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의문점, 그 해답을 향해 나아가다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의문점, 그 해답을 향해 나아가다
  • 최선영 기자
  • 승인 2018.07.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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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귀순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교수가 화제가 되면서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경종을 일반인들에게 울렸다. 이와 함께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활성 산소 및 항산화물질의 농도와 외과 중환자의 중증도의 연관성에 대한 이재길 교수의 연구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외상 환자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만이 보다 나은 진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을 들어보았다.

연세대학교 이재길 교수
연세대학교 이재길 교수

 

외과 측면에서의 활성산소 및 항산화력이 중증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외과 환자들은 여러 양상을 띤다. 계획된 수술을 받지만 원래 갖고 있는 질환이 많은 경우 중환자실에서 집중적으로 관리 받거나 응급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 다발성 외상 환자 등 손상 자체가 극심한 환자가 그 예다. 특히 응급 수술을 요하는 환자 중에서는 복막염이나 장 괴사 등으로 패혈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어 중환자실에서의 집중 치료가 발생한다. 이재길 교수는 복강내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활성산소 및 항산화물질 농도가 그들의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패혈증은 균이나 균의 독소들이 체내에 침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질환이다. 균이 우리 몸에 침투하면 우리 몸에서는 여러 반응이 일어나며, 염증반응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때 염증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 등이 염증반응에 관여하게 된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서 노화, , 염증 등 좋지 않은 작용을 하며, 항산화제는 활성산소를 분해하는데 작용하거나, 활성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항산화제를 투여하는 것이 염증 조절에 도움이 됨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까지 패혈증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대부분 내과환자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교수는 수술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수술이 잘 되었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 외과의 특성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응급 수술을 받는 외과 환자에게도 항산화제를 투여했을 때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는가, 나아가 효과가 있다면 활성산소의 농도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에는 차이점이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문은 이번 연구의 시작점이었다.

 

외과 중환자 이해의 이론적 토대 마련

이재길 교수의 연구는 복강 내 감염 또는 외과 수술 후 감염성 합병증이 발생하여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활성산소와 항산화력, 항산화물질의 농도 등을 측정·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끝에 이 교수는 활성산소 농도가 아주 높거나 항산화력이 감소된 환자에서 중증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반대의 결과를 받아들었다. 항산화력이 높을수록 중증도 점수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성산소가 많이 분비되면 그만큼 이를 제거하기 위한 기전이 증가되어 중증도와 연관성을 띄는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며, 향후 이러한 가설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외과 중환자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이해하거나, 향후 항산화제 투여 등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기초연구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2년에 걸친 연구였지만 실제 연구에 참여한 환자수는 27명에 그쳤다. 중환자실이라는 특성상 응급 수술을 받는 환자들에게 바로 동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에게 연구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활성산소는 채혈 후 1시간 이내에 검사해야 해 샘플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연구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지만 시약 문제에서부터 비급여 검사로 인한 비용의 문제까지 여전히 그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까지 펀드의 도움을 받거나 본교 교수진 및 산학 연구 과제를 통해 여러 연구를 진행해온 그는 후향적 연구를 통해 진행했기에 연구 속도가 다소 느리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입각한 연구들로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복강내 감염 환자에서 자라는 균주 및 내성 균주 발현률, 복강내 감염 환자의 사망과 관련된 인자, 중증 외상 환자의 사망과 관련된 인자, 외과 중환자에서 아연, 셀레늄 농도와 중증도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특히 항산화 기능이 있는 중금속 중 하나인 아연과 셀레늄은 투여 시 환자들의 생존과 감염성, 합병증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발표되는 등 학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150여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끝에 이 교수는 중환자실 환자들 중 쇼크가 오는 환자들의 셀레늄 농도가 더 낮음을 확인했다. 그는 활성산소와 항산화력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학자들이 의견이 분분한 만큼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명확한 상관관계를 규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특히 유전자 수준에서의 활성산소 및 항산화력의 영향을 살피며 연구의 깊이를 더해갈 전망이다.

이재길 교수는 복강내 감염 및 외과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 환자 대상으로 항산화력(TAC), 다장기부전증(MODS) 여부를 측정 분석했다.
이재길 교수는 복강내 감염 및 외과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 환자 대상으로 항산화력(TAC), 다장기부전증(MODS) 여부를 측정 분석했다.

 

다양한 분야 연구 위한 기반 다질 것

해외 유수의 저널에 소개되는 연구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재길 교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상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갖게 되는 의문점을 풀어주는 연구이다. 그는 스스로를 연구자라기보다 의사에 더 가깝다고 칭하며, 자신이 만나는 환자들을 치료함에 있어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는 무엇인가, 환자에게 발생할 문제점을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예측할 방법은 없는가, 예측을 바탕으로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요인은 없는가. 이재길 교수는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때로 예측과 다른 결과를 얻거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또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도전해온 그다.

국내 의료 환경에서 외상 및 응급수술, 중환자실을 전담하는 외과 의사들이 등장한 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간 외과 의사들이 수술에만 전념하는 가운데 어느덧 의학계의 연구는 암을 극복하는 데 대부분의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교수는 응급 수술을 받는 복막염 환자의 사망률이 15%에 달한다며,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에 대한 연구 역시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함을 호소했다. 물론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자신을 비롯한 후배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더 많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의사들의 관심이 암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질환으로 골고루 향해야 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이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다양한 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더 많은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료 현장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 의학계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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