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피어나는 섬유산업의 새바람, 침대는 패션이다”
“침대에서 피어나는 섬유산업의 새바람, 침대는 패션이다”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1.08.0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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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욱 유진레이블 대표

어려움이 있을 때 위기를 기회 삼아 재도약하는 이들은 새로운 내일을 만든다. 침대 매트리스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 유진레이블의 고영욱 대표는 녹록지 않았던 불경기에도 침대 스프링이 제자리로 돌아오듯 회복 탄성력을 갖춘 기업인이었다. 창업한 지 어느덧 10년, 재정비의 시간을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박차를 가한지는 이제 막 5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랜 노하우와 신선한 마인드로 침대 매트리스 커버 시장에서 섬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유진레이블. 그가 보여주는 기업인으로서의 소신과 우리가 몰랐던 섬유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고영욱 유진레이블 대표 ⓒ문채영 기자
고영욱 유진레이블 대표 ⓒ문채영 기자

 

우연히 만난 제2의 직업

최근 유진레이블은 ‘경기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표창을 수상하며 무더운 하반기, 시원한 출발을 알렸다. 고영욱 대표에게 소감과 더불어 업계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 순간에도 피땀 흘리는 업계 동료들의 노고를 먼저 알리는 겸손한 안부부터 돌아왔다.

“현재 우리 기업이 입주한 두드림 패션센터에는 전부 봉제 업체들만 들어서 있습니다. 경쟁을 거쳐서 입주하게 되는 시스템인데요, 그래서인지 늘 주변에 열심히 일하는 동종업계 기업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서로 자극받고, 더 힘을 내서 일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 같아요.”

여기에 더해 유진레이블이 지닌 경쟁력 또한 묻지 않을 수 없을 터. 고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섬유’ 하면 의류·패션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침대 매트리스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만으로도 이미 경쟁의 우위를 점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의류 작업을 위주로 하는 업체들은 1년 중 3~4개월은 무보수의 공백기를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웃도어처럼 기능성을 더한 침대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한 게 부침 없는 롱런의 핵심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각종 산업 중에서도 섬유산업은 특히 더 긴 역사를 자랑한다. 경제성장의 주역에서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생기기까지, 섬유산업의 틈새시장에서 ‘매트리스 커버’라는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평소 남다른 감각을 지녀야만 가능했을 터. 고 대표가 침대 매트리스에 관심을 갖고, 유진레이블 창업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직장생활을 하던 10년 전은 홈쇼핑에서 한창 매트리스 렌탈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침대 매트리스 제작은 무거운 무게와 까다로운 작업으로 3D 업종 중 하나로 취급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유진레이블 창업 이전까지는 30년간 직장생활을 해온 평범한 중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우연히 주변 근무처를 돌아보다 침대 매트리스 공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자주 오가다 보니 근무하시는 분들과 친분이 생겼죠. 그 과정에서 해당 공장의 매트리스 제작 단계에 작은 도움을 주게 되었어요. 당시 해당 공장이 납품에 앞서 매트리스 지퍼를 의류 지퍼와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에 다소 아쉬움을 느꼈고, 지퍼를 더 넓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안고 있었더라고요. 영세 업체들은 전부 거절하는 가운데 제가 우연히 제작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준 게 매트리스와의 인연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내부를 향한 신뢰와 존중이 바깥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

유진레이블은 여러 기업과 협업해 매트리스 OEM 생산을 도맡으며 바쁜 1년을 보내고 있다. 고영욱 대표는 평소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여러 회사의 매트리스를 경험하고자 노력했다. 침구매장에 가면 각종 매트리스를 눈으로 먼저 보고, 누워보며 제품의 느낌을 확인한다. 이 모든 게 그에게는 공부였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거래처와 신뢰를 쌓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저희는 주로 OEM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지만, 거래처의 개발 회의에 저희를 초대해달라고 말합니다. 개발실뿐만 아니라 디자인실에도 말이죠. 가끔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저희가 해결의 키를 찾기도 하거든요. 특히 디자인적으로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현장직과 개발직의 소통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저희의 자부심이자 유진레이블이 유독 애쓰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유진레이블 내부의 사기를 북돋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테다. 고 대표는 회사에 중년 여성 비율이 높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비쳤다. 제조기업의 근무 여건은 열악할 것이라는 편견을 딛고, 작업 환경 개선 및 직원 복지에 유도 관심이 많은 그였다.

“먼저 회사 업무를 철저히 분업화했어요. 저는 경영과 영업 위주에 집중하고 있고요, 인력 관리는 담당자에게 맡겨놓았죠. 사후 보고만 받고 있습니다. 사내 여성 직원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같은 성별의 인사 담당 실장에게 직원들의 편의 개선 권한을 이임해 두었고요. 모든 권한이 저에게 있으면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직원들 간의 사소한 오해나 불필요한 위계를 없애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업계 인식이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이 많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저희는 법정 근무시간보다도 1시간을 단축한 7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어요. 상황에 따라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7시간 내에서 일을 처리하고 퇴근할 수 있도록 워라밸을 사수하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항에서든 늘 직원들의 의견을 꼼꼼히 구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비밀 투표를 붙이고 가장 높은 득표를 얻은 안건을 진행하는 식으로 결정하는 식으로 말이죠.”

고 대표는 회사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들을 가진 인력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은 기업의 손해라고 덧붙이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을 향한 애정 역시 기업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한 이들과 같은 길을 걸어 나가는 것만큼 기업인으로서 든든한 에어백은 없으리라.

고영욱 유진레이블 대표 ⓒ문채영 기자
고영욱 유진레이블 대표 ⓒ문채영 기자

 

침대 디자인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는 미래를 꿈꾸다

“섬유산업은 끝나지 않아요. 비록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의 삶에서 ‘의식주’는 빠질 수 없습니다. 의식주 중 ‘의(의류)’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섬유산업이 굉장히 중요한 산업이라는 방증이거든요. 요즘 시장에서는 친환경 섬유가 주목받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섬유산업 역시 얼마든지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시간이 흐르며 섬유산업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으나 90년대 초반까지는 대한민국이 섬유 시장 강세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의 섬유 시장 역시 대량주문만을 선호하는 등 섬유산업 실정이 만만치 않다. 이에 고영욱 대표는 지금이 국내 섬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사업을 위해 매일같이 시장의 흐름을 살피며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말이지요. 현재로서는 지금에 충실하자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외부의 지원에만 기대기보다는 힘든 시간을 거쳐 온 저희끼리 성과를 거두는 경험을 꾸준히 기록해나가고 싶습니다. 또 지금 저희와 함께 하는 거래처들에 유진레이블이 아니면 안 되게끔 하는 것도 제 목표입니다.”

‘다른 길을 돌아가더라도 결국에는 우리를 찾게끔 일하자’가 그의 모토다. 실제로 유진레이블에는 장기 거래처가 많다. 거짓 없이 정직하고 성실한 분투가 통한 것이다.

“저는 ‘침대는 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류와 똑같이 말이지요. 매트리스에 스프링이 가장 핵심 기능인 건 맞지만, 스프링 바깥은 우선 섬유로 감싸져 있고 그 위에 어떤 디자인을 더하고 말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지요. 사업가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으로 매장에 가도 우선 디자인을 보고 내 눈에 들어와야 만져 보고, 누워보기도, 앉아도 보게 되니 말이에요. 저는 매트리스도 의류와 동일시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디자인적으로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침대는 과학도 맞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여기에 더해 ‘침대는 패션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남윤실 기자 nys@monthlypeople.com, 문채영 기자 mcy@monthly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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