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실손청구 간소화 논의 언제까지…12년째 국회 공전
[MonthlyNow] 실손청구 간소화 논의 언제까지…12년째 국회 공전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1.07.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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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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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최대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국민 의료편익을 위한 사회적 장치임에도 의료계 반발에 막혀 무려 1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핵심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결국 다뤄지지 않았다. 강한 의료계 반발로 해당 법안은 논의 안건에도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강력 반발에 제동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금융당국·시민단체까지 이 사안에 가세하면서 사회적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의료계 반발이 재차 거세지면서 정치권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이달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 진료 뒤 보험금 수령을 위해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해당 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내려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으로부터 종이서류를 발부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보험 가입자들은 현재 실손 보험금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방문해 보험금 청구를 위한 증빙서류를 발급받은 뒤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러한 일상적 애로에 소액인 실손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녹색소비자연대 등 3개 시민단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소비자들은 전체 응답의 47.2%, 절반 수준에 달했다.

이들은 청구를 포기한 이유로 진료금액이 적다’(51.3%)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으며, 뒤를 이어 보험사 제출 서류를 챙기지 못해서’(46.6%), ‘증빙서류 보내는 과정이 귀찮아서’(23.5%)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실손보험은 전체 국민의 75%에 달하는 약 3,900만 명이 가입, ‘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리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 전환작업이 오랜 기간 업계에서 추진된 가운데 최근 보험사별로 모바일을 활용한 간편한 보험청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실손보험에서는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09년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라고 권고한 배경이다. 그런데도 12년째 관련 논의만 지속할 뿐 의료계 반발로 공전하는 모양새다.

먼저 정부·국회는 국민의 의료편익 향상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더는 미루기 국민께 송구스러운 일이라며 디지털 혁신 선두에 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여당에서 고용진·김병욱·전재수·정청래 의원, 야당인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까지 찬성 입장을 내면서 21대 국회에서만 다섯 번째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단체 법안 통과 기다려

보험업계와 금융소비자단체들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의 통과를 바라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전산화해 가입자와 보험사들의 애로를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도 감축할 수 있다면 의료기관도 행정업무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수차례 국회 공청회·토론회 과정을 거치면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사회적 당위성이 강조되며 의료계와의 갈등도 다소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의 계약당사자(환자와 보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자료를 보험사에 전송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의 이러한 주장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보험업계 일각에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실현될 경우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 통제가 강화돼 결국 병원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게 의료계 반발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 금융소비자 사이에서도 이런 의료계 반발을 단순 밥그릇 싸움정도로 치부하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도 강력한 의료계 반발에 일부 정치권에서 동조 경향을 이미 보인다는 우려 섞인 의견이 제기된다. 10년 이상 논의만 반복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 움직임이 올해 역시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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