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담은 언어는 인간 이해의 근간
사회‧문화 담은 언어는 인간 이해의 근간
  • 김진아 기자
  • 승인 2018.07.15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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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사회문화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 속에 존재하고, 의사소통의 기본수단이 되는 언어는 그 사회의 관습과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한경임 교수는 언어음의 음향적 특징들이 사회적 요인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계명대학교 타불라 라사 대학 한경임 교수
계명대학교 타불라 라사 대학 한경임 교수

 

언어 이해의 기반이 되는 사회음성학 연구 수행

사회언어학은 화자가 발화하는 언어음에 계층 및 성별, 연령, 직업 등 사회적 요인이 어떠한 음 변이 현상을 나타내는지 탐구하는 학문이다. 사회언어학과 음성학을 융합한 학문인 사회 음성학은 이러한 음 변이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요인을 음향음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한경임 교수는 현재 한국어 파찰음 조음 장소에 관한 사회음성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대구 및 제주의 방언 화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파찰음이 발화되는 조음위치를 음향 음성학적 분석을 통해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음향적 특징들이 방언, 성별, 연령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어떠한 음 변이 현상을 나타내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요인에 따른 음 변이 현상을 사회 언어학적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설과 연결해 다양한 해석가능성을 살펴보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다. 본 연구는 9세에서 10, 20에서 30, 60에서 70세까지의 대구 및 제주 방언 남녀 화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데이터 분석이나 해석도 연구에 있어 까다로운 부분이었지만, 그보다 앞선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방언 연구의 경우 연구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언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 실험대상자들이 심리적 부담감으로 음 녹음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죠. 실험에 참가하는 실험대상자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녹음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힘든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방언, 성별, 연령 등 사회적 요인에 따른 음 변이 현상에 관한 사회음성학적 연구는 거시적 관점에서 언어현상을 분석함으로써 언어의 변화 조짐과 방향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 활용된 대용량 음성데이터 분석방법은 담화 분석 및 외국어 교육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 학습자들과 한국어 모국어 화자 간 음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외국인 학습자들의 발음 오류를 포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파찰음에 관한 연구에서 나아가 다른 자음들의 조음위치에 대한 검토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언어음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화자들이 발화한 음을 녹음하고 이를 분석하는 것은 통시적, 거시적 관점에서의 음소 체계 검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양한 융복합연구 통해 언어 이해의 토대 마련

한경임 교수는 지난 2013년 일반공동연구의 공동연구원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청각장애인의 영어 학습 보조도구 설계 및 적용 연구에 참여했다. 이는 컴퓨터, 재활공학, 영어의 세 가지 학문 분야에서 모인 융복합연구였다. 한 교수에게는 건청인이 아닌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실험 연구이기도 하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실험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많았지만 장애인들의 문화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한 각 분야에서 관심을 모아 사회 소회 계층에게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음향음성학의 또 다른 적용 연구로 현재 그는 한국어 화자들이 영어 모음을 습득하는데 있어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나타나는 모음 인지와 발화 간 차이점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모음 발화 분석에 대한 음향음성학적 접근으로 모음 인지와 모음 발화 간 관계를 분석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설명이다.

음향 음성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많은 적용 분야 중에서 향후 방언 연구에 집중하는 동시에 더 많은 자음과 모음에 대한 연구로 방언, 성별, 연령 간 언어음 변화를 살피는 사회 음성학 연구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청각장애인들의 발화와 제2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의 음 오류 분석 등 다양한 연구 주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문화 담은 언어, ‘인간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필수적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에 있는 외국어 유학생들이 한국어라는 언어에서 나아가 우리 문화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경임 교수는 지난해 말 한국요리를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계명대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학생들의 교재에서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를 소개하라는 대목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한 교수는 관점을 바꾸어 학생들에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의 음식과 이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라는 과제를 던졌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그는 동료 교수와 함께 계명대학교 한국어학당과 본교에서 유학하는 학생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의 음식들을 소개하는 책을 출간했다. 한 교수는 향후 책자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지난해 그가 출간했던 책은 학교에 중국 유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중국어판으로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이들이 돌아갈 때 학교에 관한 추억을 안고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아 캠퍼스를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했다. 이러한 배려에서 엿볼 수 있듯 한 교수의 연구 주제는 늘 학생들에게서 도출된다. 그의 강의 역시 일방적 지식 전달이 아닌 학생들과의 상호 작용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러한 소통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던 부분을 발견하며 다시 연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다져진 셈이다. 한 교수는 최근 학생들이 학문으로서의 언어학에 흥미를 갖기보다 소위 스펙을 쌓을 수 있는 실용적인 강의들을 선호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음성학이 학문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공존하는 것임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보다 언어학을 쉽게 생활 속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향후 교과목 개발에도 신경써야하고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였다.

최근 인문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학교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철학, 역사, 미술, 음악 등의 강좌들이 신설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인문학은 자연 과학과는 달리 인간에 대한 이해이자 탐구이며, 언어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 강조했다. 그는 늘 가까이서 접하는 언어 발화이기에 간과하기 쉽지만 언어학 역시 인문학의 한 분야라며, 언어학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하나의 언어에는 사회의 관습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한국어에 관한 한 교수의 연구는 우리 사회와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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