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며, 믿음 안에서 사는 삶”
“각 개인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하며, 믿음 안에서 사는 삶”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8.02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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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여자대학교 전병식 교수(교목실장)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시니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잠시간 생각해 봐도 연금제도 개혁과 일자리 창출, 체계적인 재교육 등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이 가운데 시니어지킴이 프로젝트사업으로 제34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한 배화여자대학교 전병식 교수의 행보는 가장 빠른 속도로 나이 드는 나라 중 하나가 된 지금 주목할 만한 행보다.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유의미한 궤적을 남긴 전병식 교수가 꿈꾸는 미래사회를 미리 엿보고 돌아왔다.

배화여자대학교 전병식 교수(교목실장) Ⓒ김윤혜 기자
배화여자대학교 전병식 교수(교목실장) Ⓒ김윤혜 기자

 

시니어들의 키오스크 도전의 문턱을 낮추다
제34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한 배화여자대학교 전병식 교수. 첫 만남에서 수상의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상은 저 혼자 받을 상이 아닙니다. 한국지능정보화진흥원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과 저와 함께 사업에 참여한 SW보안융합학과의 지승현, 김현우 교수님과 산학협력단의 도혜숙 팀장과 서범걸 과장님 그리고 종로구청과 종로와 송파, 녹번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협력해 주신 분들과 자원봉사로 참여한 SW보안융합학과와 유아교육과의 학생들에게 돌아갈 상입니다. 저는 그저 뒤에서 격려했을 뿐입니다.”
  전 국민 디지털 역량강화 사업인 만큼 나이와 계층을 막론하고 협력의 손길의 두루 연결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성과로 말미암아 본격적으로 공개된 전 교수의 사업 내용이 궁금했다.
  “이번 사업은 비대면 사회의 디지털 생활에서 소외되고 있는 시니어 세대를 위한 사업이었습니다. 특히 ‘키오스크’라 불리는 무인화 단말기 사용법을 시니어 세대에게 교육하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사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은행 ATM 머신과 구청에서의 자동문서 발급 등을 위주로 해서 교육을 실행했습니다. 그러나 히든 커리큘럼(hidden curriculum)이라고 할까요? 사업의 진정한 핵심은 시니어 세대가 디지털 기기나 문화를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사용 자신감을 갖게 해서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자존감을 높여 드리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시니어 키오스크 사용경험 확산 프로젝트’라는 과제가 선정되어 계속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전인적 교육으로 바로 세우는 미래
전병식 교수는 서울 YWCA의 대학생 지도위원을 지낸 동시에 평화와 통일,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의 이사로서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다. 뿌리 깊은 전인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세워진 교육자는 그의 가장 커다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배화여자대학교의 교목실장을 맡으면서 20년 근속 표창을 수상한 그의 교육활동들이 궁금했다. 
  “2019년에는 부총리겸 교육부장관표창을 받았습니다. 20년 동안 대학에 몸담았던 경력을 우선 인정해 주신 것 같습니다. 20년 동안 대학 교목실의 목사이자 기독교 교양 과목의 교수로서 일하면서 특히 학생의 인성교육에 힘을 기울였어요. ‘자기 발전과 성숙’ ‘함께 살아가기’ 등을 주제로 매년 ‘인성 노트’를 제작해 배부하여 작성하도록 했고 학생의 자기 성찰과 인격도야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한 기독교 동아리를 포함한 교내 봉사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독거노인 도시락제작 배달, 노숙자 돕기 등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전 교수가 대학에 20년 동안 재직하면서 가장 노력해 왔던 부분은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장학사업이었다. 그가 속한 감리교 교단과 교회, 교인 그리고 여러 장학재단에 호소해가며 장학금을 유치한 시간은 한 줄의 기사로 싣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뭉클함이 있으리라. 배화여자대학교 학내에서 장학금을 가장 많이 유치한 부서 역시 전 교수가 몸담고 있는 교목실이지 않을까.

