators)를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줄기세포 효능을 보이는 인자들(stem cell activator)을 활용한 분자진단과 이를 활용하여 임상에 적용한다면 항노화 및 노화 관련 질환들의 조기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줄기세포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환자들에 대한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이 체내에 주입된 줄기세포의 빠른 소멸을 걱정하는 것과 달리 환자들은 그 위험성을 염려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줄기세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고, 실제 줄기세포 치료에 있어서도 줄기세포를 공격하는 면역반응 억제가 가장 먼저 시행된다고 설명하며 줄기세포의 위험성에 대한 염려는 잘못된 인식임을 지적했다.

다양한 줄기세포들이 시장에 소개되는 가운데 아직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제품의 수는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과장 홍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죠. 줄기세포에 대한 허가 여부와 안전성, 안정성 등을 철저히 따져본 후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 교수는 지난 2011년 이후 줄기세포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보다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환자의 사전점검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무분별한 무허가 시술이나 근거없는 과장 광고가 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늦어도 10년 이내에는 어떤 질병 등에 어떤 줄기세포가 효능이 있을지 증명이 될 것이며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며, 안전과 직결되는 줄기세포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설명했다.

한편 문 교수는 지난해 차의과학대학교에서 올해의 교수상을 수상하며 교육자 및 연구자로서 다시금 인정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꿈꾸는 것은 자신의 제자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것이다. 그는 ‘CHA BTS(Biology&Technology Science)'를 만들고자 한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도 학생 때 그러했는데... 한국 학생들에게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남을 의식한다는 데 있습니다. 수업 중에도 질문을 꺼리고 항상 남들과 비교하죠. 제자들에 보다 당당하게 질문하고 수업에 참여할 것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실력에 더해 자신감만 갖는다면 우리 학생들은 세계 어디에서든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 교수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 줄기세포를 활용한 '불노(不老)의 꿈에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보다 안전하며 높은 접근성을 지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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