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나눔으로 이끌어온 60년, 후배 여성경영인들에게 전하는 ‘당당한’ 메세지
도전과 나눔으로 이끌어온 60년, 후배 여성경영인들에게 전하는 ‘당당한’ 메세지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1.08.03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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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장·㈜영도벨벳 대표

수입에 의존하던 벨벳의 국산화를 이룬 ㈜영도벨벳은 기술력을 위시한 품질로 세계 명품 시장을 공략했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오랜 세월 ㈜영도벨벳을 이끌어온 류병선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장을 역임하며 ‘당당한 CEO이자 당당한 엄마’가 될 것을 주창한다. 60년간 위기를 극복하며 현재의 ㈜영도벨벳을 일군 그의 경영 철학과 삶 속에 녹아든 나눔의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류병선 회장
류병선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박금현 기자

 

‘당당한 여성 경제인’ 외치며 동반 성장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1971년 ‘대한여성경제인협회’를 모태로 1999년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의해 설립된 법정단체다. 우리나라 여성경제인의 태동과 발전을 함께해온 여성경제계 역사의 증인이자 전국 17개 지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경제단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여성경제인과 여성기업 육성을 위한 여성창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국내외판로 개척, 여성경제인 역량강화 교육, 여성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20여 년 간 협회원으로 활동해온 류병선 회장은 3년 전 대구와 경북지회가 나누어지던 당시 초대 경북지회장으로 추대되었다. 초대회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자신이 과연 회장직에 오르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동시에 여성경제인들을 위해 봉사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다. 이에 기꺼이 회장직을 수락하고 현재까지 경북지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처음 창립될 때만해도 나라도 기업도 국민도 워낙 어려운 시기였어요. 힘든 환경 속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여성이자 엄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쓴 자서전에서도 ‘모성의 경영이다’라고 표현했죠. 이러한 점을 여성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초대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류 회장이 나눈 취임사에는 ‘자신을 속이지 말고 당당해라’,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당당한 CEO이자 엄마가 되어야 한다’, ‘내가 나를 속이면 부끄럽고, 속이지 않으면 당당하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자신 역시 이러한 마음을 강조하며 실천해왔기에 지금에 이를 수 있다는 그다. 더불어 8천 명의 경북 여성경제인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항상 당당한 엄마가 되자’, ‘기업인이기 전에 엄마다’, ‘한 가정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절대 잘할 수 없다’고 전한다. 편안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언제든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귀찮을 정도로 나누라”, 아낌없이 공유하며 성장 응원해
“회원들이 모였을 때는 뭐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생산하는 제품 하나씩만 사주더라도 응원이 될 수 있죠. 월회의때 모이면 하나라도 배워가는 것이 있도록 우리 협회의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귀찮을 정도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류병선 회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먼저 회사 가족을 사랑하고, 회사 가족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점이었다. 내 가족이 중요한 만큼 내 회사를 지켜주는 회사 가족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가장 보람 있게 쓰라고 회사 이익이 생기면 가족들과 성과금을 나누고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을 택했다. ‘불우이웃돕기’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이웃돕기’라고 바꾸었으면 한다는 그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사랑과 용기를 줘서 희망으

로 나아가기 위한 동력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회원들과도 아낌없이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여성인협회 경북지회는 여성창업사무실과 함께 여성기업인의 제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며 성장의 기반을 다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류 회장은 홍보의 장을 마련해주고,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주려고 노력한다면 선배로서의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 말했다. 회원들을 늘 마음으로 감싸 안으며 본보기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류 회장은 다양한 기부와 장학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해왔다. 구미장학재단과 불교계 성가대학에 기부하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베풀자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19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한 기쁨은 130여 명의 회사 가족들과 나눴다. 1박 2일 연수를 떠나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그간의 공로를 회사 가족에게 돌렸다. 이렇듯 나눔을 강조해온 류 회장이지만 그의 손길에는 확고한 철학이 담겨있다. 회원들이 이혼한 여성을 돕자고 건의했을 때 그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신이 낳은 아이도 책임지지 못한다면 사회에 나와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그는 차라리 미혼부·미혼모를 돕는 데는 찬성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혼한 여성은 도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사회는 가정을 다스리는 것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한 곳인 까닭이다. 기업인이기 이전에 가정에 충실할 것을 강조해온 류 회장의 신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경북여성경제인협회장 외에도 보광명문화장학재단 이사장,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수석부회장을 역임했었다. 그는 12년 전 불도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광명문화장학재단에 참여하게 되어 물심양면으로 나눔을 전하고 있다.

