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이 평등하게 건강할 수 있도록
모든 여성이 평등하게 건강할 수 있도록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8.02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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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남진영 교수

저출산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연구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펼치고 있다. 여성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기 전에 우리가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이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 수준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이자 여성 건강을 연구하는 남진영 교수는 명확하고도 정당한 선후 관계를 강조한다. 출산의 질을 높이고, 출산의 양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높아지는 초산 연령과 이에 따른 제왕절개 분만의 증가, 보조생식술 등으로 인한 다태아 임신의 증가 등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엄마와 아기의 건강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출산을 늦추거나 출산을 포기하는 흐름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의학계는 물론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남진영 교수 Ⓒ김윤혜 기자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연구자의 사명감

남진영 교수가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에서 교육과 연구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지도 햇수로 2년이 되었다. 연세대학교 보건정책관리연구소, 숙명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연구원, 고려대학교 연구교수와 대통령비서실 등 탄탄한 경력을 갖춘 남 교수는 을지대학교에서 여성 건강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며,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의료산업발전에 기여할 후학 양성이라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구의 지속성에 대해서도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후학 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러 과정 속 경험들과 신념이 더해져 교수라는 직업에 다다랐습니다.”

남 교수가 전개하는 연구의 특징은 문제를 찾아간다는 점이다. 명백하게 존재하는 문제에 적합한 현 정책이 없다면 근거 데이터를 찾고, 정책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연구한다. 연구비의 할당이 적어 주된 관심에서 벗어난 분야도 외면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냉철하게 분석하되, 따뜻한 정책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이 그의 연구 철칙이다. 연구자인 그를 움직이는 것은 연구비도 연구 트렌드도 아닌 사람에 대한 사명감이다.

교수 임용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 한 해는 연구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남 교수. 특히, 연구가 이뤄지는 데이터센터 방문이 불가능해 비대면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등 빅데이터를 주로 활용하는 연구에 많은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그는 기존의 데이터나 문헌을 활용하는 등 언제나처럼 대체 방법을 찾아냈고 여성 건강 연구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젠더 혁신등으로 연구를 확장해나갈 계획을 밝혔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재정적·사회적 지지의 마련이 필요

남진영 교수는 수년간 모성 사망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성 사망이란 임신과 출산 또는 이와 관련한 질병이 원인이 되어 임산부가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모성사망비가 높은 수준이고, 최근에는 다시 상승하는 추세이다. 더욱이 고령 산모의 증가와 보조생식술(ART: Assisted Reproductive Techniques)로 인한 다태아 임신의 증가 등 중증모성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모성 사망은 발생 자체가 매우 드물어 연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성 사망 측정을 위해 개발된 지표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의 수로 표시하는 모성 사망비다. 남 교수는 각국의 중증모성질환 지표들을 이용하여 우리나라 여성의 중증모성질환 발생률을 지표별로 비교하고, 이에 대한 위험요인을 파악해 모성 사망비를 대체할 수 있는 지표를 연구하고 있다. ‘중증모성질환은 해당 연구에 관한 논문을 게재한 모자보건학회지에서 남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현재 중증모성질환은 고위험 산모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고위험 산모를 고령 산모와 합병증이 있는 산모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고위험 산모는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서도 위험도가 증가하지만, 나이가 어린 10대에서도 위험도가 증가한다. 그러나 10대 산모는 대상의 나이가 어린데다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도 연구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35세 이상의 산모와 합병증이 있는 산모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데이터에 따르면 10대 임신의 위험도는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를 연구 과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는 없었다. 남 교수는 10대 산모가 임신과 출산 후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10대 산모들의 중증모성질환 발생 위험도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성장과 발육이 계속되는 10대들은 임신과 출산에 리스크가 큽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산전 관리를 중요한 요인으로 도출하게 되었어요. 산전 관리를 적정하게 한 아이들에 비해 제대로 산전 관리를 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중증모성질환 발생률이 높았습니다. 10대는 재정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낙인, 심리적인 장벽 등으로 병원에 쉽게 갈 수 없지요. 그러나 이 아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당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의 병원 접근성을 높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모성질환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을 위해 대신 소리치겠다고 결심했다는 그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두에게 평등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호소했다. 남 교수는 최근 연구의 범위를 확장해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10만 명당 10명 이상인 모성 사망비는 매우 높은 수치로 출산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동시에 사회라는 체계 안에서 여성들의 위치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의학계는 물론이고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 저출산은 어느 한 부분의 단순한 문제가 아닌 복잡하고 중대한 문제인 만큼 통합적인 정책과 지속적인 시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남진영 교수 연구팀 Ⓒ김윤혜 기자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남진영 교수 연구팀 Ⓒ김윤혜 기자

