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연료전지와 만나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변모한 ‘폐수’의 힘
미생물 연료전지와 만나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변모한 ‘폐수’의 힘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7.01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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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

하폐수 처리장은 악취 발생, 많은 에너지 소비, 슬러지 발생의 문제를 유발하는 사회 혐오 시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다. ‘미생물 연료전지’가 등장한 까닭이다. 미생물 연료전지는 인간이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폐수와 자연수계의 퇴적층 등에 존재하는 유기오염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다. 전남대학교 정석희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생물 연료전지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 Ⓒ김윤혜 기자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 Ⓒ김윤혜 기자

미생물 연료전지 표준 조건 세계 최대 전력 생산
정석희 교수의 환경에너지융합연구실(Environmental Fusion Energy Technology Laboratory, EFET)은 최근 하폐수에 잠재된 에너지를 활용하여 하폐수를 처리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인 미생물 연료전지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폐수를 처리하며 전기를 생산하는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 MFC) 시스템에서 역량을 발휘한 금속-유기구조체와 활성탄 기반 촉매를 활용한 양극이 그 주인공이다.
  EFET는 산소환원촉매로 사용되는 활성탄에 금속-유기구조체 ZIF-67을 초음파 주사를 통해 결합시킨 양극을 개발해 촉매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기존 활성탄 전극보다 60%, 백금 전극보다 140% 향상된 4,203mW/m²의 전력을 미생물 연료전지에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미생물 연료전지 표준 조건(회분식 일실형, 50 mM 완충용액)에서 나온 세계 최대 전력 수치이다. 특히 코발트-질소로 구성된 ZIF-67을 결합한 본 전극은 제작이 간편하지만 뛰어난 내구성과 성능을 가진 양극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구본영 학생을 제 1저자로 한 본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SCI 환경 분야 상위 2.3%) 1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1999년 한국의 저명한 미생물학자인 김병홍 박사가 시작한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는 이후 미국의 Umass와 Penn State의 연구팀들이 참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었다. 정 교수는 ‘메인드인코리아’의 자랑할 만한 성과인 만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국가적으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더불어 실용화를 향한 시도가 불발되며 국내의 열기가 상대적으로 침체되었지만 과학기술 발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이번 연구가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의 활성화와 실용화의 기폭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연구는 기존 연구를 심화 발전시켜야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한 연구 분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튼튼한 이론적 토대 마련과 실용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분야의 확장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 ‘폐수’
국가의 지원으로 Penn State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정석희 교수는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정 교수는 ‘전자를 체외로 배출하거나 체외에서 받아들이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미생물을 이용하여, 유기물로부터 에너지나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라며, ‘환경공학, 미생물학, 전기화학, 재료공학을 아우르는 융합연구’라고 소개했다. 차별화된 융합연구를 발굴하며 지식의 지평을 확장하고 싶은 열망으로 연구실 이름을 ‘EFET'로 지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그는 △폐수처리와 에너지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에너지 생산형 하폐수처리 시스템 개발 △역전기투석미생물 연료전지(MRC) △깊은 수심에서 전원의 교체 없이 자가 발전형으로 모니터링 하는 MFC 기반 무선 센서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재료 기술 개발 연구 △미생물전기화학 원리 연구 등을 수행해왔다. 