 

교수와 종교인의 경계에서 소망하는 삶
전병식 교수의 전공은 ‘기독교 (종교)교육’이지만, 박사 학위는 ‘장례 예전(liturgy)’에 관련된 논문으로 취득했다. 이에 그는 자연스레 전공인 상장례와 죽음에 관한 연구와 발표, 강의를 계속 해 왔다. 특히 여러 교회에서 기독교식 장례와 전통(유교식) 장제(葬制)의 갈등과 만남에 대한 강연을 한 이력이 돋보였다. 각당복지재단의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에서 10여 년 이상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과정’을 통해 죽음과 장례에 관한 강의를 지속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감사패를 수상한 바 있다. 그가 종교인이자 교사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이 집약돼 있는 이력이었다.
  “저는 현재 한국기독교교양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 즉 종교문해력을 높이고 종교 간의 갈등을 화해와 평화로 이끄는 종교 교양의 교육과, 대학생이 한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하는 ‘시민 교양’의 내용과 실천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학회의 주된 사업입니다.”
  교수로서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학술연구 보다는 일반인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가는 이야기 형식의 책을 내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종교인의 덕목과 생활, 기독교인의 신앙과 교양의 실천은 어떠해야 하겠는지를 이야기를 통해서 공감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나아가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위원이기도 한 전 교수는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세상의 평화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의 숙명이자 수그러들지 않는 관심사 또한 서로의 종교를 알고 이해하는 ‘종교문해력’을 높이는 데 있었다.
  “평화의 전제 조건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먼저 남을 생각하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유가(儒家)에서는 이를 남을 헤아려 생각한다는 뜻으로 ‘서(恕)’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恕)를 파자(破字)하면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 자가 됩니다. 충서(忠恕), 자신에게는 충실하고 남에게는 공감하는 여유로움이 인생 공부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학생들에게는 지식 습득에 앞서 남을 헤아리는 인간성과 인격을 갖추는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있지만, 늘 제 자신을 이기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러나 연구에서만큼은 엄격한 연구 원칙과 논문 작성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합니다. 위·변조나 표절 등의 연구윤리를 해치는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재차 살펴가며 조심하고 있습니다.”

 

깊은 믿음을 정직하게 실천하는 삶 이어갈 것
학생들과 지혜, 지식을 교류하는 시간이야말로 제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전병식 교수. 그는 대학에 부임한지 얼마 안 돼서 주간 학생 채플 시간에 벌어진 일화를 소회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한 학생의 편지가 교목실 바닥에 놓여 있었습니다. 빈 강의실에서 남의 가방에서 돈 봉투를 꺼내 갔다가, 주인에게 돌려달라며 용서를 비는 내용이었어요. 그 순간 문득, ‘이러한 보람이 바로 나로 하여금 일하게 만드는 힘이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제자들에게도 말보다 그 말로부터 시작되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코로나19의 영향과 더불어 무엇 하나 쉬이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마음이 연약해지기 쉬운 오늘날. 종교는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미래 교회교육과 기독교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전 교수의 조언을 구했다.
  “기독교적인 가치, 하나님의 창조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희생과 용서(구원)를 ‘공공성’이라는 차원에서 확대하고 해석해서, 이를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에 대한 요청과 대답으로 주어야 합니다. 세상의 창조는 기독교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과 만물에게 공여된 공공재(公共財)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 창조의 공동 수혜자이며 만물을 관리하도록 위임받은 청지기이자 관리자로서 세상과 교회가 함께 간다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교회교육에서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이라는 복음도 공공적으로, 선교적으로 향유할 수 있습니다.”
  전 교수는 기독교는 세속의 공공성을 더 확장하고 포용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교육이 개인적이고 사적(私的)인 영혼 구원에만 머무른다면, 교회의 선교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세상과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적 연대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교회 교육에서 강조하지 않으면 교회는 ‘나만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하는 무책임한 자기변명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독교는 사랑함으로써 사람을 환대하는 종교입니다. 환대 속에서 구원이라는 복음의 보편성이 곧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공공성이 되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마카와 나오시가 『공공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회는 닫힌 사적 영역이 아니라 ‘만인에게 개방된 공공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숱한 제자들을 비롯하여 앞으로 전 교수가 마주할 이들에게 그는 그 자체로 ‘공공 공간’ 같은 지식인이 되리라 상상해보았다. 과연 전 교수가 꿈꾸는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껏 해왔던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의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은퇴해서 조그만 북카페를 열고 싶어요. 책과 차(茶) 속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공부하며 그 결실이 책으로 나오는 과정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나눔과 사랑’의 마당, 환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의 관리자가 되어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장학사업이나 사회 봉사활동이 함께 이루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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