10대 산모의 산전 관리와 중증모성질환의 발생 관련성 연구

남진영 교수는 올해 6, 온라인으로 개최된 ‘The RCOG Virtual World Congress 2021’에서 ‘10대 임신부의 산전 관리 적정성과 중증모성질환 발생 관련성(Adequacy of prenatal care and severe maternal morbidity among teenage pregnancies)’을 주제로 한 발표로 우수포스터발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금번 발표에서 10대 산모가 임신 기간 중 적정한 산전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 산욕기 동안 중증모성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특히 산과적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그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를 예로 들며, 청소년 임신 예방과 적정한 산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해당 연구는 우리나라 중증모성질환의 발생률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 사회학적 요인과 산과적 요인, 그리고 공급자적 요인에 따라 중증모성질환 발생과 관련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향후 중증모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 구체적인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주제는 RCOG Virtual World Congress 2021Top Scoring Abstracts로 선정되어 RCOG의 공식 학술지인 BJOG(산부인과 분야 상위 8%) 20216월호에 실리기도 했다.

박사과정부터 여성과 출산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남 교수는 2016년 대한예방의학회 제68차 추계학술대회 우수포스터상, 49회 아시아-태평양 공중보건학회(APACPH) 국제학술대회에서 Outstanding Poster Presentation Awards를 수상(2017), 한국모자보건학회지 우수논문 최우수상(2018)과 제47회 한국모자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 구연발표 우수상(2020)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삶으로 메시지를 주는 교육자 될 것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위기 가운데서도 그렇게 삶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이는 것. 남진영 교수는 교육자로서 삶을 시작하며 이런 다짐을 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보다 깊은 귀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여학생들이 언젠가 사회활동을 중도에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결정과 도전이 학생들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교수로 생활한 게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교육자로서 철학을 정하게 된 건 제 은사님들 덕분이었어요. 제 지도교수님들을 보니 적당히 타협하는 법이 없더라고요.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시는데, 저도 그런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비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진영 교수님이 다양한 또는 의미 있는 연구를 하셨고, 어려운 상황을 이런 방식으로 이겨내셨지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제게 주어진 길을 올곧게 나아가며 삶의 궤적을 열심히 만들어가야 하는 평생의 과제가 남았습니다.”

그는 현재의 교육 체계와 흐름이 학생들을 남들이 하는 것, 좋아 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쫓아가게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정적인 직장이나 경제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가슴이 떨리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남 교수의 지론이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적인 공교육 안에서 전체의 흐름에 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격증 등 소위 스펙을 많이 쌓는 것이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움이 많았다. 이에 남 교수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지금 주목받는 직업이 평생 안정적이거나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닐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떨리고 즐거운지 진로에 대한 처절한 고민을 통해 발견해야만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고민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믿어요. 그걸 스스로 알아가고, 발견하는 시간을 꼭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고민하여 를 탐구해보세요. 남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새롭게 길을 만들면 새로운 영역을 여는 겁니다. 10, 20대 학생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조금 더 멋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탐구하지 않았다면, 처절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지 모른다고 남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마음이 향하는 분야에 도전했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뜻밖의 기회들이 열렸다. 남 교수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도전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가 만들어가는 삶의 궤적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설렘과 용기를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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