진정한 궁극의 그린 수소 생산
최근 수소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떠오른 가운데 정석희 교수는 수소 경제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90% 이상의 상업적 수소가 화석 연료의 개질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에 그는 ‘무한한 친환경 수소 에너지’라는 의미의 다양한 수소 에너지 생산기술이 필요하며, 화석 연료 기반의 수소 생산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에 과감히 투자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하폐수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 말한다. 지구상에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유기성 하폐수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하폐수에만 신형 원자로 6.5개가 생산하는 에너지(6.5GW)에 근사한 양의 에너지가 함유되어 있다. 하폐수 처리에는 신형 원자로 0.6개(0.6GW)가 생산하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는 하폐수를 40%의 에너지 효율로 에너지화한다면 신형 원자로 3.2개(3.2GW)를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폐수의 유기 탄소물질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생성된 탄소원에서 온 것이므로 탄소중립적입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며 오염물질도 처리되므로, 하폐수에서의 에너지 생산은 그 어떤 재생에너지보다 친환경적입니다.”
그간 환경공학자들은 하폐수의 에너지화에 집중해왔다. 특히 혐기성 발효조를 통한 메탄이나 수소 생산 연구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최근에는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을 통한 혁신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혐기성 발효 공정은 주로 미생물 군집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미생물 전기분해 셀(MEC, microbial electrolysis cell)에서는 미생물 군집과 전극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린수소가 생산된다. 정 교수는 ‘생물이 무생물과 만나고, 환경과 에너지가 만나는 융합 기술’이라 설명했다.
  MEC의 미생물은 유기성 하폐수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전기 분해한다. MEC에서 생산된 수소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MEC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면, 수전해와 달리 화석 연료의 의존성을 탈피할 수 있다. 완벽한 재생 에너지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투입되는 전기 대비 생산된 수소의 에너지 효율은 수전해가 최고 70%인 반면 MEC는 400%를 넘어선다. 수소 생산을 위해 가해지는 최소 전압도 수전해는 1.23 V인 반면 MEC는 0.114 V이다.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원인 폐유기성 물질과 끊임없이 재생되는 미생물 촉매 덕분이다. 이 미생물막이 폐유기성 물질을 분해하며 에너지를 얻고 전기를 발생하며 성장하며 영구적인 촉매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류의 기후 변화 위기 극복과 새로운 환경 산업 발굴을 위하여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분야를 연구 주제를 선택했다며, 기술의 발전과 실용화를 위한 국가적 투자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미생물 전기화학 셀의 장점은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궁극의 재생 에너지원인 버려지는 바이오매스를 사용한다는 점, 하폐수는 늘 발생하므로 에너지원 생산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하폐수를 정화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점, 투입된 전기대비 수소 생산 시 수전해보다 에너지 효율이 5배 이상 높다는 점입니다. 친환경 수소생산을 위해 미생물 전기분해 셀이 연구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것
정석희 교수는 학위과정 때 출판한 논문으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2회나 등재된 바 있으며, 지금까지 25회의 국내외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환경공학회 국문지 및 영문지 부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다수의 우수 논문을 발표하여, 지난 11월에는 대한환경공학회로부터 논문상을 수상하였다. 180여 개의 논문을 정리한 국문 총설 논문은 대한환경공학회 국문지의 ‘빼어난 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국문지의 국제화를 위해 영문 총설 논문을 출판하였고, 영문지에 출판한 논문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인이 출판한 논문 중 가장 많은 인용횟수를 자랑한다. 이밖에도 대한환경공학회 윤리위원회,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대한상하수도학회 이사, 유기성자원학회 이사 등을 수행하며 매우 숨 가쁜 삶을 살고 있다.
  정 교수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학자로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에 있었다. 부친은 공학서적 교재를 출판하는 회사를 설립·경영 중이며, 주요 분야가 환경공학이었기에 부친의 영향으로 해당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지만 가족들의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이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의 사랑과 보이지 않는 환경의 인도를 통해 힘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그것을 통해 견고하게 빚어 주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기본에 충실한 정직한 연구
교육자로서 정석희 교수는 무엇보다 ‘기초’를 강조하고 있었다. 기초가 튼튼해야 하부가 견고한 큰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연구의 기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실현하고, 정확한 측정, 정확한 분석, 정확한 해석을 하는데 있다며, 속이지 않는 기본에 충실한 연구 성과가 가장 큰 파급력과 생명력을 지닌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교언영색을 지양하고 자신이 먼저 행함으로 본을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승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면 학생들은 그것을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연구의 지속을 위해 정 교수는 실용화와 더불어 견고한 기초 이론을 꼽았다. 그것이 그가 본질에 집중하는 연구에 충실한 이유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따라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연구와 견고한 기초이론을 통해 이 분야의 확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정 교수는 보다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해당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 Ⓒ김윤혜 기자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 Ⓒ김윤혜 기자

연구 생태계라는 숲에서
정석희 교수는 새로운 공정 개발은 환경공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연구 생태계라는 숲에서 새로운 공정 기술은 큰 나무와 같다. 새로운 공정 기술이 개발되어야 학계의 이웃 연구자들도 연구할 주제가 생긴다고 했다. 일전에 정 교수에게 한 업체에서 요즘 아무도 공정 개발도 하지 않고 실증 플랜트도 안 돌리는데, 그 어려운 일을 왜 하냐고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 공정 개발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어렵지만 그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많은 성과를 내는 쉬운 연구만 하면 연구 생태계는 죽어 버립니다. 마치 온 몸이 암 세포로 가득찬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끝은 기능의 상실이자 죽음입니다.”
  사회에 신기술 개발이나 혁신이 없으면 경제 성장이 멈추고, 이는 자칫 사회 혼란이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은 인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우주개발을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와 같다고 덧붙였다. 연구 생태계라는 큰 숲을 바라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가는 정 교수의 연구가 미생물 연료전지 분야의 새 지평을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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