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폐지 위에 그린 우리네 삶의 가치
버려진 폐지 위에 그린 우리네 삶의 가치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8.07.25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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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나희 작가는 버려진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잊혀진 것, 쓸모를 다한 것,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모아 만든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가 잊고 있는 사람과 삶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양나희 작가는 캔버스 위에 우리네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양나희 작가
양나희 작가

 

버려진 폐지로 잊혀지는 것들 그리며 가치 재조명

작품 활동과 기간제 교사, 대학원 생활까지 바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대학원 수료 이후의 시간은 막막함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지만 과연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도 들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 풍경에 대한 스케치 작업을 하던 그의 발걸음은 우연히 재개발 단지에 가닿았다. 재개발 예정지로 선정되며 몇 년째 비어있는 버려진 집들과 골목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리어카, 폐지를 줍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한때 누군가의 쉴 곳이 되어주던 따뜻한 집이 이제 온기를 잃은 채 철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양나희 작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쓸모를 다한 것들을 다시금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버려지는 폐지를 활용한 작업으로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도전은 그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줬다.

5.18민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펼쳐졌던 이 지역의 근방 주택가의 변화에 양 작가는 주목했다. 그는 도심의 골목길을 거닐던 사람들의 추억을 담으며 구도심을 기록했다. 그가 배경으로 삼은 구도심은 오는 2020년이면 아파트촌으로 모습이 바뀔 계획이다. 한때 삶의 터전이자 역사의 장이었던 공간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양 작가는 , 풍경이라는 작품 시리즈로 결코 버려지거나 잊혀선 안 될 소중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었다.

밤의 연가’, ‘별이 빛나는 밤시리즈에서는 어스름한 밤 하나둘 켜지는 불빛을 그렸다.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가족들이 밤이 되어 한 자리에 모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 불빛과 별빛을 담았다. 그의 작품에 대해 광주시립미술관 황유정 학예연구사는 작품을 통해 이익과 효용이 가치 기준이 된 우리 사회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소외된 자들이 아닌, 삶터를 지키는 소중한 사람들임을 조명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골판지를 이어붙인 부조 형식의 콜라주 기법에 전통 유화 기법을 더해 완성된다. 그는 재료와 주제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재료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양나희 작가는 5회의 개인전과 다수 단체전, 2015 중국 북경 99미술관-광주시립미술관 국제레지던시, 2016 상해 윤 아르떼 레지던시 이력이 있고, 남농미술대전 대상, 전라남도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작가, 삶을 담아내는 작가

어떻게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습니까? 회화는 아파트나 치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회화는 적과 싸우며 공격과 수비를 행하는 하나의 전투 무기입니다.” 피카소가 남긴 이 말은 예술가의 할 일을 드러낸다. 양나희 작가는 단지 아름답고’ ‘예쁜그림이 아닌 타인의 아픔을 녹여내 더 많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갈 것이라 말한다. 그런 작품의 모습처럼 자신 역시 더 많은 아픔에 공감하며 작품을 닮아가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였다.

그는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에서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을 전했다. 미의식이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자신의 느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미술인이나 평론가보다 더 풍부한 감성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작품의 좋고 나쁨, 가치를 따지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예술감상의 시작이라 말했다.

양 작가는 장성공공도서관 주관 하에 지역의 고등학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나의 꿈이라는 주제의 진로 인문학 특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진로선택과정, 작품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화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 역시 자신의 선택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양 작가는 마음이 닿는 것, 눈길이 가는 것이 자신에게는 좋은 작품이며, 다양한 그림을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혀갈 것을 주문했다.

양 작가는 지난해 G&J 광주전남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곳에서 그는 그간 작업해온 풍경 회화 30여점을 공개했었다서울에서는 첫번째 개인전인 셈이다. 그는 지역 내 활동에서 서울로 무대를 넓힌 만큼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시대를 앞서가며 대중들에게 난해하게 받아들여지거나 외면받기보다 대중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버려지고 잊혀진, 그러나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양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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