류병선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박금현 기자
류병선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박금현 기자

 

세계 벨벳시장 점유율 1위, ‘하면 된다’ 정신으로 쌓아온 60년
‘60년 장인기업’으로 손꼽히는 ㈜영도벨벳은 2019년 대한민국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류병선 회장은 1965년 남편이자 창업주인 故 이원화 회장과 함께 영도섬유공업사를 설립한 후 벨벳의 국산화 및 양산화에 성공하여 1968년부터 한국 내수시장 대중화를 이루었고, 1972년 미주지역에 첫 수출을 성공시켰다. 언제까지나 수입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 우리 것을 가져야 한다는 이 회장의 절실함이 세계 1위 벨벳업체를 탄생시켰다.
“밀수품에 끼어들어 온 일제 비로도(벨벳)의 인기가 높던 때였어요. 우리가 직접 만들어 팔자는 생각에 수입 벨벳을 들고 연구소를 찾았지만 원하는 답을 받을 수 없었죠. 그때부터 남편은 벨벳 조직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영도벨벳은 특히 물로 빨 수 있는 벨벳을 개발하며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영도벨벳의 16건의 특허기술, 30여건의 상표 및 60여건의 디자인출원 등 세계가 인정한 영도벨벳 기술에 한국정부에서는 세계일류상품(2006년), 명장기업(2019년), 신지식기업으로 선정했다. 2000년에는 제품다각화를 통해 인테리어 소재시장과 세계 LCD러빙포시장에 진입하고 섬유소재기업에서 산업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력을 확보하기까지 ‘우리가 미치지 않으면 고객이 미친다’,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1등이 되다’라는 확고한 철학과 목표가 있었다. 류 회장의 의지는 ㈜영도벨벳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당시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목되었을 때 ‘하면 된다’라는 일념 하나로 이겨낸 것이다.
“창업주께서는 남이 하는 건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셨어요.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안된다’였고, 한국을 벨벳 생산 본부로 만들고 싶어 하셨죠. 그런 뜻을 잘 받들고 이어왔기에 지금의 ㈜영도벨벳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이기고 회사를 키운 걸 보시면 회장님이 웃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영도벨벳은 벨벳의 60년 역사를 담은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류 회장이다. 벨벳 갤러리 ‘영도다움’은 온통 벨벳으로 채워졌다. 초록 벽지부터 붉은 커튼, 핸드백과 여권케이스 등이 모두 벨벳으로 만들어졌다. 벨벳갤러리 영도다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300제곱미터 규모(약 380평)에서 다양한 벨벳 제품과 그에 어울리는 예술적인 인테리어 조화를 통해 품격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감성공간으로 누구든 찾을 수 있다. 원단에 새겨진 독수리 세 마리의 문양도 눈에 띈다. 故 이원화 회장이 직접 새겨 넣은 문양에는 어렵던 시절 강인함으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담겼다. 날개를 펼친 독수리의 모습은 영도의 첫음절 ‘Y’를 상징한다. 독수리의 모습을 담은 독자 브랜드 ‘쓰리 이글(Three Eagle)’은 중동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故 이 회장은 한국에 제대로 된 벨벳공장을 하나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500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기계를 리스로 가져온 것이 외환 위기로 타격을 받으며 부도 위험에 처했을 때 부부는 ‘부도를 낸 부모로 남지말자’며 의지를 다졌다.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공장을 옮기며 회사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각고의 노력 끝에 워크아웃에서 탈출했고, 회사 가족에게 30%의 성과금을 나누었다. 류 회장은 너무 기뻐서 가족들에게 큰절을 했다며, 여러분의 노력으로 성과금을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는 감사를 전했다며 뭉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직원들과 함께 외치던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냈다’라는 문장은 류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남았다. 현재까지도 그는 직원들을 ‘가족’이라 표현한다. 직원들을 향한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기에 위기를 극복했을 때 기꺼이 큰절을 올릴 수 있었다는 그다. 류 회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준 가족들에게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위기의 순간 되새기는 본질, 그 중심에 ‘가족’이 있다
㈜영도벨벳은 ‘머리에는 지혜를, 얼굴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사랑을, 손에는 늘 일이 함께 하게 하소서’라는 사훈을 내걸고 있다. 류병선 회장은 섬유산업의 첨단화를 향해 나아갈 계획이다. 품질로 세계 명품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첨단 소재 개발도 이어간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 사태는 다시금 본질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가족의 중요함을 되새겨야 한다는 그다. 류 회장은 돈이 있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작게는 가정이고 크게는 직장이 되는 ‘가족’의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기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류병선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박금현 기자
류병선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북지회 ⓒ박금현 기자

 

"어려울 때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야죠. 7조원의 자산을 가진 한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시 태어난다면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만큼 일하고, 내가 필요한 만큼 가져서 주변을 돌보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삶이라 할 수 있죠."

끝으로 류 회장은 여성경제인을 향한 응원을 전했다. 힘을 합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공항 유치 등 대구시와 경북도가 마음을 모아 좋은 결실을 얻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힘을 합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성의 경영’이라는 일념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주변을 돌보아온 류 회장의 삶은 지역 여성경제인들의 성장을 독려하며 지역을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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