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탐구하다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탐구하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8.02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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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윤여창 교수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윤여창 교수 ⓒ박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윤여창 교수 ⓒ박소연 기자

산림생태계가 갖고 있는 의미는 우리가 상상하는 녹색환경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물질순환기능, 국토보전기능, 수자원함양 및 수질 정화기능, 대기정화기능, 다양한 생물종의 생육처 및 서식지기능 등 이제라도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림을 제대로 알아보고 올바르게 지켜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벌채와 목재를 이용하는 단순한 산림자원의 활용에서 나아가 환경자원으로의 관리와 이용이라는 패러다임을 설파하는 윤여창 교수를 찾았다. 서울대학교에서 생태경제학 연구실을 이끌며 산림정책과 산림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교수. 그는 오랫동안 산림연구를 통해 인재를 양성해오다 정년을 맞이하며 산림생태계서비스 빅데이터 센터의 구축을 위해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산림자원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

서울대학교 생태경제학연구실은 1989년 그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는다. 당시에는 임업경제연구실이었던 이곳은 숲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태경제학 이론 개발과 산림정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윤여창 교수는 생태경제학을 파고들면서 일찍이 산림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를 분석하고 마을숲의 지속가능성을 검토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빅데이터 기반의 생태계서비스 및 임업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하고자 새로운 분투를 예고했다. 이에 앞서, 윤여창 교수가 연구하는 산림환경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는 환경과학에 대한 정의부터 세심하게 정리해주며 입을 뗐다.

환경과학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도시화에 따른 사회변화와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지구 환경 차원에서의 환경문제, 그리고 자연의 가치와 역할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 중 산림환경학은 임업 및 산림과 관련된 환경 문제를 다루는 학문으로 거듭나고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 산림환경에 대한 관심은 산림파괴에 의한 자연환경의 감소와 악화, 그리고 이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 문제에서 출발하며, 많은 열대기후의 개발도상국들은 산림의 복원과 조림 등 숲의 지속적인 이용과 관리, 복원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생산기반이 안정된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보다는 산림의 경관적, 공익적 이용이라는 차원에서 자연 휴양관리, 자연환경보전 및 야생동식물 보전을 주요 문제로 생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윤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산림의 미래를 말할 때 산림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의 다채로움을 익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산림에는 생물자원(수목, 초본류, 조류, 포유류, 파충류, 곤충, 어류 등 야생동식물과 질소고정균과 균류 등 산림토양미생물), 무생물자원(산림토양, 수원, 석재 등), 환경자원(수원함양, 토사유출방지, 대기정화, 쾌적한 생활환경)과 휴양 및 문화자원(심리적 안정, 아름다운 경관, 문학 및 예술의 대상) 등 각종 유무형의 자원들로 가득했다. 이러한 자원들은 목재생산뿐만 아니라 종실, 유지, 산채, 버섯, 약초, 천연도료 등 산림부산물을 생산하면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수원함양과 국토보존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환경공익적 기능뿐만 아니라 자연학습과 휴양, 여가 공간을 지원하는 문화적 기능도 물론 산림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꾸러미이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산림생태계가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딛고 지속적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산림수자원관리, 환경휴양림의 조성과 보전, 도시림 관리, 야생동물 보전, 희귀식물 보전 등의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그 열쇠를 쥔 산림자원

최근 세계 경제 및 산업의 가장 큰 이슈는 친환경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경제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국가산림자원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이러한 세계시장 변화에 대응하고자 이에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분야에서 어떤 정책협업과 연구 인프라를 마련해야 할까.

정부가 탄소중립 2050’ 비전을 내놓을 때 산림청은 숲을 젊은 나무는 베고, 어린 나무를 심어서 탄소흡수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본 정책과 관련해 몇 가지 측면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2~30년은 뒷바라지를 잘해야 하듯, 숲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는 사람보다 수명이 길죠. 인간이 80년을 살면 나무는 보통 2~300년을 삽니다. 산림청은 이처럼 오래 자랄 수 있는데 나무를 너무 일찍 잘라 쓰고 새로 어린 나무를 심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허점이 있어요. 나무를 빨리 잘라서 탄소흡수의 순환 속도를 빠르게 하겠다는 것은,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간을 계산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오래 자란 나무는 탄소흡수 속도가 조금 느려도 흡수한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편이 지구 온난화 방지에는 훨씬 효과적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산림관리정책은 숲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많다는 윤 교수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생태계의 보전이 아니라 저부가가치 목재생산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말하자면 산림의 탄소흡수량 증대에만 집중하며 단기적인 미래만을 보고 결정하는 정책이 산림을 얼마나 고민 없이 파괴하는 일인지 윤여창 교수와의 대화에서 비로소 체감되었다.

