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 구축과 환경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 연구하는 환경보건연구자
건강한 사회 구축과 환경건강불평등 해소를 위해 연구하는 환경보건연구자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6.0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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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박소연 기자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박소연 기자

환경 유해인자는 생활용품, 음식, 공기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 몸에 들어온다. 이는 생식계, 면역계, 신경학적 발달, 우울증까지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환경 유해인자 노출을 100% 차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환경 건강정보에 대한 이해력을 증가시키면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고, 피할 수 없는 노출은 최소화할 수 있다. 간호학과 보건학을 전공한 김주희 교수는 환경 보건학, 독성학, 약학, 의학, 환경공학을 전공한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환경 유해인자의 노출 기전, 건강 영향, 대책 등에 대한 신뢰성 있는 근거를 확립함으로써 데이터를 구축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지구의 환경 개선을 위한 거시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지혜롭게 공존하기 위해 정부도 지역사회도 그리고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환경 유해인자가 환경 민감그룹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실행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가 이끄는 생식 건강증진 연구실은 한국연구재단과 질병청 국립보건원의 지원 아래 환경 민감그룹인 가임기 여성, 임산부, 산모, 영유아 등을 대상으로 생식 건강증진을 위한 환경 유해인자 노출 기전, 건강 영향 및 예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내외 국민 환경 보건조사와 국민건강 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하여 건강 영향을 확인하고 이렇게 나온 근거를 기반으로 산모에게 맞춤형 중재를 개발하여 임상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지난 3년간 산모들의 모유 중 내분비계 장애 물질 즉, 환경호르몬 노출실태조사와 식이 및 생활용품과의 연관성을 연구해왔습니다. 특히 잦은 생선섭취, 컵라면 섭취, 일회용 및 플라스틱 음식 용기 사용, 방향제 사용, 로션과 메이크업 사용, 새 가구 사용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소변 중 환경호르몬 농도를 분석한 결과 둘 사이의 연관성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대기오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오염은 환경 민감그룹인 임산부에게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조산 등의 영향을 미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생식건강증진연구실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고위험 임신 약 8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 비율이 1.06~1.27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산출됐다. 특히 초미세먼지의 경우,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수록 임신성 당뇨 발생 위험은 1.17, 임신성 고혈압 발생 위험은 1.08, 조산 발생 위험은 1.05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산업발달에 따른 생활 속 유해물질 증가라는 현실 앞에 우리가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양치하며, 머리를 감으며, 화장할 때 트리클로산(Triclosan), 파라벤(Paraben), 프탈레이트(Phthalate)에 노출됩니다. 아침 식사를 할 때 프라이팬의 과불화화합물(PFC)에 노출되고, 커피를 마시며 일회용 제품의 BPA에 노출됩니다. 외출하며 들이마시는 공기에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됩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여야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저를 비롯한 학자들은 국민이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또 일상에서 실행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환경 유해인자 노출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실행하도록 제안하고 감시, 평가하는 게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개인 각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환경 유해인자는 노출 시점과 질환 발현시간의 사이가 길어 정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임신 중 많은 양의 독성물질에 노출된다면 유산, 사산, 기형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적은 양의 독성물질에 장기간에 걸쳐 노출된다면 태어난 이후 신경학적 발달 이상으로 발현되거나 아이가 성장해 중년 이후 만성질환 및 악성종양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김 교수는 환경연구와 환경정책은 단기간이 아니라 세대를 거슬러 코호트 연구와 같은 연속성 있는 연구와 적극적인 정책을 강조한다.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사진=김주희 교수]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김주희 교수 [사진=김주희 교수]

서로 협력하며 자연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코로나라는 범국가적인 감염병 재난 속에 생사의 안전성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요즘, 환경문제는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일례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손 소독제에는 트리클로산이라고 하는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독성 때문에 미국 환경부에서는 2016년도에 이미 사용을 금지한 물질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보존제로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의 대비에만 중점을 두고, 손 소독제의 사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함께 증가한 환경호르몬의 노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다.

코로나 극복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환경 민감그룹의 건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성물질에 대한 정부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환경 건강 불평등(Environmental health inequity)에 관한 것입니다.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사는 사람은 환경성 질환이 더 걸리고, 설사 환경 유해인자의 위험성을 인식한다고 해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고 이에 독성물질 노출은 많아지게 됩니다. 결국, 질병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은 모두가 지게 되는 것이죠. 이제라도 환경문제를 우리 공동의 문제로 인지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와 보폭을 같이 하며 지금이라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김주희 교수는 환경 민감그룹에 초점을 두고 한국모자보건학회, 한국여성건강간호학회,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독성보건학회, 한국 보건정보통계학회 등에서 다양한 학술 활동 및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다. 더불어 현재 이끄는 생식건강증교실을 센터화해 환경-생식건강증진연구소로 발전시켜 확장된 규모의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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