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신건강에 집중하며 자살예방과 트라우마 회복 위한 근거 마련
청소년 정신건강에 집중하며 자살예방과 트라우마 회복 위한 근거 마련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7.0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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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이전에도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을 2배 가량 웃돌던 대한민국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자살예방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는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트라우마 회복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한다.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과 심리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 Ⓒ김윤혜 기자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 Ⓒ김윤혜 기자

코로나19와 청소년 자살경향성의 성향점수매칭 분석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는 최근 <COVID-19로 인한 가정경제 악화가 청소년의 자살경향성에 미치는 효과 분석: 성향점수매칭 분석의 적용> 연구로 E-보건학종합학술대회 포스터 발표 부문 대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보건학종합학술대회는 전국 16개 지부·지회와 총 25개 회원학회가 참여하고 대한보건협회에서 주관하는 국내 보건학 분야의 저명 학술대회로, 올해는 팬데믹과 공중보건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의 가정경제 악화가 청소년의 우울감, 자살생각·계획·시도, 그리고 자살시도 후 병원치료 여부에 이르는 일련의 자살경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증하고자 해당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2020년 제16차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의 원시자료를 활용, 총 54,948명의 청소년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가정경제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29.8%로 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가정경제 악화를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성향점수매칭 분석 결과 가정경제 악화를 지각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위험은 높은 반면, 자살시도 후 병원치료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게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나 제한적 등교가 시행되며 학력 격차가 심해졌죠. 학습권뿐 아니라 양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이후 학생 자살률이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평가 및 개입 강화, 가족 건강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본 연구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정경제 악화가 청소년 개인 수준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 모색의 기초 자료를 마련하고, 이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실증적 근거로 활용되었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학생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증진에 집중해야 할 때
이미선 교수는 2012년 설립된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의 부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학생 정신건강 분야의 교육부 정책 중점 연구소인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 및 자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기관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를 개발하는데서 나아가 현장 안착에 기여했으며, 정신건강 고위험군 및 자살 위험 학생 관리 정책, 학생 정신건강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뉴스레터 발간, 홍보캠페인, 공모전 등을 시행하며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앞장서왔다. 최근에는 개소 1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정책연구를 수행하며 학생 자살예방 정책 추진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유관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교육 당국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가 국내 유일의 아동·청소년 대상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실시하는 기관이라는 점도 뜻 깊다. 심리부검은 
가족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인터뷰를 통해 자살 사망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요인들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중앙심리부검사업단이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K-PAC)를 개발하였고,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는 교육부 지원을 받아 한국형 심리부검 체크리스트 청소년용(K-PAC-A)을 개발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자살한 이후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심리부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살의 발생 원인을 되짚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 증진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연계 및 개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며, 이들을 위한 심리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트라우마 기억에 대한 재처리 등 트라우마 기억을 다루는 치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신체적, 심리적 안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 기반 치료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에도 회복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인 재난 경험 초기에 몸과 마음의 안정화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연구들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그다. 재난 경험자들을 돕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위한 소진(burn-out) 예방 프로그램 도입 또한 절실하다. 이 교수는 경찰서에서 피해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들을 대상으로 대리 외상 회복 워크숍을 진행했다며,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는 이들의 곁에서 전문가적 도움을 제공하는 이들을 위한 회복 개입이 중요함을 피력했다.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 Ⓒ김윤혜 기자
한림대학교 이미선 교수 Ⓒ김윤혜 기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난과 트라우마, 이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해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안기는 동시에 커다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신건강 분야 중에서도 재난 분야에 대한 국가적 연구의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죠. 당시 관련 연구에 참여하며 재난이나 트라우마를 겪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2018년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설립했다. 그러나 아직 소아청소년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관이나 센터는 없다. 이미선 교수는 을지대학교 방수영 교수와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당시 단원고 재학생 21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2명이 면담한 내용 및 경험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학생 212명 중 절반 이상이 추가적인 상담 및 심리치료(41.04%) 또는 의학적 치료(14.15%)를 권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조기에 개입하고 발달단계에 맞춰서 정신건강적인 서비스를 지원하면 훨씬 빠르게 회복한다며, 크고 작은 외상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거나 호전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 재난과 트라우마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발전시켜야 할 분야임을 강조했다. 
  “성인과 달리 소아 청소년은 그 연령대에 따라 발달 단계가 현저히 차이를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에 맞춰 세분화, 구체화된 연구가 필요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발달 시간과 속도, 환경 변화 등에 적응하는 힘을 가진 만큼 적절한 개입을 통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재난 경험자를 위한 신체기반 트라우마 회복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정신질환 치료 및 스트레스 완화에 몸·마음의 통합적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근 연구들을 토대로 재난 경험자들의 심신 안정화 및 회복을 위한 신체기반의 정서조절 프로그램(Soma e-Motion program)을 개발한다는 설명이다. 향후 재난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재난 정신건강 전문가용 매뉴얼, 워크북, 교육용 동영상 등을 함께 제작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그는 2015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형 소아 재난 기본 평가 개입 프로토콜(Children In Disaster: Evaluation & Recovery, CIDER)> 개발에 참여하는 한편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주관으로 수행한 정신건강 R&D 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외상사건을 경험하는 소아청소년과 그의 부모(양육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부모교육 매뉴얼을 개발했다. 그는 다양한 임상 현장에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소아청소년, 성인뿐만 아니라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개인 및 집단 예술치료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예술심리치료학회 이사, 한국미술치료상담학회 자문이사, 한국심신치유학회 이사를 역임 중인 이 교수는 국내외 정신건강 및 심리치료 분야에 대한 연구 및 논문 발표를 꾸준히 이어왔다. 2018년에는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American Academy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AACAP)에서 소아 재난 연구 포스터를 발표한 외에도 다수의 우수 논문 포스터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개입 통한 변화는 연구의 원동력,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 될 것
“2013년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던 자살폭탄테러를 경험한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2019년 총 3일간의 트라우마 케어 캠프를 시행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캠프를 통해 테러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소아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정화를 돕고,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 처리를 연습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미선 교수는 파키스탄에서 만난 아이들이 사건을 겪은 후 수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당시의 기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테러로 인해 배우자나 자식을 잃은 고통 역시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 이 교수는 그들을 만나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다녀왔다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그는 알코올 중독 문제 치료를 위해 오프라인으로 주 1회씩 진행하던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소마 움직임(Soma e-Motion> 프로그램이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후 온라인으로 전환되기도 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의지를 갖고 변화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에서 자신 또한 많이 배우고 성장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연구가 향후 학생 정신건강 및 트라우마 관련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후속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되길 바란다는 이 교수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었다. 신진 연구자인 만큼 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경험을 쌓아갈 계획이다. 그는 학자이자 정신건강 전문가, 심리치료 전문가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나아가 심리학, 보건학, 상담학 분야에 관심을 두고 성장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는 교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참교육과 가르침을 안내할 수 있는 교수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가 개척해나갈 연구들이 학생 정신건강과 트라우마 치료에 의미 있는 지표가 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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