고작 25년 자란 나무를 자르면 그 가치가 몹시 떨어져요. 쓰임새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부가가치가 정말 낮습니다. 이 경우 보통 불태워서 전기를 만들거나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데, 나무를 저가용으로 값어치 없게 쓰는 방법이거든요. 책상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쪽이 나무를 값어치 있게 쓰는 방법일 겁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연과 공존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산림녹화에 초점을 맞춰 오랫동안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숲 갱신 지원금을 주어서 아직 미처 성숙하지 못한 나무를 벌채하고 그 자리에 새로 묘목을 심는 것은 잘못된 정책인 거죠. 또한, 갱신 벌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나무를 자주 베게 되면 토사유출이 생기죠. 산사태 위험을 야기하고 그곳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한순간에 터전을 잃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도 파괴되고요. 더 늦기 전에 고쳐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윤여창 교수]
[사진=윤여창 교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이어져야 할 부단한 노력들

COVID-19로 인해 전 세계는 수많은 아픔과 변화를 겪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로는 자연환경에 대한 변화와 경각심일 터. 이에 우리나라도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난화 현상의 가속화와 더불어 전반적인 자연 생태계의 변화로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까.

우리나라는 열대국가가 아니고 온대국가입니다. 인도네시아 및 브라질 국가에 비해 나무가 늦게 자라는 편이죠. 또한, 우리나라 땅은 아직 유기물질이 축적된 시기가 40년 내외여서 나무들이 빨리 자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를 오래 길러야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나라도 100년간 기른 다음에 나무를 베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산에 있는 나무들도 엄연한 자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탈에서 자라는 나무가 많기 때문에, 벌목을 할 때 많은 인력과 높은 인건비가 투입되는데요. 이처럼 벌채와 갱신 비용이 높은 나라에서는 벌채 주기를 길게 해야 한다는 게 임업경제 이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차산업인 농업, 임업, 수산업 중에서 경제적인 수익은 임업이 제일 하위권이라는 현실은 극복해야 할 숙제이다. 윤여창 교수 역시 그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교통도 나쁘고 토지 생산성도 낮은 가운데 어렵게 경제활동을 하는 임업인들의 고충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숲을 100년간 기르면서 나무를 빨리 베지 않는 대신, 숲속에서 보물을 찾는 일이 필요합니다. 나무는 세워 놓고 다른 보물을 찾는 것이지요. 돈이 되는 임산물을 생산하는 것, 말하자면 산을 보물산으로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밤, , 호두, 버섯, 산채, 고로쇠 수액, 장뇌삼 등에서 소득을 얻었지요. 실제로 산림에서 나오는 부가가치 중 95%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나무는 5%밖에 안 되고요. 결국, 나무를 자르는 것 자체가 돈이 안 되는 일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기존과 다른 수익 창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깨끗한 물은 전부 산림에서 나오지요. 산주들이 시민들에게 주는 깨끗한 물, 즉 정수 비용을 줄여주는 대가를 산주들에게 돌려주면 어떨까요? 토종벌과 아름다운 새들을 살게 하는 숲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산주들의 소득이 줄어든다면, 이 같은 소득 감소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요.”

이를 가리켜 전문가들은 이미 생태계서비스 지불제라는 이름으로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산주들이 나무가 자라길 오래 기다리면서 국민들에게 혜택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숲을 가꿀 수 있도록 함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에 어느새 깊이 감화되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윤여창 교수 ⓒ박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윤여창 교수 ⓒ박소연 기자

산림생태계, 빅데이터 센터를 두드리다

미래 친환경 가치를 보호하고 산림정책연구에 앞장서온 윤여창 교수, 산림자원의 활용과 보존을 기반으로 각종 연구와 인재양성을 쉼 없이 이끌고 일선에서 진두지휘했던 그는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다. 아직도 연구자로서 남은 시간이 창창한 만큼, 이후로도 계속해서 연구 활동을 이어갈 그가 산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전할 꿈이나 계획이 궁금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AI 기반의 전략경영이라는 경영학 공부인데요. 서울종합과학대학원의 커리큘럼에 따르는, 말하자면 MBA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생태계서비스 분야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관련 사항들을 정부에 제안했죠. 실제로 생태계서비스 빅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아주었습니다. 올해부터 3년 동안 이 센터를 구축하는 데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동료들과 함께 자연과 공생이라는 협동조합 연구소를 만들었는데, 이들도 같이 힘을 모을 예정입니다. 내후년까지 해야 하는 사업이라 당분간 이 사업을 주로 참여할 것 같네요. 빅데이터 공개 외에도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새로운 임업인들을 위한 경영 분야 컨설팅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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